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by 아마도난

“아니, 국장님! 왜 내 친구를 소개하지 않는 겁니까?” 한 달에 한 번 있는 산행(山行) 버스에서 난데없이 큰 소리가 들려왔다. 버스가 출발하면 상투적인 감사의 말을 하고 참석자들을 소개했다. 이날은 변화를 주려고 늘 하던 방법을 바꾸어 새로 참석한 사람들만 소개한 것인데 별안간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사실 참석자들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한두 명의 새로운 인물을 빼곤 매번 같은 사람들이 좌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버스에 오르기 전에 서로 충분한 인사도 나눈 상태였다.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소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버스가 출발하고 이름이 소개되면 사람들은 박수로 환영의 표시를 한다. 박수소리가 잦아지면 거명된 사람은 늘 하던 대로 자기소개를 한다. 어쩌면 표정마저 똑같을지도 모른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사람들은 쑥스러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 다른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예외적으로 마이크 잡기를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 행여 남들이 자기를 잊지 않도록, 자기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려고 장황하게 소개하는 걸까?


행사가 끝나고 돌아올 때,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서 쉬고 싶어 할 때 마이크를 들고 격앙된 목소리로 일장 연설(?)을 하는 사람이 꼭 있다. 그 내용도 매번 똑같다.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사람이 부지기수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용이야 나무랄 데 없지만 이미 지겹도록 들은 것이어서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거나 ‘이제 그만 하지….’하며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표시할 뿐 대놓고 말을 하지 못한다. 그 사람의 신분이 높거나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에 속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막걸리라도 한 잔 걸치면 통제 불능이 된다. 그런 사람들 꼴 보기 싫어 모임에서 빠진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모임에서나 꼭 있는 이 사람들, 그들은 누구일까?


경상도 사투리에 ‘꼰데기’라는 말이 있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뜻이다. 이 꼰데기가 ‘꼰대’의 어원이라는 주장이 있다. 꼰대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타협하기는커녕 다른 사람의 주장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위계질서나 규범 그리고 도덕을 유난히 강조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위계질서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꼰대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자기의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시대착오적 설교를 늘어놓는 사람’이 꼭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젊은 꼰대도 많이 생긴다고 한다. 이는 꼰대가 융통성 없는 나이 많은 사람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뜻한다는 말도 된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자신의 능력에 만족하는 사람은 일탈적인 행동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자신감이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꼰대 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기주장을 강요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려는 꼰대. 작은 행사나 조직에서 나타나는 꼰대도 보기 싫은데 큰 무대에서 떠드는 꼰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도 꼰대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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