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어나 남편이 핸드 드립으로 내려온 커피를 창가 소파에서 마시며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하는 건 이젠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상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주중엔 일하느라 애들 픽업하랴 방과 후 활동에 데려다 주랴 쳇바퀴 돌듯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했고 토요일엔 Saturday music school이 8.00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7.30에 나가 12.30분까지는 애들을 따라다니며 중간중간 아침, 간식 챙겨주며 악기 관리 하며 수업 참관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일요일 오전에는 또 작은 딸아이의 피아노 레슨을 도시 반대편 끝으로 데리고 다니느라 오전부터 준비해 또 나가야 하니.... 일주일 내내 늘어질 틈이 없었다. 그러다 터진 코비드... 엎어진 김에 쉬어 가라고 했던가.... 모든 일상이 다 올스탑과 동시에 지금까지 누리지 못했던 여유로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길에 운전하며 마시던 커피는 창가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게 되었고, 주중보다 더 바빴던 토요일, 일요일은 늦잠을 잘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게으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즈음 아이들은 Saturday music에 흥미를 잃어갔고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찾아온 주말의 커피 한잔의 여유. 그렇게 우린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즐기고 있었다. 이젠 주말에 애들 픽업 드롭할 일도 없어졌고, 일찍 일어날 일도 없으니, 나름 일찍 일어난다고 해도 8.30분쯤..... 잠옷 바람으로 대충 한 시간 정도는 창가에 앉아 커피 마시며 늘어져 있기.... 주말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이다.
직장 생활하며 애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그동안 대화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우리..... 그래서 더 쌓여갔던 불만들 서운함들......
최근 몇 년간 함께 커피를 마시며 더 자주 대화하게 되었고, 그렇게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부부는 삶의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 힘을 합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운명 공동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마음으로는 그냥 잊어먹고살았다. 그동안 가끔씩 남편이 진짜 내편인가 남의 편인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고, 20여 년의 결혼 생활동안 진짜 내편이 되라고 수많은 질타와 협박을 해 왔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남편은 이미 오랜 시간 내편이었다는 것을, 내편이 되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인생의 동반자, 동지, 친구, 그리고 내 짝! 그렇다고 남편이 다른 사람으로 변한 건 아니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대화를 하며, 그저 내가 그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그의 생각과 마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포인트는 남편이 변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고, 내가 남편을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남편도 내 마음을 더 알아주기 시작했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한 시간여의 짧은 시간이 가져온 변화..... 이미 다들 그러고 있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부부들이 다 내려놓고 서로의 마음에, 말에 일주일에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