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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Aug 28. 2020

도깨비장난인가?

"이제는 식구들 얼굴도 못 알아본대요."


아내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초에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신 분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호탕한 성격에 태생적으로 강골이었지만 세월에 장사가 없다더니  스스로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치매 증상도 나타 가족들은 그를  요양원에 모다. 다행히 새로운 환경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들었는데 지금은 가족들도 제대로 못 알아볼 정도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고향을 북한에 둔  광복 이후 벌어진 혼란을 피해 신으로 남쪽으  내려왔다. 곧 돌아 수 있을 거라고 생각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향 집으로 돌아가지 못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래도 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향까지 자동차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강원도 고성 땅에 터전을 마련했다. 북쪽 길이 트이면 한달음에 고향으로 달려가려고 가장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던 것이다. 그런 믿음과 달리 여태껏 그는 고향으로는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고 히려 자식들이 살고 있는, 고향에서 더 멀어진 서울로 거처를 옮고 만 것이다.


고향에서 더 멀어졌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90넘긴 나이가 세월을 이기지 못해서였을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매망량(魑魅魍魎)이 요사스러운 짓을 벌여서 그리 된 것일까? 건강을 잃더니 치매마저 심해져 가족을 떠나 요양원에 들어간 것이다. 이매망량의  이(魑) '치'로도 읽.  그래서 이매망량을 치매 망량 즉, '치매는 도깨비의 장난'이라고 스개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의 기력은 나날이 떨어졌고 그 틈을 타서 도깨비들이 장난을 쳤는지 치매 증상도 해졌 것이다.  

이매망량은 산과 바다의 요괴 등 온갖 도깨비를 일컫는 말다. 이매는 얼굴은 사람이지만 몸 짐승인 요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존재다.  망량은 정신이 밝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망량이 마음 안에 숨어 있다 정신의 빈틈을 타서 드러나면 망량이 났다고 하고, 바깥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주인의 자리를 밀치고 들어오면 망량이 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망령 들었다'는 말과 흡사하다.

치매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도깨비는 메밀묵, 메밀 죽, 시루떡, 막걸리 등을 좋아한다니 이런 음식으로 한 상 차려놓고 도깨비들을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작은 치매는 그렇다 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망량은, 큰 치매 어쩌지? 량이 들었던 망량이 났던 천상 이매망량을 수족처럼 부릴 줄 아는 치우천황을 모셔와 다스려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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