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on Mar 07. 2024

휴대폰과 충전기는 세트이듯이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소 리베이트 제도가 늘어나고 있다 

글을 쓰기 전에! 

저의 첫 책 <이제 지구는 망한 걸까요?>가 "2024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와 "책씨앗 2024 상반기 청소년 추천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당. 다음 책도 열심히 퇴고 중이니 기대해 주세요 :) 

http://www.morningreading.org/nbbs/read.html?id=recommen&num=173&new_num=163&page_num=1
https://www.bookseed.kr


밤에 자기 전에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놓고 노닥대다 자는 분...? (저요)


한참 유튜브 쇼츠를 보느라 배터리가 10%로 떨어져도, 옆에 충전기만 있으면 사실 두려울 것이 없게 마련이죠. 그런데 만일 휴대폰 충전을 하는 게 침대 옆이 아니라 아파트 입구라든지 집 앞 편의점쯤이라면, 아마 삶이 오백 배는 불편해질 겁니다. 휴대폰이랑 충전기는 뭐다? 세트라 이거죠. 스마트폰은 이쯤 되면 인류의 수족이나 다름없는데, '휴대폰'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건 침대 머리맡에 든든하게 자리한 '충전기'일 겁니다.

 


근데 이게 '전기차'도 똑같습니다. 나날이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며 폭염, 가뭄, 산불과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가 지구 곳곳을 할퀴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에서는 화석 연료 의존에서 탈피하려는 에너지 전환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통 부문에서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바로 '전기차'지요. 


하지만 전기차의 빠른 보급을 가로막는 장벽은 역시나... 충전소입니다. 

충전 못하면 무용지물... (이미지: Unsplash.com)

최근 뉴스를 보니 2025년부터 내연기관을 버리겠다고 했던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1]. 완전 전동화로 가는 대신 하이브리드 라인을 추가했다는 건데, (물론 기존의 내연기관차에 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탄소 발자국이 작기는 합니다만) 이런 노선 변경은 아무래도 전기차 보급이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는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적지 않은 부분은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이용 불편에 있지요. 사실 국내에서도 작년에 제네시스 총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한 비율은 고작 5%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적지 않나요? 


흠.. 한국만 이런 걸까요?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남의 나라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전기차 보급을 위해 충전소 인프라 확충에 애쓰고 있는데요,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요즘 확실히 지원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변화를 하드캐리하는 건 물론 자꾸 언급하게 되는 인플레 감축법(IRA)입니다. 1년 넘은 기사이긴 하지만 "IRA가 에너지 저장장치에 부스트를 달아줄 것"이라는 뉴스도 났습니다. 현재는 태양에너지 프로젝트에 에너지 저장 장치가 연결되어 있는 경우 해당 장치가 투자세 면세 대상이 되었는데, IRA 도입과 함께 에너지 저장 장치 자체만으로도 면세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러니 투자에 활기가 생기겠지요. 이런 조치는 배터리 부품의 미국 국내생산 촉진(중국 대신)다분히 의도하고 있기 때문에, IRA가 보호주의적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아무튼 이 분야에 돈이 어마어마하게 풀리는 것만큼은 확실하지요. 


충전소의 효율화 기준도 정립되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 에너지 효율의 기준으로 널리 쓰이는 에너지스타(Energy Star)라는 인증 제도가 한 사례입니다. 아래 목록에서 볼 수 있듯이 에너지스타는 각종 가전 기기에 주로 부여하는 제도인데, EV 충전기 제품 역시 에너지스타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빨갛게 동그라미를 쳐 놓았죠. 여기에 LG 제품도 하나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정책과 시장이 활기를 띄며 각종 표준이나 기준 역시 확장되고 변화하는 것이지요. 

에너지스타 제품 목록 (이미지: energystar.gov 캡처)



그런데 이런 변화가 IRA 관련해서만 감지되는 건 아닙니다. 연방이 움직이며 주 정부도 같이, 또 그 아래의 행위자들도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유틸리티 리베이트와 연방 정부의 리베이트는 궤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했듯, 이는 서로 대체하거나 한 종류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틸리티 차원에서 전기차 자체에 대해 주는 보조금은 예전부터 흔히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리베이트는 배터리 전기차(BEV)에 부여되는 경우가 많으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제품(PHEV) 역시 대상에 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고차나 리스도 해당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데 그 범위가 최근에는 충전 시설로까지 늘어나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전기차 충전 시설은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아무래도 비싸다 보니 각종 보조금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가정용 충전 스테이션을 마련하는 경우 이에 대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용 뿐 아니라 다세대 주택, 또는 직장에도 별도의 리베이트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회사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소의 경우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하면 리베이트 금액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제가 이제까지 살펴본 바로는 레벨 2 충전소에 제공되는 경우가 가장 많으나, DCFC(급속충전기)에 제공되는 경우 역시 종종 있습니다. 리베이트 금액 역시 일반적인 고효율 가전 리베이트에 비해 높은 편이고요. 700불 이상, 수천 불 선까지도 형성되어 있는 듯합니다.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에 대한 리베이트 제도 사례 (이미지:entergy)


그런데 여기서 약간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했어요.


리베이트 제도를 살펴보다 보면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예를 들어 에너지스타 제품) 리베이트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유틸리티 자체에서 자격 조건을 충족하는 리스트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에너지스타 또는 CEE, AHRI 같은 통일된 기준을 사용하면 좀 더 형평성에 맞는 느낌인데, 스펙은 비슷한데도 특정 브랜드의 제품만이 유틸리티의 리스트에 들어가 있으면... 좀 '오잉?' 하는 기분도 듭니다. 전기차 충전 시설의 경우도 때때로 이런 리스트를 따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수많은 제품 중 소수의 제품만 포함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테슬라 파워월, 차지포인트, 에넬 X 정도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가장 대중적인 제품인가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로비가 중요한가...'라는 생각도 슬그머니 듭니다.



전기차 충전소와 재생 에너지 발전의 연장선으로 '홈 배터리'에도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뭐 가장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개인용 발전기랄까요, 태양광이나 연료 전지 같은 자가발전 시스템에 홈 배터리를 붙인 시스템이지요. 앞서 언급한 LG도 유럽과 미국에서 홈 배터리 시장에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 홈 배터리 자체에 대한 리베이트는 아주 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있기는 있는데 다른 리베이트 제도만큼 전국에 활성화된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만 변화의 속도를 보았을 때 분명 향후에 늘어날 것 같기는 합니다. (제가 이 쪽에서 일을 해보니, 한 놈이 하면 우르르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홈 배터리 시스템에 주는 리베이트 제도 사례 (이미지: Gunnison County Electric Assn)


아무튼! 관련 정책과 예산이 늘어나고, 시장이 바뀌며 일반 시민들의 생활 모습도 바뀌는 것이겠지요. 변화의 시작을 목격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표지 이미지: Unsplash.com

*참고 기사

[1] https://www.autotribu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20

[2] https://www.utilitydive.com/spons/the-inflation-reduction-act-will-turbocharge-energy-storage/633118/

[2] https://electrificationcoalition.org/work/federal-ev-policy/inflation-reduction-act/


매거진의 이전글 일하며 만난 인플레 감축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