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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Aug 28. 2023

날로 먹고 싶은(?)  당신을 위하여

아.. 살 빼고 싶다. 
운동 안하고 빼고 싶다. 
식이요법 안하고 빼고 싶다.


요런 생각 하시는 분, 계신가요? (나야 나

전문 용어로 이런걸 '날로 먹는다'고 하죠 :)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무조건 좋은 결과만 바라는 태도 말이에요.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지요. 뭔가 변화가 있으려면 아주 힘들게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다이어트 뿐 아니라 기후 위기 대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다보니 각종 캠페인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런 메시지가 많습니다. 


냉방 온도를 1도씩만 높여 주세요! 

가까운 거리는 되도록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해 주세요!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위해 제로 웨이스트 샵을 이용해 보세요! 


네, 다 좋은 얘기죠. 근데 가끔은 이런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피로해집니다. (아, 귀찮아..이렇게 힘들게 노력 안하고도 기후 위기를 막을 순 없는 건가요? 



대규모 조작, 지오엔지니어링(Geoengineering) 

방법이 있기는 있습니다. 물론 아예 노력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일반인들까지 한 명 한 명 나서서 노력하지는 않아도 되는 방법이지요. 


지금 기후 위기는 왜 온 건가요? 산업화로 인한 온실 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바람에 지구 대기 중에 열이 쌓여서 점점 더워져서 생긴 문제인데요. 마치 지구가 점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란 거죠. 그런데 만일 태양빛이 좀 약해지면 어떨까요? 이미 지구의 온실 효과는 충분히 세졌으니, 대신 이를 상쇄할만큼 들어오는 열기가 적어지면 어느 정도 평형이 맞을 것 같지 않나요? 


이런 발상의 전환을 지오엔지니어링이라고 합니다. 기후 해킹(climate hacking)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진짜 좀 편법을 쓰는 느낌이에요. 지구의 물리, 화학적 특성을 인위적으로 변경시키는 이런 방법은 너무도 대규모적인 조작이기 때문에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지기는 하지만요. 요즘 기후 위기가 너무도 심각해지고 있다 보니 지속적으로 논의되기는 한답니다.  


지오엔지니어링의 여러 사례 (이미지: PennState College of Earth & Mineral Sciences)

예를 들면 위의 그림에 여러 사례가 있는데요, 


지구 대기권 위에 거대한 반사판을 설치해서 태양빛을 반사시키기 (반사판도 지구와 함께 공전)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대규모로 분사하여 햇빛을 반사시킴으로써 지구 기온 떨어뜨리기 

바다에 영양물질 살포하여 플라크톤을 증식시켜 이산화탄소 대량으로 흡수시키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인공 나무 설치하기


오우, 정말 스케일이 겁나 크네요. 이거 잘못되었다간 완전 망할 것 같은 느낌? 아무튼 크게 1) 햇빛을 더 많이 반사시켜서 지구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줄이기, 2) 지구의 온실 효과를 강화시키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흡수하기 - 이렇게 두 가지의 방향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금 더 현실적인, 지붕 하얗게 칠하기(?) 

아무튼 위의 방법은 효과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는 한 번도 시행해본 적 없는 대규모 인위적 조작이기 때문에 아직은 연구 단계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시행에 옮겨야 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은 정석대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청정 에너지를 늘리는 쪽에 정책의 무게가 실려 있죠.


그런데 햇빛을 지금보다 많이 반사시키려면 꼭 거대한 반사판을 설치하는 것처럼 극단적인 방법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지붕만 하얗게 칠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이게 바로 '쿨 루프(Cool Roof) 캠페인'이란 겁니다. 


연구자들 말로는 지구 표면을 1-2% 정도만 하얗게 칠할 수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물론 하얀 색이 햇볕을 반사시키는 색깔이기 때문이에요. (요즘 대낮에 까만 옷 입고 밖에 나가면 어찌나 더운지 모릅니다.) 버클리대학교의 한 연구진에 따르면, 모든 대도시의 옥상을 새하얗게 칠하기만 해도 24기가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게 얼마나 엄청난 수치인가 하면 20년 간 도로에서 3억 대의 차량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해요. 


지붕을 하얗게 (이미지: Roofmaster Ottawa)

이 얘기는 전부터 나왔는데요, 이 캠페인을 열심히 추진한 덕에 뉴욕 시는 대규모로 지붕을 덧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캘리포니아는 건축법까지 개정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붕을 희게 칠하는 경우 차열효과로 실내 온도가 3도 정도(!)는 내려간다고 하니, 상당히 가성비 좋은 방안이라고 볼 수 있죠.


좋은 소식은 최근에 새로운 하얀 페인트가 개발되었는데, 기존에 80-90% 햇볕을 반사시키는 흰 페인트와 달리 이 새로운 페인트는 무려 98%나 태양광을 반사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이 페인트를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지붕을 하얗게 색칠한다면 꽤나 커다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노력 안하고도 온실가스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그리고 쿨 루프 같은 경우는 당장이라도 시행해야 할 좋은 방안이고요. (우리나라도 법을 만들어버리면 안되나요?ㅠㅠ)


하지만 이런저런 방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사실! 당장 조금 온도 상승 폭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계속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산다면 당연히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있겠죠. 다이어트에 운동과 식이요법은 필수인 것처럼, 기후 위기에 에너지 전환과 개인의 노력은 필수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단 거, 기억하자구요 :) 



* 표시 이미지: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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