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센터에는 나를 포함해 여러 다른 나라에서 온 여러 선생님들이 계신다. 몰디브, 말레이시아, 중국, 타이완, 그리고 나, 한국.
우리들의 공통점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거,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배워서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는 거, 책임감이 강하고 체계적이고 열정적으로 가르친다는 거.
그에 반해 네이티브 영어 선생님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정말 가르치는 것에 열정이 있고 열심히 잘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부류. 학생을 대하는 마음이 진심이고 본인의 일을 즐긴다. 또 다른 부류는 그리 딱히 열정이 있는 것 같진 않으나 임기응변에 능해 작은 일도 대단한 일로 포장을 잘해서 별 거 하는 건 없는데 잘하는 것처럼 늘 자신을 잘 드러내어 윗선의 인정을 받는 부류. 그러다 보니 senior라는 포지션은 마지막 부류의 사람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난 이런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말발이 좋고 임기응변이 능하니 어디에 가도 꿀리지 않고 자신만만한 사람들. 별 거 아닌 것도 대단한 것처럼 남을 수긍시킬 수 있는 이들. 이건 진짜 타고난 능력이다.
하지만 그들을 보면 난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첫째, 난 언어적으로 열세하다. 나름 하고 싶은 말은 잘 표현하며 산다고 해도 그들에 비하면 내 표현능력이나 어휘력의 한계는 극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 원체 성격이 소심하고 내향적이라 사람을 내편으로 만드는 친화력이 절대 부족하다. 낯 선 곳에 가면 꿔다논 보릿자루 되기 일쑤고 사회성도 좋지 않은 편이라 오히려 가급적이면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사람인지라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그저 신기하고 부럽다. 하지만 내가 절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본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그런 쓸데없는 노력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한국사람인지라 표현이 직선적이고 한국 엑센트가 섞인 영어를 쓰지만 내가 하는 일에 문제가 없고 나름 남들보다 행정적인 일이나 가르치는 일에 체계가 있고 빠르며, 내 할 일은 정확하게 해 낸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굳이 누군가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내가 한 일에 만족하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정한 기준에 스스로 그만하면 됐다고 만족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선생이라면 굳이 또 다른 누군가의 평가에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다고 보니까. 그게 누가 되었건. 그렇게 심플하게 살기로 마음먹고 난 뒤론 마음의 동요가 적어졌다. 누군가는 senior로 올라가기 위해 매니저와 작업 중이고 누군가는 매니저의 난색으로 노조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려고 하고 있고.... 또다시 promotion round가 돌아오고 있다. 이때쯤 되면 좀 시끄럽다. 본인이 한 일을 매니저에게 인정받았다고 느끼는 이들은 웃고 있고 한 일에 비해 인정을 못 받았다고 느끼는 이들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인정받기 위해 다시 도전하려 한다. 이걸 두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했던가... 뭘 그리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나. 그래 봤자 일주일에 햄버거 세트 하나 값 더 받겠다고.... 난 할 주제도 못되지만 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내할일을 즐기며 내 인생을 즐기는데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