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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Dec 07. 2021

냠냠, 꿀꺽, 으쌰!

Food-Water-Energy Nexus

마다가스카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옛날 사람이라 이게 떠오릅니다.

2005년 작…

마다가스카르의 식량난, 기후변화 때문?

그런데 사실 마다가스카르는 인도양에 있는 아프리카의 섬나라죠.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이 나라는 최근 더 걱정거리가 늘었습니다. 몇 년째 아주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년 간 정상 강우량의 60%밖에 비가 내리지 않는 바람에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요. 이 뉴스를 보며 저는 속으로 ‘쯧쯧,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야. 앞으로 더 심해질 텐데 어쩌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실제로 UN 산하의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은 이 가뭄 사태 때문에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가 초래한 기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전문가들이 연구를 해본 결과, 마다가스카르의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인과성이 부족했다고 해요. 기후변화가 문제가 아니라면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빠져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마다가스카르의 굶주림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약점이라고 지적합니다. 농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가뭄으로 인한 취약성이 매우 높지만, 단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원래 생산량이 인구에 비해 풍족하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극심한 빈곤 속에 늘어가는 인구를 뒷받침해줄 만한 사회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열대 지방의 전염병들도 문제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터져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동하는 것까지 제약을 받으니 견딜 도리가 없는 거죠.


그러고 보면 기후변화를 해결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기후변화보다는 생존의 문제가 앞서다 보니, 일단은 먹고 살만한 수준까지 경제 성장에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래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목표가 더더욱 중요합니다.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경제 발전을 이루어야 할 테니까요.


마다가스카르의 사례는 기아라는 결과가 기후변화 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여러 요인과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 줍니다. 기후변화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보다 사회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문제와 얽혀서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지요.



식량-물-에너지의 관계

서로 얽혀 있는 관계라고 하니 지속 가능한 개발의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인 <식량-물-에너지 넥서스>가 떠오릅니다.


식량과 물, 에너지라는 세 가지가 서로 얽히고 설켜 있다는 것인데요. 농업에 물이 필요하니 식량과 물은 그렇다 치고, 에너지는 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Food-Water-Energy Nexus (이미지: Global Water Partnership)

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 은 농업 용수로 사용되니 식량에 필요하고,

- 식량 생산에 사용되는 비료 등으로 인해 수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 또, 을 이용하면 수력 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전소 냉각 등에도 쓰이고요,

- 에너지도 각종 용수의 처리와 공급에 필요합니다.


- 식량에너지와 일종의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는데요, 같은 토지라도 바이오연료로 사용되는 작물을 재배할 경우 사람이 먹을 식량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에 사용되기 때문이지요.

- 하지만 식량 생산에 에너지는 필수 불가결한데, 관개와 식량 가공, 운반에 모두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식량과 물, 에너지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요즘 인구 증가와 도시화, 전반적인 삶의 질 상승으로 인해 이 셋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중요한 이 셋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그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과제입니다. 마다가스카르와 같은 저개발국에서는 물과 식량을 충분히 공급받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여 경제 개발에 사용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게 문제죠. 그래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와 온실 가스를 둘러싼 기후변화 해결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후변화만” 보면 안된다는 거죠. 물과 식량, 에너지가 모두 부족함 없이 청정하게 공급되어야만 의미있는 경제 개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기후 위기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를 더 크게 부각시키는 것 같아요. 마다가스카르도 농업 의존도가 80 퍼센트로 매우 높지만 원래 비가 충분히 올 때도 생산량이 풍족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가뭄에 더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선진국이 (화석 연료를 마음껏 이용해서) 갖춘 식량, 수자원, 에너지 인프라에 비하면 빈곤국은 해결할 과제가 두 배, 세 배는 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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