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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Aug 19. 2024

별거 10년째(1)

시작하며...

별거 10년째...

삼십 대 중반에 별거 시작했을 때는

두 아이들이 초등학생...

직업도 능력도… 모아놓은 돈도 보금자리도 없었다.


너는 아이들을 키울 자격도 능력도 없어.
직업도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
당장 준비해 놔! 애들 데려갈 테니!!!


그 당시 나는 남편과의 합의하에 대학원을 다니면서 남편과 떨어져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직장은 다니지 않았지만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계에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런 잔인한 말로 나를 찔러댈 수 있는지…

내 통장에는 백몇 십만 원 밖에 없었다.

너무나 비참했지만 정말로 아이들을 뺏길까 봐 나의 무능력을 원망하며 벌벌 떨면서...

그때 냉정한 현실을 알게 된 것 같다.


처음 들은 말도 아니었지...

이런 말을 두 번째 들을 때까지

스스로 살아낼 준비를 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남편과는 별거를 마음먹은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벌써 만 9년을 넘어 10년째에 들어선다.

딸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그를 멀리서 본 것이 다다.


내가 이렇게 별거를 오래 했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꺼려지는 긴 시간이다.


별거하자마자 남편은 생활비를 끊었고

그 후 몇 달 동안 50만 원을 보내왔다.

나는 쓰던 논문을 내팽개치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국가자격증을 따고 구직활동을 계속했다.

별거 후 1년 정도 지났을 때...

나는 내 전공에 맞는, 괜찮은 조건의 일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8년 넘는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일하며 아이들을 키워왔다.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은 이제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달,

나는 이혼소송을 시작한다.


달콤하고 시원한 망고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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