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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Apr 12. 2019

변신 끝? 아니면 변화의 시작?

파마를 했다. 지금까지는 머리를 자르기 위해 이발소를 다녔는데 처음으로 미장원에 갔다가 첫날부터 파마를 한 것이다.


마누라는 이발소보다 머리를 예쁘게 관리해 준다며 미용실을 이용할 것을 자주 권했왔다. 그러나 '사내들은 이발소에서 머리 잘라야지 무슨 미용실이야' 하고 핀잔을 주  고집스럽게 이발소를 이용하곤 했다. 가끔은 마누라의 성화에 못 이겨 미용실 앞에까지 가기도 했지만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서곤 했다. 문제는 이발소가 많이 줄어 자주 가는 집이 쉬는 날에는 이발소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발소를 고집하다 보니 내 머리스타일은 좌우 가르마 비율이 2대 8인 ‘대팔이’를 유지해 왔다.





어느 날 저녁.  마누라와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아예 저녁까지 먹고 갈 요량으로 식당가에 올라갔다. 음식을 먹다 문득 미용실이 눈에 들어왔다. 늘 있던 미용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마누라에게 "미장원에서 머리 한 번 잘라볼까?"하고 농을 건네자 마누라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평소에도 이발소보다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라 보라는 권유를 여러 번 했던 터라 옳다구나 싶었던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미용실에 갔더니 예약을 해야 한단다. “예약? 머리 자르는데?”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호기심도 들어 예약을 하고 그 다음 날 미용실에 갔다. 이발소와는 많은 것이 달랐다. 맨 먼저 젊은 아가씨가 시원한 음료를 권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보라며 여러가지 헤어스타일을 보여 주는 책자 하나를 주고 갔다.


잠시 후 다른 여자가 나타나 미용의자로 안내했다. 곧이어 실장이라고 불리는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남자 미용사? 여자 미용사도 많던데 하필 남자 미용사야? 이왕이면 예쁜 여자 미용사를 배정해 주지.' 하고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그 친구가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다고요? 혹시 미용실에는 와 보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말을 걸어겨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서 그러라고 했다.


그는 내 머리를 잠시 살펴보더니 거침없이 가위질을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서걱서걱 잘려 나가는 소리가 자장가로 들렸나? 졸음에 빠져들었다. 얼마를 졸다 눈을 떠보니 머리를 뭔가로 돌돌 말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하며 생각하는 사이에 머리의 2/3 가량이 돌돌 말려가고 있었다. '뭐야 이거? 파마하는 거야? 이걸 중단시켜? 아니면 그냥 모른 척 지켜봐?' 하면서 갈등하는 사이에 사이에 돌돌 말기가 끝났다. 이런 저런 과정을 더 거치더니 다 됐다며 머리를 감으란다.


의자에 앉아 이발소에서 하던 대로 앞으로 머리를 수그리니 머리 감기는 예쁜 친구가 ‘쿡’하고 웃으며 뒤로 누우란다. 머리 감기는 것도 이발소와는 다르네…. 어쨌든 생각지도 않게 난생처음 미장원에 왔다가 예정에도 없던 파마머리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비싼 미장원에서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를 했다. 실장은 파마가 잘 나왔다고 하는데 거울 속의 모습이 아무리 봐도 낯설어 '괜히 스타일 바꿨어.'하고 후회했다.




  마누라는 내 머리스타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며 사진을 찍어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 달라고 난리다.

 

   “사진 좀 보내봐요.”

   “볶았어.”

사진 대신 퉁명스런 답을 보냈다.

   “그러지 말고 머리만 찍어서 사진 보내줘요.”

   “마이콜이야!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과 똑같아!”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마누라보다 친구들에게 바뀐 머리스타일을 먼저 보여 주게 됐다. 친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뭔 일 있어?”, “야! 대단한 용기다. 멋지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뜻밖의 반응에 내가 도리어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친구들이 묻는다. “그런데 왜 파마를 했냐?”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미용실에 처음으로 갔는데, 미용사가 자기한테 맡기라나 뭐라나, 그러다 깜박 졸았는데 깨어 보니 파마를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파마를 한 것은 내 의사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식의 변명을 하고 있었다. 집에 오니 마누라도 파마가 잘 나왔다고 좋아했다. 그새 ‘마이콜’이 누군지도 찾아보고 나름대로 상상을 했었는데 그 보다는 훨씬 멋있다고 했다.




어색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 한동안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미용실에 처음으로 갔는데, 미용사가 자기한테 맡기라나….” 하는 변명을 먼저 하곤 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에이, 속으로 파마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 가만히 있었겠지.” 하고 직격탄을 날렸다. “응?”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날 이후 파마머리를 한 이유에 대해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




파마를 하고 두어 달이 지나 머리를 커트할 때가 되었다. 단순히 머리를 자르기 위해 파마를 한 미용실에 가기에는 돈이 아까워서 동네 미용실에 갔더니 “어머! 파마가 잘 나왔네요!” 하고 미용사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요? 그럼 이번에는 염색을 해볼까?”하고 물으니 반색을 하며 물었다.

 

  "어떤 색으로 해드릴까요?"

  "글쎄요... 밝은 갈색으로 할까?"

  "그 색은 너무 튀어요."

  "이왕 하는 거 눈에 띄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럼 밝은 블론디?"

  "제 머리 색깔이 짙은 갈색인데 이 색은 어떠세요?"

  "너무 평범해요. 아예 빨간색으로 할까?"

  "...?"


미용사의 얼굴에 황당해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닌가 보네. 그럼 오늘은 커트만 해주세요."


미용실을 나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밝은 색은 나한테 안 어울리나? 그럼 아예 녹색이나 청색으로 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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