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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y Mar 11. 2022

미국은 한국의 ‘오래된 미래’..?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를 읽고

안병진 교수님의 필체처럼 표지가 위트 있다. 하지만 책 속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의 건국시조들이 기획한 필라델피아 헌법회의부터 2차대전 전후 세계질서, 그리고 트럼프 시대에 이르기까지 독자를 한숨에 몰입시킨다. 모두가 찬동하던 미국식 자유주의 정치모델의 구조적, 내재적 한계를 세밀하게 파헤치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랑하던 엘리트 상원, ‘멈추지 않는 제헌의회’ 연방대법원, 기회가 멈추지 않는 ‘아메리칸 드림’의 소유적 개인주의는 이제 종말을 맞았다. 극단적 정파성으로 인한 교착상태의 상시화, 법인 인격체론이 만들어낸 극심한 양극화가 미국을 3분할해버렸다. 기존의 질서를 고수함으로써 애국을 하는 토크빌주의(바이든, 해리스, 오바마, 매케인), 문명의 대결을 고대하는 헌팅턴주의(트럼프, 베넌, 볼턴), 그리고 사회민주주의와 세계시민주의를 결부시킨 데브스주의(샌더스, AOC).


+ 한국정치에도 설익게나마 대입 가능한 틀이었다. 중도적 보수주의를 갖춘 타협주의자 진영 (문재인, 정세균, 이낙연, 유승민, 김세연, 정의화), 강력한 진보적 캐릭터를 내세운 진영 (심상정, 노회찬, 권영길), 극단적 애국주의와 반공주의로 무장한 진영 (태극기 세력). 2022년 대선의 문제점은, 양대 후보가 그 어느 카테고리에 쉬이 분류할 수 없는 유형이라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과감하게 그간 우리가 봐오던 이론서와 교과서를 덮어두라고 단언한다. 그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에 편승하던 한국은 대질서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기후위기, 미중 신냉전,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만들어낸 회오리는 이제 한반도를 휩쓸기 직전이다. 자애롭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바이든이 신냉전 이념 대결을 이끌고, 오히려 더욱 촘촘하게 우리의 양자택일을 압박하는 모습만 봐도 그러하다.


비록 바이든이 트럼피즘의 재선을 막아 세웠지만, 성향상 보수적이고 정치적으로 중도적 타협주의자인 그가 초대형 인프라 투자 예산안과 사회보장 예산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생경하다. 중도주의자가 추진하는 사회민주주의적 어젠다. 이것이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놓인 역사적 좌표를 보여준다. 언제든 트럼피즘의 극단적 문명대결주의와 고립주의는 토크빌주의를 집어삼키려들 것이다.


2024, 미국 대선이 또다시 다가오고 있으며 그해 우리 역시 총선거를 치른다. 그간 한국 정치는 미국정치의 설익은 모조품이었다. 이제 모조하기에 미국정치는 너무나 멀리 가버렸고, 우리 한국사회는 다음 질서를 만들어내기에는 너무나 지엽적인 인격모독만을 정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덧. 이번 대선 결과를 보고 미국인들이 궁금해한다니까 한국 분들은 이렇게 설명한다고 한다. “K-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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