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카시오페아 자리, 큰 곰자리는 저기, 그럼 안드로메다는 어디에 있지. 천천히 살펴보면 헤아릴 수없이 많은 별자리가 제각각의 자리에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내일은 여름 하늘 별자리 중 가장 아름답다는 왕관자리도 찾아보자.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크레타섬의 아리아드네 공주를 달래려고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일곱 개의 보석이 박힌 금관을 선물했다지? 별자리를 찾아보고 그에 얽힌 전설을 알아보는 재미가 이렇게 쏠쏠하다니.
계절에 따라 관찰할 수 있는 별자리도 달라지니 일 년 내내 심심할 틈이 없다. 봄에는 목동자리, 처녀자리, 사자자리를, 여름에는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 백조자리를 볼 수 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별인 안드로메다자리는 가을에 볼 수 있단다. 매일매일을 변화무쌍한 별자리와 함께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계절은 하늘의 별자리뿐만 아니라 내 얼굴의 별자리에도 변화를 가져오니 거울을 보는 재미가 바로 이 맛이렷다.
우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팽창하여 변한다는데 우주가 팽창하면 별의 숫자도 늘어날까? 아니면 별의 크기가 커질까? 현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 얼굴 속의 별은 숫자도 늘고 크기도 커지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는 새로운 은하수도 나타났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별자리를 찾는 재미는 줄어들고, 새로운 은하수의 변동을 살피는 버릇이 나타났다. 커지고 있는지 혹은 별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는지….
몇 달 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이 훤하다.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신수가 훤하구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하자 친구가 “좋은 일은 무슨 좋은 일. 병원에 가서 점 뺐어.”라고 대답했다. ‘단지 점을 뺐을 뿐인데 10년은 젊어 보인다고?’ OK! 그럼 나도 점을 빼자. 그러면 매일 은하수의 변동을 살필 이유도 없어지겠지?
병원에 가려니 왠지 쑥스러웠다. 몇 곳의 병원에 전화 상담을 요청하자 대답이 시원찮다. 직접 상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정보는 점 하나 빼는데 11,000원쯤 든다는 것이었다. 거울을 보며 점의 개수를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너무 많다. 그럼 얼마야? 마침 지인이 귀한 정보를 줬다. 점 하나에 1,100원, 빼야 할 점이 많으면 20~30만 원에 해준다는 병원을 소개해 준 것이다. 겨울이 가기 전에 시술받을 요량으로 병원을 찾아갔다. 대기실이 환자(?)들로 가득했다. 점 빼러 온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오랜 기다림 끝에 의사와 상담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얼굴을 대강 살펴보더니 한 번에 치료할 수는 없고 몇 차례는 더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는 해도 집에서 먼 곳까지 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집 근처 피부과에서 한 번 더 상담을 받았다.
비용은 다른 병원과 마찬가지로 점 하나에 11,000원. 의사는 내 얼굴을 찰흙 인형 다루듯 사정없이 만지며 살펴보더니 뜻밖의 말을 했다. “피부암 소견이 보이니 대학병원에 가보세요.” 그는 요청하지 않은 진료의뢰서도 작성해 주었다. 피부암이라니? 마음 졸이며 2주를 기다린 끝에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는 꼼꼼하게 살피더니 “누가 암이래요? 아무 증상도 보이지 않으니 신경 쓰지 말고 시술받으세요.”라며 진료를 끝냈다.
피부암이 아니라니 일단 마음이 놓였다. 그렇다면 혹시 어떤 절대자가 수많은 별자리를 없애려는 내 음모를 알아차리고 ‘피부암일지 모른다는 경고’를 보낸 것인가? 하긴 지금껏 별자리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는 했지? 마음을 바꾸었다. 생긴 대로 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