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민자로 산다는 건....
1. 왜 이민을? 왜 하필 뉴질랜드...?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내가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20년을 살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저 한국에서의 불안정한 직장 생활이, 직장-집- 직장을 오가는 갑갑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 끊임없는 불화가 생기는 집안 환경이 내 전부였던 삶을 바꿔보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이.... 세상 밖으로 나가 여행도 좀 더 하고 싶고 공부도 좀 더 하며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한국을 떠나 왔는데... 이곳에서 직장을 잡고 정착하고, 아이들이 나고 자라서, 큰애는 벌써 대학을 들어가고... 20년이라는 세월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눈 깜빡하고 나니 오늘이 되어버린 느낌.
뒤 돌아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 가진 거 없이 남의 나라에 와서 직장도 생기고 가족도 생기고 차도 생기고 집도 생기고.....
그렇다고 뉴질랜드 정부가 우리에게 뭘 대단한 걸 해 준건 없지만, 이방인인 남편과 나를 흔쾌히 받아주고 개인으로, 가정과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나라.. 뉴질랜드... 정말 고마운 나라... 이제 내가 나고 자란 한국과 견주어도 어느 나라를 선택하기 힘들 만큼 소중해진 나라...
그럼에도 녹녹지 않은 이민 생활에 나를 포함해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한국 교민들을 보며... 나이가 들 수록, 자식들을 키워내며 문득문득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언제까지 여기서 살아야 하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등등...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왜?'라는 질문들을 어떻게 스스로에게 대답하고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고민들을 좀 덜어 낼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내 삶의 질을, 나와 비슷한 다른 교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다.
어제는 유학 와서 공부하는 젊은 친구를 만났는데 work visa 받아서 영주권까지 받고 뉴질랜드에 정착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물어봤다... 왜 이민을? 왜 하필 뉴질랜드에...?
누구든 이민을 생각하고 결정했을 때는 한국에서 해결하기 힘들 것 같은 문제에 부딪쳐서 그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어 또는 단순하게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그 출구로 이민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그런데 막상 이민을 와 보니 문제의 본질은 다르지만 더 많은 더 힘든 문제들에 봉착하며, 이러려고 이민 왔나 하는 자괴감과 좌절을 수 없이 경험하며 많은 고민과 마음의 힘듦을 끌어안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의 이민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며 이민생활에 대한 기록들을 써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