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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Jun 21. 2023

자동차가 없던 시절 대체 남자애들은 뭘 하고 놀았을까

이젠 무려 연료전지 자동차까지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우리집 아들 둘은 성향이 참 다르다.


첫째는 밥을 잘 안 먹었는데 둘째는 완전 먹보다. 수면 교육을 똑같이 시켰는데 첫째는 재깍 먹혀서 잠을 잘 잤고 둘째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첫째는 섬세 예민 낯가림쟁이였는데, 둘째는 파워 E 성향이라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분이 째진다.


그러나 둘이 똑같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유별난 자동차 사랑이다. 바퀴만 보면 환장하는 아들들은 8년의 나이 차이도 불구하고 자동차 놀이만큼은 함께 할 수 있다. 20개월이 되어가는 둘째는 몇 마디 할 줄 아는 말도 없는 주제에 "빠방(자동차)" "빠시(버스)" "딱시(택시)" "안(밴)" (+ 삽질하는 손짓 = 굴착기) 등을 모두 구분하고 표현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나는 늘 궁금하다.

옛날 옛적, 자동차가 없던 시절 남자아이들은 대체 뭘 하고 놀았던 걸까?



연료전지 자동차라구요?

요즘은 자동차도 그냥 자동차가 아니다. 이제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1톤 트럭 등을 도로 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내연기관차인데 전기차 전용 자리에 세우고 싶어 주유구에 충전 케이블을 꽂아 놓은 빌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전기차를 충전시켜서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생겼다고 한다.

이게 빌런이 아니면 뭐냐고요 (이미지: 인터넷 줍줍)

얼마 전, 첫째와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앞 차를 보더니 아이가 물었다. "엄마, fuel cell이 뭐야?" 에너지 정책을 공부했지만 자동차 부문 지식에서는 아들들에 비해 영 딸리는 엄마는 "엥? 네가 연료 전지를 어떻게 알아?"하며 되물었다. 차 이름 Nexo를 나중에 찾아보니 수소연료전지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였다. 현대차 넥쏘, 도요타 미라이 등 전 세계를 통틀어 몇몇 브랜드의 자동차밖에 없다고 한다.


FCEV는 넓게 보면 전기로 가는 친환경차라는 점에서 테슬라 같은 전기차랑 비슷하다. 하지만 전기차는 리튬 배터리를 차 안에 탑재하여 휴대폰처럼 충전하고 사용하는 것에 반해, FCEV는 연료전지(수소가 들어 있는 탱크)를 넣는다는 점이 다르다. 전기가 배터리에서 나오느냐, 아니면 수소/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생성되느냐의 차이다. 화학 반응으로 전기가 생성되고 나면 물만 나오니 당연히 깨끗하다.

현대차 넥쏘. 엉덩이에 Fuel Cell 이라고 써 있다. (이미지: 뉴시스)

전기차 vs. 연료전지차

똑같은 친환경차라도 연료전지차는 전기차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기술의 한계 때문에 대형 트럭에 사용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무거운 차량을 끌고 가기 위해 배터리를 무작정 늘이다 보면 배터리 자체의 무게 때문에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료전지차는 그런 염려가 없다. 수소의 용량만 늘여 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차는 '승'용차, 연료전지차는 '상'용차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들을 한다. (상용차가 뭔지 찾아보고야 알았다. commercial vehicle을 말하는 것이었다)

연료전지차 vs. 전기차 vs. 내연기관차 (이미지: Howden)

그러면 연료전지차가 전기차에 비해 불리한 점은 뭘까? 단연 가격이다. 전기차도 비싼데, 수소연료전지차는 더 비싸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넥쏘 같은 자동차도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혜택을 대폭으로 받고 나서야 3-4천만원 대에 살 수 있다. (지원을 받지 않으면 두 배 가까이 된다)



아들들이 환장하는 - 수소전기버스

지금 상용화된 수소차 중 넥쏘 말고도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가 있다. 우리 동네에도 지나가다 유심히 보면 일렉시티 버스를 볼 수 있다. 같은 노선이라도 천연가스버스일 때가 있고 일렉시티 버스일 때가 있는데, 다른 집 아들들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집 아들이랑은 전기 버스를 골라 타려고 하염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린 적도 있다. (둘째와 함께 같은 일을 반복할 일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

일렉시티 버스

이 버스는 넥쏘와 마찬가지로 현대에서 만든다. 넥쏘도 일렉시티 버스도, 공기정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게 특이하다. 왜냐하면 수소와 산소가 만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탱크에 실려 있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만나게 해 주어야 하는데, 공기에서 산소를 걸러 내려면 미세먼지 여과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순수한 산소를 얻어서 수소와 반응시킬 수 있다. 그래서 연료전지차를 운행하기만 해도 마치 돌아다니는 공기청정기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연료전지차는 정말 요리조리 뜯어봐도 멋쟁이 같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아직 탱크 안에 수소를 집어 넣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쓰고 있단 점이다. 수소를 사용하는 것부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지만, 수소를 사용하기 위한 여러 절차가 친환경적이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계산해 보면, 연료전지차의 탄소 발자국은 아직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료전지차는 당연히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늘어나야 한다. 전기차와 함께 미래 교통 수단의 쌍벽을 이루어야 하니까. 전기차를 충전시키는 전력도 아직은 상당 부분 화석연료에서 얻고 있지만, 그래도 재생 에너지 비율이 높아지면 진짜로 청정한 차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료전지차도 수소를 얻는 방법이 탈탄소화되면 진짜 멋쟁이 청정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아들 부모들이여, 아이들이 물어보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자. 미래의 아들들도 바퀴 없이는 못 살 녀석들일 테니까.   



*표지 이미지: Unsplash.com


"에너지와 기후변화 매거진"은 헤드라잇에도 연재됩니다. (헤드라잇 글: https://m.oheadline.com/articles/Iwtj3Fg2gUkAmzwOPS_q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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