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산과 강이 태극처럼 서로 부드럽게 감싸 안고 돌아 나가는 곳을 물도리라고 한다. 물도리는 좁은 협곡을 따라 하천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만들어진다. 물도리가 주로 산악지형의 하천 상류에 만들어지는 이유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도리는 태극처럼 물이 돌아 나가는 안쪽으로 기운이 모이기 때문에 풍수에서는 만사형통의 귀한 터, 명당으로 여긴다. 영월 청령포, 영주 무섬마을,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 그리고 무주 앞섬마을 등이 그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가운데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가 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50Km쯤 떨어진 슈마바 국립공원에서 발원한 블타바강이 무려 세 번이나 연이어 휘감아 흐르며 물도리를 만든 특이한 지형이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물이 두 번째로 휘감아 돌며 만든 물도리 마을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지역이기도 하다.
체스키는 체코어로 ‘보헤미아의 것’을 의미하고, 크룸로프는 ‘강의 만곡부의 습지’를 뜻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보헤미아의 물도리’라고나 할까? 동유럽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꼽히는 체스키 크룸로프는 ‘보헤미아의 작은 진주’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한국인이 마다하겠는가? 이곳의 관광안내서에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 등 4개 국어가 순서대로 적혀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체스키 크룸로프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더 좋아하는 곳이 할슈타트다. 다흐슈타인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할슈타트 호수가 그림같이 펼쳐진 작은 도시다. 이곳의 관광안내도에도 영어와 더불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이 병기되어 있다. 동양 3국의 백성들이 할슈타트 주민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할슈타트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가 있다. 할슈타트 호수와 트라운 호수를 잇는 트라운 강이 굽이쳐 흐르며 만든 물도리 마을이 발전한 바트이슐이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 엘리자벳 황후의 로맨스가 진하게 남아 있다.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는 약혼하려고 바트이슐에 왔다가 약혼 예정자의 동생인 엘리자벳에게 반해 버렸다. 이로 인해 시씨(Sissi)라는 애칭으로 불린 엘리자벳이 약혼녀가 되고, 황후가 되었다. 지금은 황제공원(Kaisergarten)이라고 불리는 요제프 황제의 별장에서 두 사람은 사랑의 꽃을 피웠다. 결혼 후에도 매년 바트이슐로 휴가를 와서 오스트리아 호텔에 머물렀다고 한다.(오스트리아 호텔은 시민박물관으로 바뀌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바트이슐은 교통의 요지이면서 잘츠카머구트 지역의 관광 중심지로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카이저빌라와 바트이슐 관광안내도
물이 돌아 나가는 안쪽에 기가 쌓여서 그럴까? 영주 무섬마을은 가지에 매화가 핀 형국의 명당, 예천 회룡포는 산자락과 강물이 마치 태극 모양을 이루듯 휘감겨 용이 승천하는 형상의 명당, 경북 안동 하회마을은 태극형 또는 연화부수형 명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풍수를 적용하면 체스키 크룸로프는 태극형 명당, 바트이슐은 연화부수형 명당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물도리 마을은 하나 같이 명당이라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