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마도난 Jun 28. 2024

아름답다? 나답다!


상하이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앞을 향한 작은 한걸음은 문명으로 향하는 큰 걸음’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우리나라 남자 화장실에 붙어 있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라는 표어와 의미가 비슷하다. 중국인들은 소변기에서 떨어져 일을 봐 변기 주변이 더럽고, 변기 주변이 더러우니 변기에서 멀리 떨어져 용변을 보고, 이는 또다시 변기 주변을 더럽게 하는 ‘불결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 중국에는 화장실에 문이나 칸막이조차 없는 곳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맞은편 사람과 마주 보며 용변을 보거나, 일렬로 앉아 앞사람 엉덩이를 보며 용변을 보던 경험담이 화제가 되곤 했다. ‘군자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는 물론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을 삼가고 조심하라.’라는 말이 있다. 혹시 중국의 화장실에 칸막이나 문이 없는 것은 용변을 볼 때조차 남의눈을 의식하여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하려고 그랬나? 하여튼 요즘은 예전보다 개선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지저분한 모양이다. 이쯤 되자 ‘여기에 쓰레기 버리면 자손이 끊어지고 멸하리라.’라는 섬뜩한 표어가 등장했다. 화장실 더럽게 썼다고 자손이 끊길 것이라고 저주하다니….


몹시 불결했던 우리나라 화장실이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화장실을 청결하게 사용하려고 많은 사람이 노력한 결과다. 그 가운데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표어가 있다. ‘아름다움’이 거듭 강조된 아름다운 표어다.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대학』에 나오는 대로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려는 군자가 아름다운 사람일까?


이에 앞서 ‘아름답다’라는 말의 뜻부터 알아보자. 『석보상절(釋譜詳節)』에 ‘아름답다’를 ‘아(我)답다’, 즉 ‘나답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아름’은 ‘나’를 가리키는 옛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아름답다’라는 말은 곧 ‘나답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그러면 ‘나답다’라는 것을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해도 될까? 아니면 이어령 선생이 말한 것처럼 ‘나다워’라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이런 내가 되고 싶어’라는 지향점으로 봐야 하는 걸까?


그나저나 ‘화장실’로 시작된 이야기에서 엉뚱하게도 ‘아름답다’를 끄집어내다니…. 역시 나답다. 아름답다.




앞을 향한 작은 한걸음은 문명으로 향하는 큰 걸음

向前一小步, 文明一大步(향전일소보, 문명일대보)


군자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는 물론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을 삼가고 조심하라

君子 必愼其獨也(군자 필신기독야 ) 『대학』


석보상절(釋譜詳節)

조선 세종 때 수양대군(훗날 세조)이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설법을 담아 편찬한 불교 경전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제일 잘 나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