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는 건 언제나 내게 꽤나 고통이다. 어릴 적엔 기립성 저혈압? 뭐 그런 거 때문에 갑자기 지하철 안에서 눈앞이 깜빡깜빡거리고 쓰러질 것 같은 기분에 바닥에 주저앉거나 내려서 쉬었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타고 가던 경우가 꽤 있다. 20대에 종종 그랬는데 더 이상 복잡한 시간대에 지하철을 잘 안 타게 된 이후로는 그런 적이 없다.
그래서 난 지하철 프로 불편러가 됐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여름엔 땀 냄새, 청소되지 않은 에어컨에서 나는 악취.
특히, 향수 냄새는 내 예민한 오감을 자극해 멀미를 유발한다.
향수를 잔뜩 뿌린 사람이 내 앞이나 옆에 서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은 소리조차 크게 들려
에어팟을 끼고 있어도
통화 소리,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소리,
물건 떨어지는 쿵 소리,
지하철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거슬린다.
추운 날엔 두꺼운 옷들로 인해 낯선 사람의 몸과
더욱 밀착되고 더욱더 내 팔을 움츠려야 한다.
그리고 큰 짐가방에 부딪히는데
기본적인 에티켓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한다.
때로는 뉴스에서 보던 변태, 취객, 심지어 노점상인까지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것 같다.
무시를 하려 해 봐도 내 무릎에 올려놓는
무언가가 적힌 종이는 더 불편하다.
줄 새치기를 하거나, 아직 하차하지 않은 승객들이
어깨로 밀어붙여 들어오는 모습은 정말 화가 난다.
내려야 할 때도 서두르며
마이웨이로 좌석을 차지하는 사람들,
특히 특정 연령대에서 자주 보이는 무례함은 참기 어렵다.
원래 비워둬야 할 핑크색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나도 정말 힘들 때 앉은 적이 있는데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되고 불편하다.
원래는 마땅히 항상 비워주는 게 매너지만
임산부가 있어도 끝까지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불편하다.
지하철에서 만큼은 나는 프로 불편러다.
아마 나도 누군가에겐 빌런이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가를 통한 불편러 졸업]
그리고 요가를 시작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최근 9호선 지하철에서의 일이었다.
9호선을 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퇴근시간의 9호선은 압사 직전 상황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급행의 경우는 더욱더.
그런데 이날 난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요가를 통해 얻은 내면에 집중하는 법과
몸의 이완 덕분에,
마치 콩나물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며
따뜻한 온기와 내 발끝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외부 자극에 휩쓸리던 내가
조용히 스스로를 바라보고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가를 계속하다 보면
아마도 이제는 불편러에서 해방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