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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Jun 11. 2023

스승은 제자를, 제자도 스승을 잘 만나야

프라하 여행

16세기 후반에 착공하여 1727년에 완공된 프라하의 국립도서관 클레멘티눔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고 불린다. 건축 초기에는 예수회 대학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국립도서관, 천문 타워, 교회 등이 자리한 복합건물이 되었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 내부는 고전적인 나무 책장과 천장화로 아름답게 꾸몄다. 메르디안 홀에는 약 600만 권의 장서와 천문도구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야만 한다.


빈에서 본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은 무척 화려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런 터에 클레멘티눔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니 어찌 안 볼 수 있겠는가? 30여 명의 관람객과 함께 가이드를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클레멘티눔은 건물 2층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에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메르디안 홀은 내부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입구에서 먼발치로 바라본 모습은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못지않게 화려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도서관들과는 달리 지구본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라는데 가까이서 볼 수 없어 역시 아쉬웠다.


짧은 도서관 관람이 끝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은 천문 관측소였다. 천문 관측소 벽면에는 많은 사진과 여러 가지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을 살펴보던 아내가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지구과학을 전공한 아내는 사진 속에서 천재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를 발견한 것이다. 망원경과 같은 관측장비가 없던 시절에 그는 맨눈으로 카시오페아 자리에서 새로운 별을 발견하여 14개월 동안 매일 관찰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튀코는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체계의 기하학적 장점과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의 철학적 장점을 결합하여 소위 ‘튀코 체계’라고 불리는 수정된 천동설을 주장하였다. 즉 태양은 지구 둘레를 돌고, 다른 행성들은 태양 둘레를 돈다는 이론이다. 천동설을 옹호하기 위해 튀코는 열심히 관측기록을 남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튀코가 천동설을 옹호하기 위해 남긴 관측기록은 지동설을 입증하는 결정적 자료가 되었다. 그가 병으로 죽은 후 제자이며 공동연구자였던 요하네스 케플러가 그의 기록을 분석하여 ‘행성은 태양을 하나의 초점으로 하는 타원 궤도를 운동한다.’라는 케플러 제1 법칙을 발견해 낸 것이다. 튀코는 관측기록뿐만 아니라 별의 위치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육 분위(六分儀)와 같은 관측장비도 만들어 냈다.

육분의


튀코 브라헤는 죽기 직전에 제자인 케플러에게 행성궤도 표인 ‘루돌핀 표’를 완성하라며 코페르니쿠스의 천체모델보다 자기의 것을 이용하도록 했다 한다. 이로 인해 수학자였던 케플러는 자기의 전공과는 무관한 천문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튀코는 자기의 연구 성과를 제자인 케플러를 통해 완성시켰고, 케플러는 튀코로 인해 천문학 분야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현인처럼 살다가 바보처럼 죽었다.

가이드 투어가 끝났을 때 도서관인 클레멘티눔보다는 천문 관측소에 대한 여운이 더 크게 남았다. 투어를 진행한 가이드도 전공이 천문학 분야인 듯 그녀의 목소리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케플러가 좋은 스승을 만났듯이 그녀도 좋은 스승을 만나라는 의미로,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어 고맙다는 표시로 준비해 간 책갈피를 선물로 주었다. 한복을 형상화한 것인데 ‘예쁘다!’를 연발하는 그녀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투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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