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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Jul 24. 2023

애인이 바뀌어도 사랑을 유지하는 법

친구가 예전에 이런 지인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어요.


아니 글쎄, 애인이 바뀔 때마다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신을 한답니다. 남자친구가 운동을 좋아하면 늘 트레이닝복 차림에 조깅을 하고, 음식도 샐러드와 닭가슴살을 즐겨 먹는대요. 그러다 게임을 좋아하는 애인을 사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피씨방에서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함께 게임에 몰두한다고 합니다. 핵인싸 남자 친구를 만나면 와글와글 모임을 하고, 내성적인 남자 친구를 만나면 온종일 둘이서만 틀어박혀 있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러다 보니 만렙을 달성했던 게임도 애인과 헤어지면 실력이 줄고,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도 애인이 바뀌면 예전만 못하다고 불평을 하더랍니다. 애인이 헤어지면 그와 함께 했던 시간과 사랑도 어디론가 휘리릭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냐며.


취향을 타는 취미야 그렇다 치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은 취미는 헤어짐 여부와 상관없이 쭉 가져가면 좋을 텐데. 그게 어디 쉽나 싶어요, 그렇죠?  



정부가 바뀌어도 좋은 정책을 유지할 순 없을까

애인이 바뀌면 함께 하는 활동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게, 행정부가 바뀌면 정책도 많이 바뀝니다. 정부의 수장이 바뀌면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게 마련이죠. 아무래도 각자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인데, 때문에 그전 행정부에서 나름 정성껏 추진했던 것들이 다수 폐기 처분되는 일도 허다하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물론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이란 없으니, 정부가 바뀌면 국민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기적인 사안들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면 교육 정책이 있죠.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들 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백 년은커녕 10년도 못 버티고 뒤집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았으니까요. 외국어고등학교만 해도 존폐 논의를 여러 번 해서, 저는 대체 요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최근에는 앞으로 10년 단위로 계획을 짜서,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1]. 이처럼 정말 중요한 사안만큼은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법제적 기틀이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



기후변화 정책도 일관성이 중요하그든요

환경 문제나 기후 위기도 장기적인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교육 정책과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당장 몇 년 노력한다고 극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안 하면 큰일 나는 부문이기 때문이죠. (매일 청소를 해도 집안은 깨끗한 티가 나지 않지만, 살림에 손을 놓아 버리면 돼지우리가 되어버리는 매직과 비슷하달까요..) 그런데 한국뿐 아니라 외국의 사례만 보아도 행정부의 성격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은 비교적 우선시 되었다가, 정권이 바뀌면 한참 뒤로 밀려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진보 정부다 보니 기후변화에 열심이었고, 여러 법안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실제로 지키려 무진 애를 썼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기후변화 자체를 유사 과학(!)이라고 치부하는 인물이었으니, 오바마가 꿈꿨던 대부분의 환경 정책을 백지화시켜 버렸습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국제 협약인 파리 협약에서도 탈퇴했고요. 트럼프 이후 대통령직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공약에 따라 파리 협약부터 재가입했습니다. 이처럼 권력의 추가 왔다 갔다 함에 따라, 기후변화 정책도 따라서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코 앞에 닥쳐와서, 무엇보다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시급한데도 말이죠.

행정부의 방향에 따라 정책도 왔다 갔다...



정책은 결국 뭐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봅시다. 정책을 열심히 추진한단 건 뭘까요? 답은 간단해요.


그 분야에 돈을 많이 뿌린단 겁니다.


사람의 마음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는 보여줄 수 있겠죠. 그래서 썸을 탈 때 그렇게도 잘해주지 않습니까? 남녀를 불문하고 서로 밥과 커피를 사고, 슬쩍 선물을 건네고 말이죠. 마찬가지로, "대통령으로서 저는 환경 정책을 열심히 추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실제로 그러는지 검증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예산을 얼마나 분배했는지 보면 되거든요. 돈도 없이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냔 말이죠.


“저는 진짜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진짜라니까요?! “라고 말만 해 놓고, 뒤에서 돈을 풀지 않으면 그냥 입 발린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돈을 풀어서 관련 기관과 인력을 늘리고, 법제와 시스템을 정비하고, 돈보따리를 풀어 민간과 협력하여 사업을 벌이고, R&D에 직접 투자하는 등 여러 활동을 벌여야 하죠. 돈, 돈, 돈 해서 죄송합니다만, 기후 위기를 타개하려면 결국은 돈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돈이 있어야 값싼 화석연료를 버리고 재생 에너지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으니까요.


국가들이 모두 둘러앉아 기후 위기를 논의하는 기후 협상에서도, 결국 하는 얘기는 돈 얘깁니다. 기후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현명하게 쓰자는 얘길 하죠. 개도국은 선진국에게 청정하게 경제 발전을 할 돈을 달라고 하고, 선진국들은 서로 "야, 너 지난번에 내겠단 돈 왜 안내? 기금 조성할 때 분담금 많이 내겠다며!"라고 손가락질하기에 바쁘죠.



애인이 바뀌어도 사랑을 유지하려면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정책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건 힘듭니다. 우선순위는 정권마다, 정치인마다 다르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꾸 바뀌는 행정부 아래에서도 어느 정도 일관적인 정책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가지 방법은 정책을 법제화시키는 겁니다. 법으로 땅땅 못을 박아버리면 다음 행정부에서 이것을 갑자기 뒤집기는 쉽지 않거든요. 한국도 행정부의 수장이 누구든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법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법으로 목표를 땅땅 정해 놓더라도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남습니다. 원전만 해도 전문가마다, 환경 단체마다 의견이 다르잖아요. 누군가는 똑같은 탄소중립이라도 원전의 비율을 늘리며 달성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원전을 축소, 폐지하며 달성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단 겁니다.


법이 떡하니 존재한다 하더라도 정권에 따라 요직의 인사와 정치적 분위기가 달라지게 마련이고, 법 해석도 시간이 흐르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만능이 아니란 겁니다. 애인이 바뀌어도 함께 하던 취미를 유지하는 건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은 잘 뽑는 수밖에 없다

올해 7월은 역사상 최고로 더운 7월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지구 곳곳에는 엄청난 폭염이 찾아와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텍사스에서는 우체통 안에서 빵을 구울 수 있다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대구 아스팔트에서도 달걀 프라이를 만들 수 있다면서요….?

진짜임. (인터넷 줍줍)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모두가 바라고 있지요. 기후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없이도 경제의 모든 행위자들이 알아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참 좋겠지만, 아직은 청정에너지는 비싸고 화석연료는 싸기 때문에 정책의 역할은 필수적이지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권에 따른 정책의 변화는 사실 필연적인 겁니다. 변화를 허용해야 발전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러나 기후변화, 에너지 정책만큼은 미래 세대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일관적이고 적극적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말이에요.


그러려면? 결국 일반 시민들이 투표를 할 때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계속 좋은 애인을 둬야만 한단 거죠. 정권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어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돈보따리를 기꺼이 풀고, 이전 정부가 맘에 안 들더라도 필요한 정책이라면 쭉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겁니다. 애인이든 지도자든, 사람 보는 눈 하나만큼은 정말 중요한 거 같죠?



[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5288#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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