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대마왕이 된 나에게..
어제도 끝내 펑펑 눈물을 쏟아붓고 아이를 안고 용서를 구했다.
최악의 엄마.. 최악의 패턴.. 버럭하고 후회하고 사과하고. 도대체 이 패턴은 언제 끊을 거니?
내 자식을 가르치다 보면 내 안의 밑바닥을 마주하게 된다.
버럭대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소리 지르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아, 역시 자식을 낳아봐야 아는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행위가 당연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이구나 깨달을 뿐이지..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는 조금 느린 아이이다.
언어도, 인지도 남들보다 천천히 느리게 가는 거북이 아이.
아이는 36개월이 지나서부터 언어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10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이가 느리다는 걸 알게 된 이후 한 가지 긍정회로를 돌려 정신승리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교육비에 돈지랄 안 해도 되겠구나였다. 아싸! 올레!........
내가 아이에게 목표로 두는 것은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인지능력과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성, 이것뿐이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초등교육은 내가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것도, 의사나 판검사가 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아이가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만 잡아주면 된다 라는 게 내 생각이었으나..
아이를 붙잡고 주 7일 매일마다 공부를 하는 것은 보통 인내심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느린 아이. 보통의 10살 아이라도 공부하기를 좋아하기란 타고난 기질이 아니면 어려울 텐데..
얼마 전부터 학교 도움반에 가서 주 3회 국어시간에 수업을 하고 원 반에 올라오는 게 아이는 싫었던 모양이다.
"엄마 나 도움반 안 가면 안 돼? 나 원래 반에서 공부하고 싶어. 나 잘할 수 있어!"
아침마다 이렇게 말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시려온다.
그런 아이에게 어제는 '네가 이러니까 가서 도움받아야 되는 거야!!' 라며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이내 곧 울음이 터질 만큼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코가 시큰거린다.
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아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말할 수 있을까?
정작 나에게 상처 줬던 인간들한테는 말 한마디 못하고 버벅댔으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들썩들썩 어깨가 움직일 정도록 흐느꼈다.
"미안해. 엄마가 오늘은 정말 잘못한 거야. 모르는 건 잘못한 게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오늘 엄마가 했던 말 자기 전에 다 잊어야 해. 알았지?"
아이는 그런 나를 말없이 꼭 안아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씩씩하게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아이는 날 쉽게 용서해 준다.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나는 눈물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 버럭대마왕이 된 날, 또 그런 나를 쉽게 용서해 주는 아들을 보고 있자면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어야 한다.
항상 미안하고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가 더 노력할게! 부족한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고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