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와 결국 담판을 짓다 1

by 쫄기니


정말 아이가 얄미워 쿵쿵 소리를 내며

아이에게 다가갔는데

아이오는 겁에 질린 표정을 했고

와이프는 달려와

아이를 감싸 안은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신이 돌아와 씩씩 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 감정을 추슬렀다.


아이들을 키우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베이비시터까지 있는데

뭐가 이렇게 다 내 뜻대로 안 되는지

답답하고 억울했다.

.

.

그리고 며칠 뒤

회사에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와이프에게 급하게 연락이 왔다.

"여보, 아이오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

"아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일단 알았어. 집 가서 얘기하자."

.

.

원래 땀이 많은 나인데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언더그라운드 안에서 온갖 찌린내가 난다.


호주는 안 이랬는데

런던은 여름만 되면

이 불쾌한 냄새 때문에 타기가 싫다.


오늘도 기력 없이 흐물흐물해진

몸을 겨우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현관 앞에서 마주친 와이프.

와이프에 눈에 걱정이 비치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베이비시터

야미는 위층에서 케이토를 재우는 듯

조용했다.


아이오는 거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이윽고 나와 아내를

발견하고는 달려오는 아이오.

"마미~~"

껄끄러운 듯 눈길조차 주지 않는 아내.


그리고 우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저녁식사 자리에 모였다.

오늘도 무탈하게 하루를

잘 보냈다고 말하는 베이비시터 야미.


그 말을 듣고 와이프는 팔짱을 낀 채

아이오를 흘낏 노려보며 말을 걸었다.


"정말 오늘 아무 일도 없었니? 아이오?"

영문을 모르는 베이비시터

야미는 튀어나올 듯 커다란 눈망울을

양쪽으로 정신없이 굴려댔다.


"네... 아무 일 없었어요."

"아닌데? 엄마 오늘 학교에서

전화받았는데 정말 하고 싶은 말 없니?"

"...."


나는 아이오를 유심히 관찰했다.

곧 터질듯한 물만두처럼 점점 어그러져가는

아이의 표정.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잘못한 것은 단호히 혼나야 한다.


"나는 흑인이 싫어요?"

"으아아 앙, 마미.. 잘못했어요!"

"너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야. 다른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그 친구는 얼마나 기분이 나빴겠니?"


"네.."

"아이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너는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해."

"Yes.. 대디.."


아내가 다시 온화한 표정을 짓자,

아이오는 금세

엄마한테 와락 안기며 울기시작했다.


반성하는 모습이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저녁식사를 마쳤다.

.

.

그리고 다음날 저녁이 되자

베이비시터 야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카쑨.. 아이오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 있는데요."


"??"

"어제저녁식사시간에 얘기한 그 사건이요.."

"뭔데? 얘기해 봐."


베이비시터 야미는 내 앞에

서서 우물쭈물거리는 모습을 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이오가 어제 반성을

안 한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아침에 학교 데려다주면서

그 얘기가 또 나왔어요."

"??"

"흑인이 싫다는 말이요."

"??"


"아이오가 저한테 갑자기,

‘나는 흑인이 싫어! 근데 우리 엄마한테

얘기하지 마!'

이렇게 얘기했어요.


이걸 카쑨한테 얘기를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많이 했어요."


"일단 말해줘서 고마워.

알겠어 우리가 알아서 할게."


화가 났다. 반성한 태도는

그럼 거짓이었나?


야미 앞에서는 그렇게 말했다는 건

그게 진짜 속마음인 걸까?


본인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님 주변아이들이 하는 말을 따라 하는 걸까?

와이프랑 진지하게 얘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야미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계속 고민을 했다.


와이프한테 말하자마자

그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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