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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Aug 20. 2024

별거 10년째(12)

언감생심?

2018년 별거 3년째...

대학교수로 취직 한 지 2년째...


일하면서 얻는 성장과 월급 ㅋ,

아이들이 적응하여 잘 자라는 모습이 나를 힘내게 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박사학위를 받아서

다른 조건이 좋은 대학으로 옮기는 것이 나의 다음 목표였다.


일본에서 박사논문을 내고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은

학교와 지도교수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다.

내가 다녔던 지방 국립대학은 무조건 단독으로 학회지에 세 편의 소논문이 게재되어야만 박사논문 제출이 허용되었다. 취직하기 전에 두 편의 소논문은 써 놓았었기에, 마지막 전국학회지 투고가 남아있었다. 전국학회지에 단독연구로 소논문을 투고한다는 것이 내 분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투고한 지 1년에 가까운 사독(査読)과 수정을 거쳐 겨우 전국학회지에 소논문이 게재되었다.    


이제 복학을 하고 박사논문 점검을 받아 제출할 수 있는 기본 자격은 갖추어진 것이다.

그런데 실상... 그 당시 나는 알레르기와 아토피환자로 워킹푸어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신앙으로 이겨내려고 해도... 내게 남은 힘이 없었다.

나의 몸은 만신창이였고, 나의 뇌는 늘 풀가동되고 있어서 박사논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

박사학위 취득을 포기하는 거야.


나는 이미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가 되었고, 잘릴 염려도 없잖아.

월급 적은 거? 아이고, 이직하려다가 죽겠다... 욕심내지 말자.

감사함으로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나는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출근해서 미친 듯이 일하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봤다. 주일에는 교회에 나가 설거지도 하고 운전봉사도 했다. 월급은 들어오자마자 빠져나갔다.

나는... 정말 고장 난 쳇바퀴처럼 단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고... 부서질 것 같았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던 가운데 예전에 살던 도시의 아주 유명한 사립대학에 정규직 교수자리가 났다.

그 자리를 넘보는 것은 내게 정말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공고내용을 보는 순간, 나는 느꼈다.

누가 뭐래도 이 자리는 내 자리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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