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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Mar 14. 2022

2050년의 동계올림픽?

없을지도 모릅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다들 뒷마당에 감귤 나무가 있다며? 이런 것처럼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다들 크로스컨트리를 할까?


마침 요즘 노르웨이 친구가 생겼는데요, 정말 본국에 가면 크로스컨트리를 일상적으로 하나 보더군요. (신기방기) 그래서인지 인구 5백만의 조그만 나라는 얼마 전 막을 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새하얀 설원을 가로지르는 신나는 겨울 스포츠들을 생각하면 노르웨이인이 아닌 저도 늘 마음이 설레는데요. 그런데 사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사용된 눈은 100퍼센트 인공 눈이었다고 해요. 사실 지난 동계올림픽을 치른 소치나 평창에서도 대부분 인공 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백 프로, 오로지 인공 눈만을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기후변화 때문이죠.


지구 온난화는 미국 몬태나에서 열리는 크로스컨트리 경기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운하 스케이팅 대회도 망쳐 버렸습니다. 얼음이 얼질 않고 눈이 내리질 않는데 어떻게 겨울 스포츠를 즐기느냔 말입니다. 이쯤 되면 2050년쯤에는 동계올림픽이라는 행사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어찌 저찌 개최할 수 있는 도시를 찾는다 해도, 각자의 국가에서 연습할 수 있는 선수들이 몇이나 되겠느냔 말이죠. (쿨러닝도 아니고)

 이렇게 연습을...

실제로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상당수는 2050년쯤엔 다시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예전의 그 추운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죠.



동계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의 축제를 잃는 것만 문제는 아닙니다. 매번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얘기라 이제 감흥도 안 생기지만, 지금 북극과 남극의 얼음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녹고 있어요. 지난 2월 가디언지에 따르면, 극지방 주변의 얼음을 관찰하기 시작한 1979년 이래 남극 주변의 해빙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40년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특히 서남극의 빙상은 1992년부터 매년 650억 톤만큼 녹아서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니 그게 얼만큼이야!!) 다 사라져 버리면 해수면이 엄청나게 상승하겠죠. 수백 개의 도시가 범람할 것인데, 거기 사는 사람들은요? 지금 우크라이나 난민 발생만도 가슴이 아픈데, 전 세계에 4천만 명 이상의 기후 난민은 어디로 가면 될까요?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이라는 소설에는 "돔 시티"라는 것이 나옵니다. 무지무지하게 더워진 지구를 견디지 못한 인간들은 결국 인공 돔을 만들어 소수만 그리로 피신하고, 누가 돔 시티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놓고 싸워 댑니다.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조금의 틈만 보이면 추방당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 세상에서 인간성의 상실을 막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2050년경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4도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조금 덥고 말지 뭐'라고 넘기기엔 너무나 큰 온도 상승이죠. 좀 더워도 살 수 있다고요? 김수용 씨가 카타르 이민을 포기한 이야기를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ㅋㅋㅋ

https://blog.naver.com/wlals1214/220847404399

아침 8시만 되면 하늘에서 해가 밝은 오렌지색으로 이글거리며 나를 무자비하게 찍어 누른다. 정오가 되면 밖에서 1~2분 이상 서 있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가 된다. 더위도 눈보라만큼이나 사람을 꼼짝 못 하게 만든다. 감히 밖에 나가는 사람은 바보와 외국인뿐이다.

-에릭 와이너, <행복의 지도> 중

다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더위는 카타르처럼 “원래 더운” 곳이 아니라는 게 문제겠지요. 폭염과 가뭄, 해수면 상승, 식량과 식수 부족 등,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 앞길을 위협할 거예요. 동계올림픽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워낙 지금의 경제가 탄소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아직 국제 기후변화 협약은 드라마틱한 성과가 없긴 합니다. 그래도 예전에 오존층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은 실제로 성과가 있었고, 이번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려는 협약도 논의 중이라고 해요. 중요한 건 모두가 비슷한 방향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겠죠. 앞서 말한 소설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런 태도가 바로 올바른 방향이겠지요.

지구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같다.
소중하게 열심히 사용하자.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깨끗하게 돌려주자.

- 정용준, 김기창 저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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