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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Apr 22. 2022

뉴질랜드 이민생활: 벤츠를 타시네요!

 2. 이민 생활 성공기?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잠깐 만나고 소원해졌던 지인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고 차 한잔 하자고 약속하고 헤어진 지 며칠 후....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 수다 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질 때  문 밖까지 배웅을 해 주던 지인이 문득 내 차를 보고 흠칫 놀라며....'차가 벤츠예요?' 묻는다.


맞다... 나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탄다. 그것도 새 차를 뽑았다. 2년 전에...


대뜸 그분 하시는 말씀 '야, 이민 성공하셨네! 집도 좋고 차도 벤츠고...'

기분 나쁘지 않은, 한편으론 맞는 말이다 속으로 생각하며 웃으며 말했다...'든든한 은행의 지원으로...'

20년 전 한국을 떠나오며 1년 생활비 1000만 원 달랑 들고 왔다. 그런 생각하면 나와 남편은 지금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이다. 나름 좋은 집도 있고 차도 있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건 뭐 빛 좋은 개살구를 이런 경우에 쓰는 게 아닌가 싶은데

..... 거의 대부분의 재산은 은행 소유고  우리 부부는 그냥 그중 조그마한 portion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얘기를 지인을 잡고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그냥 웃고 넘겼지만 사실 은행 이율이 오를 거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살 떨리는 이 불안함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지금은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거 외엔 별 수가 없다.


그럼 우리는 왜 그렇게 큰 빚을 지며 좋은 차를 탈까? 집은 나의 욕심이었고 차는 남편의 욕심이었다. 20여 년 가까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사는데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50이 가까워지는 우리의 나이... 몸이 slow down 하라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더니 2020년에는 남편이 이유 없이 살이 엄청 빠지고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었다.  연말에 가서는... 이러다 사람이 어느 순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지나쳤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왜 이렇게 힘들게 일만 하며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와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지친 마음이 들어왔다.


하지만 현실은 자식들이 독립 할때까지는 아직 7-8년이 더 남았고 대학도 보내야 하고... 일을 그만두는 건 생각만으로도 사치였다.  마침 중고로 사서 10년 넘게 쓰고 있던 낡은 차가 고장이 나고 수리비가 엄청 나온 게 계기가 돼서 어차피 빚을 내서 차를 사야 할 상황이었는데 이왕이면 새 차를 사고 싶다는.... 이왕이면 좋은 차를 사고 싶다는 남편의 소망을 무시하지 못했고, 그래도 아껴 살면서 애들 뒷바라지해야지, 미래를 위해 지금 희생해야지 라는 당연한 진리에 설득당하기 싫었다....  그러다 남편은 맘에 드는 차를 발견했고 우리는 온전히 100% 다 은행빚을 내서 새 차를, 그것도 밴츠사는 큰 사고를 쳤다. 사고 나서는 미쳤어... 제정신이 아니야... 큰일을 벌였어... 이제 어떡하지...라는 걱정 반 후회 반에... 한 동안 마음이 불안했었는데.... 편안한 차를 타며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그래.... 시간이 돈보다는 중요한 거다!


그렇다. 은행도 빚을 내 만 하니까 내 준거다. 우리 둘 다 직장 생활을 하니 은행 입장에선 최소한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거 같다.....


후회는 없다. 가끔 저렇게 속도 모르고  우리의 겉모습만 보고 우리가 대단히 성공하고 부자인 거처럼 생각하시는 교민 분들이 있으신데.... 우리는 단지 근면 성실하고 근검절약하는 한국 정서에서 잠깐 out of box 또는 crazy 했었던 거뿐이다.  그리고 그걸 감당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뭐가 맞는 건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닌 이민 생활이지만 살아보니.... 결정은 심사숙고해서 내리고, 모든 가능성을 점검해 보고, 일단 결정을 내렸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일 중요한 건 후회를 안 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가끔씩 이렇게 앞 뒤 안 재고 일을 저지를 때가 있긴 하지만.... 그렇지만  집이 됐든 차가 됐든 애들에 관련된 문제든... 무슨 무제가 생기던 어떤 마음의 갈등이 생기던  온 마음과 최선을 다 하는, 내가 벌인 일에 반드시 책임을 지려는 자세로 임한다면 결국엔 잘 해결 될거라 믿는다.  나는 벤츠를 탄다. 그래서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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