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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Dec 26. 2020

나의 오늘을 생각하게 하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누구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이 영화는 2016년에 개봉되어, 2016 칸영화제 황금종료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켄 로치가 감독으로 데이브 존스와 헤일리 스콰이어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최고의 복지 국가라고 하는 '영국'의 복지 정책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는데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 누구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많은 생각과 뭉클함을 주는 영화입니다. 



단지, 열심히 그리고
꿋꿋하게만 살아왔을 뿐!!


긴 투병생활 끝에 와이프를 보내고 홀로 살아가고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평생을 성실하게만 살아온 목수입니다. 심장 질환이 생겨, 취업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질병 수당으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구직을 하면 안되는 몸 상태인데, 어느 날 질병 수당을 끊겠다는 우편이 도착했습니다. 질병센터의 의료 전문가 소견은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거죠. 

질병 수당을 계속 받기 위해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지만 모두 통화 중이고 대기 중입니다. 생계가 걸린 문제에 조바심이 난 블레이크에게 지루한 기계음만이 울릴 뿐이었습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건 재심사 신청을 하고, 심사관이 기각해야 항고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얼마의 기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죠.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 그에게 하루하루 인내하기 힘든 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 당신이 맞추세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선 급한 데로 구직 수당 신청을 해야 합니다. 관공서에 들린 다니엘은, 온라인 신청에 대한 안내를 받습니다. 다니엘은 연필 세대입니다.  "컴퓨터는 근처도 안 가봤죠"라고 얘기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디지털 시대잖아요!!"라고 합니다. 젊은 세대로서 살짝 웃긴 상황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사실 중요한 의미일지 모릅니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시대는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은행업무도 온라인으로 음식과 의류 등 모든 것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끔 주변에서 "나 이런 거 할지 몰라"라고 합니다. 시대에 요구하는 것은 끊임없이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챙길 수 있는 것과 모르고 챙길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죠



컴맹인 그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구직 신청을 인터넷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력하는 곳에 마우스를 올려놓으라는 말에 마우스를 위로 진짜 들어버립니다. 우여곡절 끝에 구직 신청을 하는데 이용시간이 끝나버리기도 하죠. 다른 날 다시 그곳에 가서 구직신청을 합니다. 한 상담원이 가르쳐주고 있는데 매니저가 그를 호출합니다 "잘못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합니다' 결국 더 이상의 도움 없이 진행하다가 실패하고 돌아와서 이웃집 청년의 도움을 받아 신청을 완료합니다.



우린 원칙이 우선입니다!!


여기서 우연히 한 가족을 만납니다. 얼마 전, 두 아이의 엄마인 케이티는 런던에서 뉴캐슬로 이사를 왔는데 지리를 잘 몰라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예정된 상담시간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는 바로 제재 대상으로 명단에 올리고 제재 판정이 되면 한 달 보상금 40%를 삭감될 것이라고 합니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이들에게 제재 대상이라니!! 억울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원칙이 우선이에요. 정시 출석이 원칙이었습니다"라고 합니다. 


블레이크는 이웃을 그냥 지나치치 못합니다. 그렇게 따뜻한 사람입니다. '사람이 사는 집' 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그 여자의 허름한 집으로 가서 고장 난 곳을 고쳐줍니다. 본인의 상황도 좋지 않지만, 전기요금을 못 내서 전기가 안 들어오는 집에서 사는 그 여자와 아이들에게 양보를 합니다. 


재심사 요청을 하기 위한 심사관의 전화를 55분 동안 기다렸습니다.. 수입도 연금도 없는 상태에서 마음은 조급하기만 합니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이렇게 대응합니다 "메모를 남기겠다. 지금은 심사관을 연결할 수 없다"라고. 이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관공서에서 구직 수당을 주기 위해서는 주당 35시간은 구직 활동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담당의사가 구직을 하지 말라고 했고 취업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구직 활동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만 구직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구직 활동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이력서를 제출하고, 그 이전에 이력서 특강을 수강하라고 합니다. 만약 불참할 경우 제재 대상으로 보고를 한다고 합니다. 


이력서 특강에서는 이렇게 가이드합니다. 

"기술이 있다고 해서 잘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눈에 띄십시오. 영리해지세요"라고...

하나의 기술로 '목수'라는 직업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블레이크... 그걸로 잘되는 시대가 아니라고 합니다. 구직이 되더라도 취업을 할 수 없는 블레이크에게 '눈에 띄십시오'라고 합니다. 




식료품 지원소에서 물건을 챙겨주는 시간에 케이티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순간적으로 캔을 열고 먹습니다. 얼마나 배고픔에 굶주렸으면... 그녀는 울면서 얘기합니다. "늪에 빠진 기분이라고" 모두가 먹고사는 게 힘들고 어려운데, 복지 재단은 '원칙'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것!!


세상은 다니엘을 빼고는 잘 돌아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웃 청년은 직구를 통해 싸게 장사를 하면서 즐거워하고 전 직장 동료들은 업무를 마치고 갖는 저녁 술자리에 그를 초대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스 전기요금 최후 독촉장을 받고, 복지재단으로 다시 구직수당을 신청하러 갑니다. 온라인 구직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다니엘은 동네에 이력서를 직접 제출하고 다녔습니다. 문제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부족해요"였습니다. 그리고 다니엘은 말없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안에 있는 낡은 가구를 정리를 합니다. 


이 원칙만을 고수하는 상담원들에게 진절머리가 난 다니엘은 자신을 구직수당 신청 명단에서 제외하라고 합니다. 생계가 막막한데도 말이죠. 다니엘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거요"라고..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와 벽면에 이렇게 적습니다 "굶어 죽기 전에 항고일 배정을 요구한다"라고. 사회의 제도와 원칙 앞에 맞설 수 없는 한 인간의 마지막 절실함이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어렵게 재심사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문 틈 안으로 두 명의 심사관이 보입니다. 블레이크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 저들 손에 죽고 살다니 참 우습지"라고 말입니다.


다니엘은 심사관들과 재심사를 앞두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생계를 위한 질병 수당을 승인받으려는 그날 그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작은 메모를 남기고 다니엘은 심장마비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정부가 너무 빨리 죽음을 이끌었던 것입니다.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니엘이 남긴 메모는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난 묵묵히 책임을 다해 살아왔습니다 난 굽실대지 않았고, 이웃이 어려우면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이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라고...


청춘이 영원할 것 같고, 조직에서 주어진 자리와 성과가 끝까지 보장되리라 생각하고, 이웃의 살아가는 모습이 나와는 다른 삶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맞추어야 하지만, 사회도 우리도,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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