피비린내를 찐득찐득 뿜어 내고 있다
신숭겸꽃
한 그루 오래된 목백일홍이
벌거숭이 마네킹으로 서 있다
허벅지는 시멘트로 땜질한 채
펑펑 하늘로 쏟아내는 꽃잎들
선혈 빛이다
땅속 어딘가에 구겨 넣은 넋은
골 파진 발등 타고 오르는
개미들의 몫
염천 햇살 내리쬐는 신숭겸 묘지
공산 벌 그날의 피비린내를
찐득찐득 뿜어 내고 있다
주름살은 깊어도
나이 든 줄 모르는 나무
주인 없는 무덤인 걸 알면서도
살 떨리는 기도로
백일을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