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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가 벗겨지는 순간 내 알몸이 드러났다.

부끄럽지만 이 또한 이겨내야 한다.

by 환오 Mar 02. 2025

이번 주 목요일에 <엄마의 유산2> 공저 집필 작업을 위한 첫 번째 과제 수행 발표가 있었다.

지담 작가님이 첨삭을 해주시는 날.     

우리 조원들은 미리 약속을 하나 했다.

지담북살롱 카페에 각자의 글을 화요일까지 올리고 서로의 글에 대해 코멘트는 포장하지 않고 날것으로 지적해 주기. 대신 상처받지 않기.

꼭꼭 약속해!(둘째 어린이집에서 나올법한 멘트)     


지금 필요한 건 그 어느 때보다 글에 대한 냉정한 평가이다.

나는 조원들의 글들을 일단 프린트해서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봤다.

다들 노력을 많이 하셨구나...

글 안에는 그 사람의 색채가 묻어져 있으며 땀과 인내와 고통도 담겨 있다.

이 글을 뽑아내기 위해 다들 많은 시간들을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는 게 느껴진다.     




공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프로젝트.

저 프로젝트 안에서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인생의 경험들이 책 속에 담길걸 상상하면 심장이 두근두근 흥분된다.     





나는 글을 올리기로 한 화요일 하필,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었다.

오전에 집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부동산으로 향했다.

내 생애 가장 큰돈이 움직이는 계약서.

4년 만에 계약서를 쓰는데 매번 쓸 때마다 처음 하는 일 같고 기억이 잘 안 나고 그렇다.


뻔하디 뻔한 계약서마다 복붙한 멘트들이지만 (이게 잘못되면 내 인생 가장 큰일이 터질 수도 있으니) 나는 부동산 사장님이 읽어주시는 그 멘트들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계약금 잔금을 치르고 홀가분하게 부동산을 나왔다.


큰 일을 치렀는데 이제 진짜 큰일이 눈앞에 남아있다.

그지 같은 첫 번째 글을 어떻게 수정할까?

사실 조원들 앞에 내놓기도 민망한 수준으로 며칠을 머리를 쥐어뜯고 작성한 원고를 올렸다.    

변명을 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도서관에 리더십에 대한 고전책들도 잔뜩 빌려왔지만 몇 장을 읽고 진도가 나아가질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피상적인 리더의 자세에 대해 A4용지 2장을 겨우 채웠다.

역시나 신랄한 비판이 돌아왔다. 예상한 결과이다.

조원들의 평가를 프린트로 뽑으니 한 장은 나온다.

그래. 다시 수정해야 한다.

누가 봐도 이건 쓰레기 같은 글이야!라고 냉정해진다.          


지담 작가님과 조별 코칭 시간을 앞두고 나는 점점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사실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악몽을 몇 번이나 꿨는지 모른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래, 내 글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다시 수정해서 쓴 글도 ‘리더십’에 대해 '나는 정말 아는 게 한 개도 없어요'라고 인정을 구구절절 펼쳐놓은 글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나.

그래도 수정본은 이것저것 짜깁기 하지 말고 내가 아는 만큼만 써보자 라는 생각에 군더더기 가지들을 많이 쳐냈다.          


이런 나의 상태를 지담 작가님이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지담 작가님은 오히려 내가 흰 백지라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어설프게 아는 게 더 위험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리더십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려고 한다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책을 가지고.

파다 보면 언젠가는 깨닫는 날이 오겠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기특이가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학습지처럼 나 역시 그렇게 매일매일 갈고닦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은 이리저리 헤매거나 우물쭈물하지 말라.

네게는 네가 적어 놓은 비망록 수첩이나 고대 로마인들과 그리스인들의 행적이나 나이 들어서 다시 읽어 보겠다고 생각해서 쌓아둔 발췌본들을 읽을 시간도 아마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네 자신에게 어떤 염려되는 것이 있다면, 아직 시간이 허락되는 동안에

다른 모든 헛된 희망들은 다 내던져 버리고서,

오직 그 목표를 완성하는 데 온 힘을 다 쏟아서 네 자신을 구해내라.(주1)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결국 바위를 뚫는다.

느리지만 결국 해낼 사람.

그게 나라고 믿는다.

나는 내 안에 있는 힘을 믿는다.



주1>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현대지성















*독자님들의 따뜻한 댓글은 저에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환오 연재]

월요일 오전 7: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시짜 이야기]

화요일 오전 7: [! 나랑 친구 해줄래?]

수요일 오전 7: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

목요일 오전 7: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시짜 이야기]

금요일 오전 7: [거북이 탈출기 두번째 이야기]

토요일 오전 7: [구순구개열 아이를 낳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7: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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