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재택맘의 장단점에 대해 말했는데, 개인적 차원을 떠나 사회적 시각에서도 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택맘이 드문 한국
외국에 살 때는 재택근무로 일하는 엄마들이 그래도 꽤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사무실 출근을 안 하는 옵션이 분명 강화되었죠. 그때는 한국도 그랬으려나요? 그런데 제 주변만 그런 건지, 재택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별로 없는 것인지, 주변에 재택으로 일하는 엄마들이 매우 드문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것도,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둘 다 엄청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는 시기에는 답답한 마음이 들어 너무도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살림이나 육아에서 오는 보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사회적 인정이나 경제적 보상에서 오는 보람과 질적으로 달랐기에 답답함이 충족되지 않았죠.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아예 나가서 일할 생각을 하면 그 또한 불안하고 내키지 않았어요.
재택근무에도 장단점이 있지만, 이런 제게 재택근무 가능한 직업은 하나의 정답이 되어주었습니다. 일의 재미나 보수, 이직 가능성 등은 모두 뒷전이었어요. 아이가 아플 때 바로 픽업할 수 있는 것 하나만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이가 더 크면 학교에서 돌아올 때 엄마가 맞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을 테지만 (더 좋아할 것 같다...) 저는 그냥 제가 좋아서 아이를 맞이하고 싶거든요.
조금은 유연한 형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항상 재택의 형태여야 하는 건 아니죠. 필요할 때만 자유롭게 집에서 일할 수 있어도 그게 어딘가요?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를 겪으며, 아니 그전에도 워킹맘들은 어느 정도 유연한 스케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미국에 사는 언니도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를 못 가는 날엔 형부와 번갈아가며 재택근무를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책을 읽다 보니 프랑스는 수요일마다 어린이들이 학교를 안 간다고 해요. (홍콩에서도 수요일마다 단축수업을 하는 국제학교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수요일이 되면 학부모들이 바쁘다. 수요일은 엄마들이 회사에 가지 않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 회사에 비해서는 프랑스 회사는 최대한 직장맘에게 아이와 관련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편이다.
- 모니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프랑스 아이들> 중
물론 사정이 안 되는 부모들은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거나 수요학교 프로그램에 등록하기도 하지만, 수요일에 밖에 나가면 평소 출근하는 엄마들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고 해요.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해도 눈치를 보거나 실제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을 텐데, 좀 더 보편화되면 좋지 않을까요?
적어도 제3의 선택지는 되었으면
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이유를 사실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대면 업무만이 가지는 장점이 분명 있거든요. 업무마다, 업종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직접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경우도 많을 거예요. 다만 출산율이 유례없이 떨어진 요즘, 워킹맘과 전업맘 중간 어디쯤에서 나만의 세계를 이어갈 수 있단 건 분명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닥닥 아이를 등교시키고 출근하며 퇴사를 꿈꾸는 엄마들도, 경력 단절을 아쉬워하며 집에 있는 엄마들도 많이 봤거든요.
저는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엄마를 보면 “지금 돌아오는 돈이 0원이라도 가능한 한 일을 계속하라”라고 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는 언젠가 지나가거든요. 그것 때문에 일부러 꿈을 포기하는 건 안 된다고 해요. (…)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싹을 갖고 있어야 해요. 취미라도 계속해야 해요. 적금을 붓듯이요.
- 정신과의사 한성희, 중앙일보 인터뷰 중
저도 종종거리며 바쁜 하루지만 감사히 재택근무러의 하루를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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