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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Apr 29. 2023

Culture Shock & Homesick


가깝지만 다른 나라, 호주, 한 번도 가 본 적 없던 새로운 도시, 캔버라에서 대학1학년을 시작한다는 기대와 함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정신없이 한 학기를 보낸 뒤 방학을 맞아 돌아온 딸은 생기로 넘쳐있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그렇게 4주의 방학을 집에서 편히 보내고 돌아가며, 공항에서 약간 기분이 다운되어 보였던 딸. 살짝 걱정이 되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학기 시작하자마자, 소화 불량에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다 2주를 앞당겨, 9월에 텀 방학이 되어 다시 집에 돌아왔다.  살이 쏙 빠지고, 먹는 거마다 체증 때문에 고생하는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항상 받았던, 예상했던 약들, 그다지 별 효과가 없는 것들이었다.  다행히 이곳에도 한의원이 있어, 돌아온 지 3일 차 되는 날부터 데리고 다니며, 침 맞히고, 약 받아 먹이고... 음식 조절하고... 약 3주를 치료하고, 다시 캔버라로 돌려보내는 날...... 딸은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드디어 올 것이 온 모양이었다.  homesick.....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랐어도, 한식을 먹고 자랐으니, 기숙사 음식이 입에 안 맞았을 것이고, 편한 집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다, 작은 기숙사방에, 공용 화장실, 샤워실 등, 나름 열악해진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더 힘들었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학과 공부 따라가기가 힘든데, 과제는 끝도 없이 나오고... 생각했던 것처럼, 대학생활이 녹녹지 않으니, 스트레스는 겁나 받고, 잠도 잘 못 자고, 항상 피곤하고, 소화도 안 되고... 예상했던 바였고, 계속 딸아이에게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 거다 경고해 왔던 터였다.


그렇게 큰 딸은 culture shock에 향수병을 경험하며 한바탕 홍역을 치르듯 2학기를 힘겹게 마쳤다. 


Culture Shock 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1. Honeymoon stage    

2. Shock stage.  

3. Acceptance stage

4. Understanding stage.


이름처럼, 첫 번째 단계였던 첫 학기는 모든 것이 다 신기하고 좋았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서니, 생각했던 것하고 다른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테고, 이상하다고 또는 힘들게 생각되는 일들, 버거운 일들이 많았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4주간의 방학을 보내고, 기숙사로 돌아간 첫날부터 딸은 우울해하고, 힘들어했다. 그 덕에 수시로 문자하고, 밤마다 통화하며 괜찮은지 확인하고, 먹는 음식 체크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계속 장려하고... 보통일이 아니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온 신경은 다 그곳에 쏠려있는, 힘든 시간이었다.


다행인 건, 그렇게 계속 전화로 얘기하고,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을 스스로 조절하고 조심하며, 체증과 두통은 거의 사라졌다. 결국은 스트레스가 일으킨 병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딸아이는 세 번째 단계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접어들었고, 여전히 음식이 입맛에 안 맞고, 소화시키기 힘들고, 과제도 많고,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스트레스는 많이 받았지만, 나름 스스로 여러 상황을 조절하고, 받아들이는 듯했다.  힘든 시기를 버티지 못하면, 내 도, 내 후년도 없다는, 나름 설득반, 협박 반의 엄마 말에 수긍했는지, 아님 체념을 했는지, 징징대는 것도 덜 해 졌고, 그렇게 나름 안정이 되어 갔다. 그렇게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며 연말에 1학년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면, 나의 대학 1학년 생활고등학교 때와 그다지 큰 변화 없이 집에서 학교를 다니며, 갑자기 주어진 자유를 누리느라, 노느라 바빴던 철없는 시절이었는데..... 문득 생각해 보니 나보다 딸이 더 빨리 철이 든 듯한 이 느낌음 뭐지...?


어쨌든 2022년은 큰 딸아이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한 해였다. 딸아이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공부에 치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느라, 우리 부부딸을 멀리 떨여 뜨려 놓고 혹시 뭔 일이 생기지는 않나 하루하루 걱정하느라,  또 유학비용 감당하느라,  딸아이 건강 신경 쓰느라..... 힘들다고 징징 댈 때마다, 그러게 그냥 뉴질랜드에서 공부하지, 왜 호주를 갔느냐는 원망의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올뻔한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꾹.... 잘도 삭였다.  대신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로, 원래 대학 첫 해가 가장 힘든 때라고 딸아이를 다독였다. 그렇게 만 열일곱에 남들보다 빠른 대학생활을 시작했고, 굳이 하루라도 더 빨리 세상밖으로 나가 사서 고생 하겠다는...... 저 철없는 딸아이를 당근과 채찍으로 잘 키워내야 하는 게 엄마로서의 나의 몫이니... 어찌하랴....


그렇게 한 해를 멀리 떨어뜨려놓은  자식에 대한 걱정, 돈걱정도 모자라,  어디서든 남들보다 공부던 뭐든 잘해 주길, 무슨 일이던  알아서 혼자 척척  잘 해결해 주기를 바라던 나의 터무니없고, 근거 없던 딸에 대한 기대치..... 그걸 낮추고 포기하는 연습을 1년 동안하고 나니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여유와 자신감이 좀 생긴듯하다.

 해가 갈수록 더 나아지겠지...... 2023년 드디어 대학 2학년.... 첫 학기를 보내며, 아직까지는 그렇게 힘들다고 징징대지 않는 딸을 보며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이제 적응을 좀 했나 싶어 마음이 좀 놓인다.  새로운 도전에는 항상 맘고생 몸 고생이 따르는 법... 생각해 보면 culture shock 은 단지 이민이나 유학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듯하다. 직장을 옮기고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고,  새로운 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도 비슷한 단계를 밟아 나간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매일,  끊임없이 culture shock을 경험하며 적응해 나가는 중이 아닌지..... 그나마 다행인 건 그 힘든 과정을 계속 겪으며, 결국에는 다 괜찮아진다는 진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린 또 힘을 내서 내일을 살아갈 기운이 난다는 거..... 오늘도 알게 모르게  culture shock을 경험 중인 내 딸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좀 더 힘을내 잘 버텨주기를, 잘 살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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