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새 우는 사연

by 아마도난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 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예전에는 뽕짝이라 했고 요즘은 트로트라고 부르는 전통 가요 「짝사랑」이다. 언제 들어도 감칠맛 나는 이 노래가 뒤쪽에서 귀에 꽂은 이어폰을 뚫고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려왔다. 이쯤이면 노래가 아니고 소음이다. ‘굳이 남들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되는데 오지랖도 넓지. 하여튼 사내들이란….’하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여자네? 이어폰 없이 트로트를 큰소리로 듣는 사람은 남자들이었는데 요즘엔 여자들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인다. 하긴 트로트가 남자의 전유물은 아니니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온 세상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여자도 있겠지. 그런데…. 남자가 그러면 그냥 인상 한 번 쓰고 지나가면서 여자가 그러면 한 번 더 바라보는 이유는 뭐야?


우리나라에서 경치가 좋은 계곡의 웅덩이나 폭포에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어김없이 전해온다, 하늘나라에는 목욕할 만한 장소나 물이 없어 선녀란 선녀는 죄다 우리나라 계곡으로 목욕하러 오나? 백번 양보해서 우리나라 계곡물이 너무 좋아서 그렇다고 치자. 그 좋은 물에서 신선이나 산신이 목욕했다는 전설은 왜 없지? 아무래도 뭔가 좀 이상하다.


원래 산신은 여자였는데 세상의 주인은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선 시대 선비님들이 이를 바꾸었다는 주장이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뮈는 법. 선비님들이 산신을 남자로 바꾸었어도 민간신앙에는 여전히 여자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산신제를 앞두고는 아내와의 잠자리를 피하고, 제를 위해 짓는 밥도 선발된 남자가 하도록 하는 금기가 그 증거다. 여산신에 대한 믿음이 사그라지지 않자 벽창호 같은 선비님들은 아예 그들을 하늘나라에서 목욕하러 내려오는 선녀로 탈바꿈시킨 모양이다. 나무꾼이나 지나가던 나그네가 훔쳐본다는 얘기까지 곁들여서…. 그 생각이 맞는다면 조선의 선비님들 가운데에는 쪼잔한 사람이 많았다고 봐야겠지? 그 DNA가 나에게까지 유전되었다면 나 역시 쪼잔한 인간일 테고….


「짝사랑」이 점점 멀어져 갔다. 노랫가락이 멀어지는 것과 반비례로 노랫말은 점점 또렷해졌다. 수없이 들은 이 노래. 가끔은 불러도 보는 이 노래에 나오는 으악새는 억새의 사투리라고 한다. 으악새가 새가 아닌 풀이라고? 그 풀이 슬피 운다고? 그럼 너무 시적이잖아! 다른 주장도 있다. 으악새는 왜가리의 사투리라는 것이다. 2절이 ‘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라고 시작하는 걸로 봐서 맞는 것도 같다. 이로 인해 「짝사랑」 애호가들 사이에 ‘으악새가 억새다, 아니 왜가리다’ 하는 입씨름도 벌어졌다고 한다. 정작 가사를 지은이는 ‘산에 올랐는데 이름 모를 새가 으악 으악 울기에 으악새라고 했다’는데…. 으악새가 억새든 왜가리든 무슨 상관이랴. 가사가 좋고 가락이 좋으면 그냥 따라 부르면 되지. 시답지 않은 일로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우습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은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따지지 말라고, 산신령은 남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사소한 것에 매달리지 말라고 으악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김형석 교수도 정신은 늙지 않고 성장할 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으악새는 벽창호 같은 머리를, 쪼잔한 생각을 ‘으악’하고 깨고 나오라며 그렇게 울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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