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색깔
내게 문신이 있다.
가끔은 내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평소와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한다. 어색하게 말을 더듬거나 갑자기 용기가 솟아 목소리를 높인다. 질투가 앞장서면 늘 그랬다. 누군가의 사랑과 인정, 손 뻗으면 잡힐 듯한 성취. 내가 갈망하는 것들을 향해 돌진하는 기차.
기차는 경로를 벗어나 철도가 깔리지 않은 들판을 질주한다. '덜컹, 덜컹, 덜컹' 내가 알던 것들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얼마나 지났을까. 순간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여기. 조금은 낯설어진 내가 오늘에 정차해 있다. 들판을 달린 바퀴에 새겨진 날카로운 흔적.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문신처럼 내게 남아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새겨진 흉터를 벅벅 문질러 본다. 어쩌면 지워지지 않을까. 흔적도 없이 그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문신은 예쁜 나비가 되어 날았지만, 또 어떤 것들은 괴물의 모습이었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창피한 욕심의 결과.
새겨진 문신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검은색부터 보라색까지 형형색색의 그림들.
어느 날, 친한 동료 부부와 술을 먹다 물었다.
"혹시 질투해 본 적 있어요?"
그들은 멋쩍은 듯 웃었다. 건너편에 앉은 J는 누군가를 부러워한 적은 있지만 질투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부러움과 질투의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J는 어떤 사람이길래 질투의 기억이 없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누군가 내게 질투한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말할지.
대답을 정리하기도 전에 나는 난데없는 고백을 했다.
"나는 J가 질투 날 때 있는걸. 밝고 거침없이 당당한 모습. 직원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J는 호탕하게 웃는다. 깔깔깔,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환하게 웃는 J를 바라본다. 식도를 타고 넘어온 농도 옅은 질투가 사방에 흩뿌려진다. 흔적도 없이 투명하게.
질투를 고백했던 그날을 가끔 돌아본다. 창피할 줄만 알았던 감정.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만 같았던 행위.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날 행복했다. 질투 안에서 언제나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것 같았던 '나'. 고백의 순간, 나는 그제야 내가 '나'를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꽁꽁 싸매고 지우려 했던 문신들을 꺼내고 싶어졌다. 하나하나 꺼내 낱낱이 보여줘야지. 몸 깊숙이 숨겨진, 잘 보이지 않는 흔적들을 찾아본다. 저 옛날, 15년 전에 엄마가 새겼던 그림. 10년 전 첫 남자친구가 남기고 간 글씨.
질투의 흔적을 따라가며, 나는 과거의 나를 안았다. 좌절과 욕망, 자책과 자만에 버무려진 과거의 나. 그때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까.
이제야 나는 보여주고 싶어졌다.
내 일부가 되어버린 이 형형색색의 문신들을.
그리고 말해야겠다.
나는 더 이상 창피한 질투는 하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