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on Jan 04. 2022

그래도 슬쩍은 올려다보자

Don’t Look Up: 가후변화의 알레고리

혹시 리어나도(…라고 표기해야 한다면서요?) 디카프리오를 얼굴이 동그랗고 후덕한 아저씨 배우라고만 알고 있나요? 그러면 아마 당신은 젊은이(?)일 겁니다.


저희 세대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논하자면 다음 장면이 빠질 수 없거든요.

그 분의 리즈시절 (이미지: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관에서 소녀 팬들의 비명 소리를 이끌어내곤 했던 그의 리즈 시절이죠. 하지만 이 배우는 점점 꽃미남 미모 대신 작품 보는 선구안과 연기력으로 대배우가 되어 가는듯합니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돈룩업>에도 출연했죠. 첫 장면을 보고 스펙터클한 우주 블록버스터인 줄 알고 보기 시작한 저는, 실은 전혀 다르게 풍자와 냉소가 넘치는 이 영화가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불과 몇 달 후면 전 세계가 초토화될 것이 뻔한 상황인데, 정치와 돈, 미디어의 논리로 점철된 세상은 너무도 당연한 과학적 사실을 외면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 같지 않나요?



Don’t Look Up: 기후변화를 외면하는 세상의 이야기

당장 대재앙이 뻔히 눈앞에 보이는데, 앞장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통령이며 세계 최고 기업의 CEO, 유명 TV 앵커 등 쟁쟁한 명사들은 각자 딴소리만 해대는 통에 전혀 진전이 없죠.


이런 “불통의 세상”을 눈앞에 둔 케이트와 랜덜은 어이가 없습니다. 너무나 명백한 눈앞의 재앙을 두고도 어쩌면 사람들은 각자의 이익만 좇고 있을까요? 누군가는 권력을, 누군가는 경제적 이익을, 누군가는 시청률이나 명성을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그저 엄마만 쫓아다니는 한심한 남자도 있고요.)


사실 이 영화는 대놓고 비판하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인간 사회가 어떻게 기후변화와 같은 중요한 환경 문제를 꾸준히 무시하는지 말이죠. (주연 배우 디카프리오는 기후변화 분야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고, 이번 영화에서도 직접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위험을 경고해 왔고, 이제는 절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인데요.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관심이 부족할뿐더러 본격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제회의에서조차 성과는 늘 지지부진합니다.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데, 이를 정책 결정자들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참 어려운 듯해요.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 사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왜 사람들이 기후 재앙에 대한 경고를 듣기 싫어하는지, 왜 먼 훗날의 얘기로만 여기는지 심리학을 이용해 분석하기도 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 역시 대중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산호초가 백화하는 것처럼 당장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혜성”이라는 단일한 위협으로 분명하게 대상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위협이 시시각각 줄어드는 시간 프레임을 가지고 피할 수 없이 다가온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지구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합니다. 기후변화가 바로 그런 위협이니까요.


혜성이 가시화된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말합니다. “위를 보지 말라”고요. 혜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 지금 지구의 이상기후도 이미 명백합니다. 평균 기온이 매해, 매달 최고치를 찍는 것은 물론이고, 만년설이 사상 최고의 속도로 녹고 있으며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한층 강력해진 태풍은 지구 곳곳을 더 자주 할퀴어 놓고, 해수와 기단의 흐름도 교란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올려다보지 않습니다.


올려다보지 않으면서 여전히 “진짜 혜성이 오는 거 맞아? 음모론 아니야?”라고 웅성웅성거리죠.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눈앞에 있다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도망가다 머리만 모래에 파묻는 타조처럼.


랜덜 교수가 방송에 나와 폭발하는 장면에서 대사를 보세요. 혜성을 기후변화로 바꾸면 그냥 그대로 말이 됩니다.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 (…) 우리끼리 그런 최소한의 합의도 못 하고 처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 기회가 있을 때 혜성 궤도를 틀었어야지. 하다 말았잖아요. 왜 그랬나 모르겠어요. (…) 분명 시청자 중 많은 분이 지금 이 말도 안 들을 거예요. (…)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어느 쪽의 편이 아니라 그냥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조금만 고개를 들자

혹자는 혜성 충돌이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사는 현실의 지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폐해 역시 엄청난 재앙보다는 소소한 불편함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믿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세요. 남녀노소 누구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건 물론이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은행도, 마트도, 택시도 이용할 수 없는 세상.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서를 스캔해야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면 SF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몸을 떨었을 겁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우리가 아는 지구 환경은 언제까지나 지금과 비슷할  같고, 행여나 재앙이 닥치더라도 아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앞을   없지요.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넘게 올라가면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온다고 경고하는데, 이미 1도 이상 올라갔으며 이보다 훨씬 더워진 곳도 많습니다. 기후변화라는 혜성은 이미 머리 위에  꼬리를 그리며 오고 있고, 고개만 들면   있지요.


영화의 마지막, 결국 끝을 맞이하며 랜달은 이렇게 말합니다.

We really did have everything, didn’t we?


우리는 아직 빙하도 열대우림도 누리고 있고,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중요한 건 최악의 사태를 막을 “선택권”이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냠냠, 꿀꺽, 으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