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회의 COP26의 성과는?
지난 5주, 우리 식구의 생활은 어느 소설의 표현처럼 "조그만 폭군"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막 태어난 신생아를 먹이고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거든요. 수면 부족과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곤히 잠든 아기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없는 기쁨이 차오릅니다. 이 아이가 자라면 어떤 어른이 될까, 어떤 세상 속에서 살게 될까 설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버블 속에 갇혀 있는 동안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코비드로 인해 미뤄졌던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회의, 즉 COP26이 영국 글라스고에서 열렸다가 막을 내렸던 것이지요. 작년에는 어쩔 수 없이 연기하면서 "미루는 대신 2021년엔 꼭 큰 성과를 내 보자!"라고 꼭꼭 약속했던 국가들인데요, 막상 올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기후변화에 관한 글래스고 협약 - 과연 성과는?
이번 회의에 대한 관심은 참 많았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국가와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를 했다고 해요. 아마 지구 평균 기온이 이미 1도가량 높아지면서 기후변화의 폐해가 확연히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실제로 지난여름에도 많은 국가들이 유례없는 홍수와 산불, 폭염 등으로 고생을 했지요. 그래서 이 회의에 대한 기대감도 컸습니다.
2주 간의 회의는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여러 부문에서 성과가 있었습니다. 다른 협약들처럼 기후변화 협약도 결국은 모든 참가국이 모여서 서명을 한 하나의 문서인데요, <Glasgow Climate Pact>라는 것이 나오기는 했으니까요. 한 마디 한 마디에 자국의 이해 득실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문구로 이루어진 문서를 도출하기란 사실 쉬운 게 아닙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151개국이 모여 이전보다 강화된 어조로 기후변화를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2015년의 파리 협약이 규칙을 정하는(rulemaking) 단계였다면, 이제는 이행(implementation)의 단계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죠.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투자를 늘리고, 탄소 크레딧 시장에 대한 규칙을 정교화하는 등의 여러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뭉뚱그려 줄이는 대신 석탄, 삼림 파괴, 메탄 등 부문 별로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기도 했죠.
가장 고무적인 것 중 하나는 석탄 시대의 종료를 알리는 데 모두가 동의했단 겁니다. 특히 엄청난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인도도 석탄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석탄에서 멀어질 것(coal exit)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했다
하지만 실제적인 성과가 있었냐고 하면.. 글쎄요, 의견이 분분합니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대처에 가장 핵심적인 $$돈 문제$$가 해결이 되지 못했어요.
특히 개도국을 향한 자금 지원에 또 한 번 실패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취약하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목소리가 작은 저개발국들은 불만이 가득합니다. 원래 10년도 더 전에 한 약속이 있었는데요,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부자 나라들에서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조달하기로 했었어요. 하지만 역시나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이 약속은 이행되지 못했죠.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난리다 보니, 선진국과 개도국을 불문하고 자금 조달에 여유가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게다가 '부자 나라'라고 함은 1992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을 말하는데요, 현재 기준으로 선진국인 한국이 빠져 있을뿐더러 부유한 산유국들도 제외되었단 점이 지적되곤 합니다. 개도국에서 "야, 돈 내! 돈 준다며?"라고 했을 때 "쟤도 내야지 왜 우리만 내?"라며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지요.
와글와글 국가들이 많이 모인 자리니, 서로 눈치를 보고 비난하는 건 피할 수 없나 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불참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지요. ‘우리도 이렇게 열심인데, 너네도 좀 해야 할 거 아냐?’ 이런 거죠.
실제로 수많은 국가들은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문구에 대해서도 누구는 극찬성을 표시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반대를 하고 또는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죠. 아래 표를 보면 주제마다 각각 얼마나 다른 입장인지 엿볼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 잘하겠다고?
가장 큰 문제는 또 결론이 "이제까진 영 시원치 않았지만 앞으로 잘하자!"라는 겁니다. 대체 이게 몇 년째인가요? 예전에는 모든 목표가 2020년이었어요. 2020년까지 감축하자, 2020년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하자, 이런 말을 하다가 이제는 2030년이 기준이 되었고요. 아마 2050년으로 또 쑥 밀릴 겁니다. 예상했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터무니없이 간극이 커져가고 있어요.
이번 글래스고 회의에서도 파리 협약에서 얘기했던 1.5도 목표를 고수하기로 했습니다. 즉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로 제한하자. 그런데 1.5 도면 더 좋고!'라는 걸 계속 목표로 삼는단 거죠. 하지만, 과연 이게 의미가 있을지 진지하게 회의가 듭니다. 앞으로 잘 하자는 약속,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