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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Jun 13. 2023

위아더퓨처: 지금이 바로 미래다

난 내 세상은 내가 스스로 만들 거야


혹시 이 가사에 이어 "똑같은 삶을 강요하지 마~"를 흥얼흥얼 따라 불렀다면... 축하! 나와 비슷한 세대인가 보다.


어릴 적 번쩍이는 힙합 수트를 입고 따라 부르던 이 노래의 제목은 "위아더퓨처(We Are the Future)"다. H.O.T. 2집에 수록된 노래인데, 이맘때만 해도 2023년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먼 미래로 느껴지곤 했다. 같은 앨범의 타이틀곡 "늑대와 양"도 이렇게 시작한다: "2000년 6월 28일 미리 예고됐었던 그들이 왔다.." (나 왜 다 따라하는건데) 그때만 해도 2000년이 몇 년 남아 있던 터라, 2로 시작하는 새로운 연도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무튼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내가 '먼 미래'라고 느끼는 시대에 지금 내가 살고 있다. 참 신기하다.



벌써 한 달도 더 된 얘기다.


3월부터 한 달 가까이, 아이들이 계속 아팠다. 아기가 좀 나은 듯 하니 큰애가 아팠고, 큰애가 낫자 아기가 다시 아팠다. 아이들이 다 나으면 엄마가 아플 차례일 텐데, 아이들이 낫지 않으니 엄마 몸은 막 굴려도(?) 아플 틈도 없었다.


날이 따스해지며 드디어 둘 다 조금 회복세라 한숨 돌렸는데, 갑자기 아기가 콧물이 폭발하더니 기침까지 다시 시작했다. 동선을 되짚어 보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주말, 공기가 좋지 않은데 하도 밖에 나가고 싶어 해서 15분쯤 밖에 나갔다 온 것이었다. 아기가 마스크를 거부해서 씌우지도 못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왔는데, 나도 눈과 목이 따갑고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다. 대기 질을 확인해 보니 아뿔싸, 수치가 200이 넘었다. 현관에서 신발을 붙잡고 울어도 절대로 못 나가게 했어야 하는데..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집돌이 첫째와 달리 둘째는 밖돌이(?)다. 세상 만물에 대해 한창 관심이 폭발할 돌 반 아기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새벽부터 일어나 고사리 손으로 내 손을 이끌고 현관문을 두드리며 열어 달라고 우는 꼬맹이다.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눈사람처럼 동글동글 껴입고 밖에 나갔던 아이인데, 미세먼지엔 이제 어림없다. 못 나가게 해야지.


사실 이런 결론은 정말 슬프다. 아이가 나가 놀고 싶은데, 기온도 딱 적당한데 야외에서 놀지 못하다니. 그러나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얄짤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꽃가루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 유의미하게 늘었다. 미국에서는 여름철 써머스쿨에서 기생충 감염 사례가 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모두 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온이 올라가며 꽃가루도, 기생충도 이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인데, 이제는 이례적이라는 말도 쓰기 어렵다. 기후가 변화한 것이 ‘뉴 노말’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가 닥쳐오며 “지구가 아파요”라는 말들을 하지만 사실 진짜 아픈 건 인간이다. 기후변화가 건강에 해를 끼치는 건 단순히 폭염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률 증가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전에 이와 관련하여 글을 쓴 적도 있는데, (당장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라고요?) 호흡기질환, 기상 악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사상, 게다가 우울 등 정신 질환까지 다양하게 얽혀 있다. 지구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다.



어릴 때 학교에서는 미래를 상상하며 이런저런 포스터를 그리곤 했는데, 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든지 집안일을 대신해 주는 로봇 등 긍정적인 측면을 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환경이 파괴된 지구의 모습을 상상하기엔 아직 너무 파릇파릇한 새싹들이었나 보다. 분명 그때 상상했던 이상으로 편리한 점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지금, 공기 질이 나빠서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때의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면 과연 믿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두려운 미래의 가능성이 이미 현실이 되었으니. 우리 사는 지금이 바로 미래구나 싶기도 하다.

찾아보니 요즘도 이런 포스터를 그리나보다.. 귀여워..ㅠㅠㅠ (이미지 출처: 탄현 미술 작업실 105, 네이버 블로그)


이르면 2030년대에도 얼음이 없는 북극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2030년대라고 하면 꽤나 먼 미래 같지만, 정신을 차려 보자. 지금 벌써 2023년이고,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곧 절반이 지난다. 수십 년 전부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많은 논의를 했고, 2020년이 목표인 것이 참 많았다. 내가 기후변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던 2010년 초반만 해도 2020년이 되면 꽤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그다지 변한 건 없다. 이러다 2030년대에도 “우리가 두려워했던 미래가 벌써 왔네요” 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위아더퓨처" 가사가 새삼 와닿는 오늘이다.


한 번쯤 나도 생각했었지
내가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항상 이런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에너지와 기후변화” 매거진은 헤드라잇에도 연재됩니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vGgM7Y9dsy5LcEhA1G7BwA==?uid=106f20eab1f64e30ac73e25553254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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