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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Feb 14. 2022

비혼 40대, 서울 내 집 마련 노하우

강남은 아니지만 서울 하늘 아래 20평대 아파트를 마련했습니다.


비혼 40대, 나 홀로 서울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서울에 뒹굴 수 있는 아담한 거실이 있고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 침대가 있는 안방이 분리된 내 집이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내가 나에게 "그때는 힘들었지만, 고생했고 잘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1. 늦었다고 포기하지 않기

0평대 아파트를 마련했습니다

2004년 30살 무일푼으로 서울 입성, 적은 월급이지만 적금부터

지방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서른살에 무작정 빈손으로 서울에 왔다. 다행히 언니와 동생이 서울에 살고 있어 기댈 곳이 있었다. 그곳은 말로만 듣던 옥탑방이었다. 옥탑방이 낭만이 있다고 했던가!! 나름이겠지만, 내 기억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지하철역에서 15분쯤 걸어야 했고, 오래된 건물이 있는 주택가의 건물 한 곳의 꼭대기 층일 뿐이었다. 오래된 기억으로 3층 아니면 4층의 단층 빌라였던 것 같다.


옥탑방 출입문을 열면 입구에 가스레인지와 싱크대 하나가 위치해 있고, 맞닿은 문을 열면 바로 방이다. 방안에 문하나가 있었는데 욕실이다. 방 사이즈는 두 명이서 생활하기도 좁은데, 나를 포함 셋이서 살기에 비좁기만 했다. 최소 생활에 필요한 밥솥, 거울, 책상과 의자, 옷걸이 그것들도 비좁은 것에 한몫을 했다. 다행히 비좁은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가구나 가전을 구매할 필요도 없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월급을 받으면 50% 이상 저축을 했다. 이것은 외할머니의 저축 습관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외할머니는 시장에서 야채를 파셨다. 어떤 날은 몇 만원 어떤 날은 몇 천원치를 파셨다. 시장 가까이에 은행이 있었는데 은행 마감이 되기 전 늘 그곳에 가서 입금을 하고 오셨다. 본인이 드시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에는 냉정했고 손주, 손녀에게는 무언가를 해주려고 그렇게 모으고 또 모으셨다. 근데... 사실 그렇게 모은 돈은 컸다. 우리집에서 부자는 외할머니셨으니까. 그래서 난 500원, 천원이 우습게 볼 돈은 아님을 어린 시절 몸소 경험했기 때문에 적금이란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1년에 모아봐야 지금 생각해보면 참 적은 돈이지만 통장에 월마다 찍히는 그것도 일상에 작은 행복이었다.  



2. 실패는 괜찮다!! 망하지만 않으면

 

2006년 시드머니 2,500만원으로 공동명의 빌라 갭 투자

2006년 같이 살던 언니는 결혼했고, 동생은 유학을 가고 혼자 남았다. 1년 정도, 결혼한 언니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근무중에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니와 친하게 지내는 부동산 중개인이 있는데, 근처 재건축이 들어간다고 빌라를 사자는 것이었다. 갭 투자이니 소액 투자로 언니와 내가 공동명의로 투자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언니가 금융과 재테크를 잘 알고 있는 줄 알았다. 부자였기 때문에... 내가 놓친 건 언니가 부자가 아니라 시댁이 부자였고, 언니는 돈과 부동산에 대한 개념이 조금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에는...


여기서 실수한 건 3가지이다.


첫 번째 실수 : 집을 내가 직접 보지 않고 결정했다. 임장은 반드시 해야 한다.

중개인이 언니 지인이기 때문에 믿었다. 역에서도 가깝고, 집도 깨끗하고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정도 소액이면 부담스럽지 않아서 결정했다. 나중에 가보니 역에서 걸어서 15분이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빌라이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들어 올려는 사람이 없다. 전세 나갈 때마다 맘고생은 기본이고 이곳저곳 부동산 다니느라 시간 소비가 많이 발생된다. 또 하나 꼮대기 층인 경우 옥상에 금이 생겨 물이 샌다. 공사도 했다. 물론 집주인들 동의를 얻어 관리비에서 충당했지만 밤중에 울리는 세입자의 전화, 공사때마다 가봐야 하는 번거로움은 말도 못한다.


두 번째 실수 : 청약을 해지하고 내 명의를 써 버렸다. 맙소사. 명의는 생각하고 생각해야 한다.

언니는 집이 있었기 때문에 내 명의로 하자고 했다. 청약부금을 넣고 있었는데 내 명의로 첫 번째 내 집 마련에 들떠서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청약을 해지했다. 그러면 안 되는 일이었다. 명의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때는 몰랐다. 일생에 중요한 기회를 놓쳐버리는 순간이었는지를.


세 번째 실수 : 이익실현이 아닌 평가금액으로 이익 분담을 했다. 실현해야 이익이다.

언니가 집을 산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른 곳에 투자를 하겠다며 집을 팔거나, 투자금을 회수 하자는 제안을 했다. 당시 조합이 설립되고 있어 투자금액의 2배로 집값이 올랐다. 그런데 집을 팔게 되면 청약을 포기했는데 집을 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명의로만 하기로 했다. 투자금을 언니에게 주어야 하는데 2,500만원 투자금이 시세 평가로 5,000만원이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는 그게 그런줄로만 알았다. 당장의 큰 돈이 없으니 대출을 받았고, 대출이자라는걸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9년 금융위기가 왔다. 그리고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니에게 2배로 준 대출금을 갚느라 몇 년간 고생했고, 가장 마음이 아픈 건 현재 매입가격보다 지금 가격이 더 낮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조합원이 설립되고 진행되던 중 그 지역은 조합원 해산되었다. 재건축은 당분간 없다고 한다. 다른 곳은 올라도 이곳은 그런 곳인가 보다.


사실 이 집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깰 만큼 나의 스트레스 주범이다. 한동안 부동산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그 경험이 있었기에 사람들과 얘기하면서도 많은 조언을 듣게 되었고, 내 스스로 경험했기에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만약 더 큰 금액으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은 금액으로 일찍 경험한 것이... 완전히 망하지 않았기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3. 10년의 노력 끝!! 작은 평수 아파트 마련


2017년, 대출끼고 소형 아파트 마련

전체 현금으로는 불가했지만, 대출이 60%까지 가능해 소형 아파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집을 보러 다녔다. 여러 곳을 본 곳 중에서 한 곳을 택했다. 여러 곳을 다니면 다리가 후덜후덜 거릴 때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훤히 한강이 보이는 곳에 아담한 소형 아파트 하나를 기적처럼 발견했다. 잘 선택했다. 역에서 2분, 7~8분 거리 한강 산책로가 있었고 무엇보다 여의도, 강남으로 출근이 편리했다. 여의도로 출근이 많은 편이라 이곳을 선택했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소개 받았지만 지인중에 부동산을 잘 아시는 분이 있어 두 분께 의견을 요청드렸고, 직접 확인해보신 후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집에서 3년만 살고, 3년 만에 대출을 다 갚으리라 계획했는데 4년을 살고 나왔다.



그 과정에는 크게 나만의 3가지 노력이 있었다


① 시드머니 만들기 위한 연봉 올리기

시드머니를 올리는 방법은 연봉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 시절 현재처럼 유투버 등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을 열심히 하고 승진하고 그래서 월 실수령액을 올리는 방법이 전부이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다. 몇 번의 번아웃이 있었고 몸이 안좋아지기도 했지만, 우수 직원상을 받아 연봉률을 올리거나 승진하거나 그렇게 연봉을 올리는 건 현실이 되었다. 단,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학원 공부나 자격증 공부에는 돈을 들였고, 그 결과도 연봉을 올리는 내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는 것에는 연결이 되었다.


② 몸이 고단하지만 월세 말고 전세 살기

월세는 돈이 나가버리는 비용이다. 전세는 수익 창출이 되지 않지만 일단은 비용이 아니다. 월세를 사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나는 전세만을 고집했다. 적은 돈으로 전세를 구하기 위해서는 몸이 고단하지만 저렴은 집을 구하러 다녔다. 돈이 묶여 있다 보니 자동차 등등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전세를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더 하게 되었다.


③ 감가상각이 되는 것들은 사지 않았다.

가전제품, 자동차 이런 것들을 사지 않았다. 남들이 얘기하는 지방 곳곳 어딘가를 다녀보지는 않았다. 많은 돈이 드는 골프 등 운동은 나중으로 미뤘다. 그렇게 노력했다.


4. 타이밍이 중요!! 이익실현과 갈아타기



2021년, 강남은 아니지만 똘똘한 아파트로 갈아타기

운이 좋게도 전국이 떠들썩한 집값 상승은 나게에도 적용이 되었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질수도 있기에 그 전에 이익실현을 하고 싶은 조바심도 나고, 현재보다 생활이 편리한 곳으로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주변에서는 혼자서 살면서 10평대가 사는데 무엇이 불편하냐고 그대로 살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회사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던 저녁과 주말 시간이 좀 더 나의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확보되었다. 개인 시간이 많이 확보된 만큼, 똘똘한 20평대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게 똘똘한 아파트란, 누구에게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강남... 그런 곳이 아니다.  내가 얘기하는 똘똘함은... 교통편이 편리하고, 주거생활에 필요한 대형 백화점과 마트가 가까이 있고, 병원이 가까이 있는 곳.. 그리고 학군도 나쁘지 않은 곳... 딱히 호재라기보다, 투자라기 보다는 실수요의 똑똑한 한채를 갖고 싶었다. 점심시간에 택시를 타고 거주지역으로 와서 한군데를 돌아보고 다시 택시를 타고 회사에 들어가기를 몇 번!! 그렇게 내가 원하는 곳에 20평대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사 잔금을 치르는 날, 매도를 한 전 집주인 부부를 부동산에서 만났다. 선물용 떡 한 박스를 갖고 와서 나에게 선물 겸 주었다. 앞으로 좋은 일 가득하게... 잘 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집을 보러갈때, 인테리어로 실측을 하러 갈때 2번 뵙기는 했고, 늘 웃는 미소로 인상 좋은신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분들에게 좋은 덕담까지 듣고 나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매도 매수는 처음이라, 중도금과 잔금 치르는 과정에 자금 조달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인테리어 업체 선정에서 인테리어 과정까지... 세금 문제로 세무사 상담, 이사업체를 선정하고, 새 집에 들여놓을 가전제품, 가구 구매까지 혼자서 2개월간 정신없는 주말을 보내고 드디어 이사를 했다. 그때는 걱정에, 신경에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면 다 경험이 되었고, 따뜻한 내 집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한다.


늘 입버릇처럼, 딩굴 수 있는 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뒹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독서도 하고 글도 쓰고, 회사일도 틈틈이 하려고 소파 대신 원탁 테이블을 두어 서재형 거실로 구성했다.



식사를 할 때마다 상을 펼치고, 접고 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에 아일랜드 식탁으로 꾸며 보았다. 인테리어에 소질이 없어서 아기자기하게 꾸미지는 못했지만, 집안이 훤하게 해바라기 액자와 거울 하나로 분위기를 살려 보았다.


큰맘 먹고 산 안마 의자... 큰 금액이라서 렌탈을 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내 방, 내 침대가 생겼다.

전에 살던 곳에 선물 받았던 스탠드도 사용할 방이 없어 장식으로 두었다가, 이제 전구를 끼우고 사용이 가능해졌다.

 

가장 좋은 것은 요리를 할 공간이 넓어졌다는 것과 요리를 해도 침대나 옷에 음식 냄새가 스며들지 않는 공간이 있어서 좋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나만의 또 다른 공간 서재이다.


21년 12월에 이사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나홀로 결정하고,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로 힘들기도 했지만, 서울 한복판 20평대 아파트가 생겼다는 건 내 스스로 대견하고 행복한 일이다. 은행에 도움!! 받은 것을 빨리 갚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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