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장 5등급 아줌마도 가능한 러닝의 세계
유행을 좇아가는 건 싫어하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러너'가 되어버렸다.
정확히 언제부터 뛰기 시작했는지 날짜는 기록하지 않았다.
시작은 인터벌로 주 3회 5분 걷고, 5분 뛰고 40분을 채우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는 20분을 쉬지 않고 뛰어보니 할만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나 달리기 못하는 사람인데 오? 되는구나! 작은 기쁨이 찾아왔다.
타임스탬프 앱으로는 6월 12일부터 기록이 있으니 대략 6개월 넘게 뛰고 있다.
러닝화? 그런 거 없다.
운동화도 집에 굴러다니는, 제일 가벼운 저렴이 프X스펙스다.
작년에는 40분을 채웠는데 3일 전부터 10분을 늘렸다.
40분을 뛰고 앞뒤로 5분씩 걷기까지 포함하면 50분을 러닝머신 위에서 보낸다.
5킬로는 넘는 거리이다.
대부분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보내면서 헬스장으로 가는데,
뛰다 보면 오른쪽 배가 당기는 고통이 찾아온다.
하지만 공복에 뛰어도 마찬가지였다.
뛰고 나서 15분을 넘길 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오고, 25분쯤 되면 배도 당긴다.
이 위기를 잘만 넘기면 다시 평온한 상태로 뛸 수가 있다.
마지막 내가 목표로 한 5킬로를 완주하고 나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아침마다 작은 성공을 맛본다.
그런데 그 성공의 맛이 꽤나 중독성이 크다.
작년에 내가 이룬 목표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매년 목표를 정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아이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이 얼마나 다른지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목표? 그런 게 뭣이 중헌디.
시환이를 낳고 뚫린 입술과 코 사이로 힘들게 유축해서 먹인 모유가 분수토로 나올 때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코 박고 애들만 키웠다.
병원과 언어치료센터만 다닌 세월 동안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계획한다는 건 사치였다.
그러다 남편의 퇴사 후 돈을 벌어야 했고 이것저것 눈을 돌리다
작년에는 고딩베프 미란이의 말에 따르면 귀신에 홀렸었다.
하지만 그 안에 본질을 더 깊이 파고들면 돈이 벌고 싶었던 거지
냉정하게 '진짜'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작가가 그렇게 아무나 쉽게 될 수 없음을 글을 쓰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재능이 없음을 알았으나, 막상 재능으로만 되는 것이 작가는 아니기에
매일 써야 하는 노력은 기본 디폴트값이었다.
2026년 대한민국은 '누구나'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이다.
물론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지 책이 팔린다.
책을 내기는 쉬워도 팔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언가 얻을 게 없으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아직 작가라는 타이틀은 못 얻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지금, 이 순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작은 성공을 매일 맛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체험을 하고 난 뒤,
운동을 안 할 수가 없다.
거창한 목표를 세워 타이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 가지, 매일 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꾸준히 운동하고, 꾸준히 쓰고, 꾸준히 읽는 사람이다.
하루 실패했다고 멈추지 말고 다음날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다.
완벽을 내려놓으면 성공은 늘 가까이 있다.
매일 365일을 숨 막히게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멈추자.
하루 구멍 좀 나면 어떠한가.
끝까지 포기만 안 하면 된다.
p.s 이렇게 달리기 예찬론을 펼치면서 매주 월요일 헬스장 휴무일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아이러니란..
꿀같이 달콤한 휴식이 일주일에 하루는 필요하다.(고 합리화시킨다.)
격하게 뛰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격하게 뛰기 싫다.
아직 '션'같은 러너가 되기에는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