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엄마는 왜 매일 울어야 하나요?

태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by 환오

타인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나름대로 재단하며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첫째 기특이가 태어나기 전 구순구개열을 진단받았을 당시, 밤새 뜬 눈으로 환우카페를 드나들며 선배 엄마들의 기록을 모조리 다 뒤져보며 읽어봤다.

수술해서 이렇게 예뻐졌다는 아이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나왔다.

수술 후 케어가 진짜 중요하다며 1년은 인중마사지를 해야 한다는 엄마들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곧 내가 해야 되는 일임을 깨닫고 마음은 점점 비장해졌다.


그중에 한 엄마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병실 옆자리에 다운증후군 엄마가 아이 심장 수술을 하러 입원했다고 한다.

그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다름없이 아이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다운증후군 엄마라고 맨날 울어야 하나요?

행복한 순간들도 있죠.


오래전에 본 글이라 대충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보면 저런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저릿하면서 나 역시 편견으로 똘똘 뭉쳐 장애인 가족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크게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했다.

가족 중에 다운증후군 아이가 있다면 그 가족의 구성원들은 모두 불행한 삶이어야 할까?

결과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태도는 당사자들이 결정하는 것이지 함부로 남들이 지레 짐작해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나는 구순구개열 아이를 낳은 엄마이다.

아이는 비록 선천적 기형으로 입술이 붙지 않아 태어났지만 여러 차례 수술을 통해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이제 12살. 내 아이를 받아 들이는데에 꽤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아니, 허비했다는 표현은 틀릴 수도 있겠다.

그 시간 역시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고의 시간이었으니까.

지나고 보니 꼭 필요한 시간이었고 꼭 필요한 아픔이었다.


2026년 1월 24일 토요일 저녁 7시,

파주 야당역 근처 '빅베어북' 카페에서 송지영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었다.

북토크 시작 5분전 찰칵!

https://brunch.co.kr/@summer2024


그녀의 글을 처음 본건 2024년 그해 마지막 언제쯤.

가장 사랑하는 딸과의 사별 이야기가 보는 내내 딸기코가 되어 사실 브런치북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고 기뻤다.

책이 발간되자마자 단숨에 구매해서 읽어 내려갔다.


나에게 다가온 그녀의 언어는 슬프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따뜻해서 자꾸 열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그녀는 마음이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다.


자기 파괴적인 '왜'는 멈춰야 한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지난 10년 동안 나를 괴롭혔던 '왜'가 떠올랐다.

왜 우리 기특이가 입술이 안 붙었을까?

기특이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둘째 튼튼이도 왜 입천장이 안 붙어서 나왔을까?

답도 없는 '왜'라는 질문을 나에게 또는 시댁에게 쏟아부으며 원망하고 미워할 대상을 찾아내기 바빴다.


지금은 그 '왜'라는 질문을 내려놓은 지 오래이다.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고 결과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는 내가 바꿀 수 있다.

살이 뜯기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기어이 그 시간들을 이겨냈고, 오늘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두 아이를 정성을 다해 보살피며 키우고 있다.

그 병명은 아이들 병원기록에 남아있을 뿐 더 이상 우리의 삶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북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온 터라 중간중간 작가님의 유머에 빵 터지기도 하고,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로 2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마지막에 멜 로빈스의 '렛뎀 이론' 책을 소개해주시며 '날 내 버려둬!' 이 한마디에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는 현실을 말씀해 주셨다.

작가님의 '슬픔'에 대한 더 진득한 두 번째 책이 세상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작가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마시고!

"렛뎀!(Let them:내버려 둬!)"


p.s 송지영 작가님 덕분에 요즘 핫하다는 두쫀쿠를 맛보았습니다. 아... 잊지 못할 맛이었어요...

작가님은 알고 보니 트민녀였다는 사실..... 저도 요즘 유행하는 거 쫓아가보며 즐겨볼게요 ㅎㅎ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대장내시경 다신 안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