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긴어게인 Jan 02. 2022

퇴사 후 7개월, 지금 마음은...

낯설고 새로운 세상에서 나를 찾아가는 중

아무리 원한 것이라도
변화는 불안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한 회사에서 15년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직했다. 15년의 긴 시간에는 아랑곳없이 이직을 결정한 것은 아주 짧은 1달여 기간이다. 그래서일까!! '섭섭함'보다는 '덤덤함' 마음으로 퇴사를 했다. 내 스스로 선택했고, 오랫동안 쌓아온 업무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이직한 회사로 첫 출근하는 날에 회사에서 주는 노트북, 명함을 받는 순간 '복잡한 감정'이 든다. "지금이 새 출발의 시작인가?" 좋든 싫든 변화는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되는 건 명백한 일이다. 



성장에 갈망했고 노후에 불안했다


그냥 모든 게 싫었다. 갈증이 났다. 돌이켜보면 내 중심의 서운함이 컸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하고 서로를 잘 안다고, 이해한다고 해도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 좋아 보였던 상대방의 모습이 미워보이고, 싫을 때가 있다. 이유가 있거나 때로는 이유도 없이 말이다. 그렇듯이... 오랜 기간 동안 익숙했던 것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회사의 제도, 운영체계, 함께하는 사람들.... 싫은 것만 눈에 들어왔다. 나 자신을 위한 일에는 게을러도, 회사일에는 부지런함으로 몇 번씩 번아웃을 하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 나의 하루의 대부분이 일로 채워지며, 그때는 그것을 열정이라 불렀다. 그 열정 대신 주변에, 일상에 불만, 불평이 커졌다. 생각해보면 서운함이 가장 컸었던 것 같다. 나는 회사에 로열티를 갖고 있으니까, 나는 열심히 했으니까, 나는 잘하니까. 나는 그만큼 충성했으니까... 어쩌면 "나는..."으로 시작되는 수많은 이유들을 만들어 내고 "나는..."이라는 그 이유로 남들과는 다른 위치, 다른 대우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내 중심적으로 생각했고, 행동했고, 그 기대가 너무나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 그 서운함에서 떠나고 싶었다.



선배들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는 불안했다.

회사는 내게 많은 것을 주는 곳이었다. 단순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안정적인 생활 자금이 나오는 것은 물론, 나의 성장과 회사의 비전이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것이 즐거웠고, 이곳에서 무한한 성장을 하며 나의 미래가 여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서 간 나의 선배들이 곧 나의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나의 현재 모습을 거쳐 나보다 나의 미래를 앞서 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많은 프로젝트를 하며, 힘들고 좋았던 그 과정을 함께 했다. 때로는 인생 얘기도 같이 할 수 있었던 멋진 선배들이 있어서 더 좋았다. 어느 날, 그 멋지던 선배들이 실적이라는 두 글자에, 작아지고 힘겨워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회사는 냉정한 곳이다. 회사는 누군가에게 힘겨운 순간에 따뜻하지 않다. 그들이 자존감이라는 세 글자, 명예라는 두 글자를 지키게 할 만큼 배려가 깊은 곳이 아니다. 그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것을 주는 누군가를 그때만 인정할 뿐이다. 유독 선배들이 혹독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고, 씩씩하게 걸어가야 하는데.... 나의 노후가 불안하기만 했다. 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것도 여러 번 마다하고 연봉 대신 회사에 대한 의리, 사수에 대한 의리, 익숙한 것에 대한 편안함 등 다른 것이 더 중요했다. 역시 내가 생각하고 싶은데로 생각한 탓이리라!! 이 회사가 책임져주지 않는 현실에서, 커리어를 더 쌓아야 했고, 경제적인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남의 탓 말고 고요히 나 자신을 들여보다며 나를 지키고 싶었다. 더 크고 넓고 차가운 곳에서 말이다. 늦었지만, 그게 지금이라고. 

 

그래서...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누군가를 만나면 "OOO 홍길동입니다"라고 15년간 했던 인사말부터 달라졌다. 동종 업계로 이직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선입견부터 팩트까지, 반겨주는 이도 있었지만, 반겨주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것은 오롯이 내가 견뎌야 하는 무게였고, 책임이었다. 오랜 세월 내가 살아온 발걸음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맘으로는 "당당하게"라고 다짐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낯설고 새로운 세상은 나에게 관대하지 않지만, 나는 나에게 올인한다.

내 중심이던 세상에서, 나는 One of Them일 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껴야 했다. 새로운 세상에서 수습(?) 아닌 수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서로를 신뢰하기까지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당연한 거지!! 그런데 때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속상하고 아프다. 어떤 상황에서 내 의견을 먼저 듣기보다 나보다 더 익숙한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듣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챌린지도 들어온다. 그래 당연히 이런 과정을 거쳐야지. 견뎌야지.. 적응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출근하고 일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그렇게 7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는 익숙해진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있는 나를 보았다. 특별히 슬픈 이유 없이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해지는 날처럼, 뭐라 말로는 콕 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아직 온전히 새로운 세상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여전히 답답하고 무언지 모를 속상함이다. 그렇다고 후회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회사와 일에 올인하지 않고 다른 무엇에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나에게 올인한다.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고,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오래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것들을 찾아가고 있고 아직은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 

 것 없는 하루, 많은 생각

매거진의 이전글 비슷한 하루인 듯해도 스스로 빨간 신호등을 켜야 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