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독서량 늘리는 꿀팁

도서관 반납 '압박' 사이클

by Hoon

자랑 한 번 하겠습니다.


2025년에 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어요. 작년 말에 세어보니 무려 ... (두구두구)


124권을 읽었더군요!!


물론 많이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읽은 게 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도 더더욱 아니지만, 저에게는 매우 뿌듯한 기록입니다. 그전 해인 2024년에도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읽었는데 91권으로 채 100권을 채우지 못했었거든요. 그래도 충분히 많은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책을 접해서 아주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해 읽은 것도 아니고, 그저 재미로 읽은 책이 80퍼센트이긴 하지만.. 책을 그만큼 많이 읽었단 건 아무래도 일상에 독서가 녹아들어 있다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일을 하고 미팅도 하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이 하교/하원 후 집에 오면 밥을 해서 먹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단 소리니까요.



그런데 2024년부터 독서량이 껑충 뛰었던 건 비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도서관 반납 압박' 사이클인데요, 이게 뭔지 오늘 적어두려고 해요. 원래 외국에 살 때는 책을 e북으로 사서 읽거나 한국에 갈 때마다 한아름씩 구매해서 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쌓아 놓으면, '어차피 내꺼'라는 생각에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읽다가도 덮고, 나중에 다시 읽자는 생각으로 딴짓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귀국한 뒤, 동네에 한국어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이 있단 걸 알게 된 뒤에는 책을 사서 보기보다는 빌려서 보는 것에 더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이라는 장소 자체를 매우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오래된 책들의 냄새, 집중해서 책을 읽는 사람들, 내적 친밀감 듬뿍 쌓인 사서 선생님...), 돈이 들지도 않으니까요. 특히 저는 소설 광인(...)인데, 대부분은 한두 번 읽고 말 소설을 집에 쟁여놓는 것이 내키지 않기도 했고요. 2024년 2월 어느 날, 저는 도서관에서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H마트에서 울다> 두 권을 빌린 후 아이들을 재우고 안락의자에 앉아 밤늦도록 책을 읽었습니다.


그날 이후였을 거예요. 도서관에 가서 읽은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리는 사이클이 시작되었습니다. 2주의 기간이 있지만 원체 종종거리는(?) 성격인 저는 반납 기간 안에 반납하지 못할까 봐 늘 일주일 또는 열흘 이내에 다시 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2024년에는 두 권으로 시작했다가, 작년에는 세 권씩 빌리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네 권으로 늘었습니다.


미친 듯이 소설만을 읽던 편식도 많이 나아져서, 요즘은 소설 한두 권에 나머지는 논픽션을 빌립니다. 에세이나 인문 서적을 빌리기도 하고, 가끔은 육아 서적(책에서까지 육아하고 싶지는 않아서 약간 기피하는 주제입니다 ㅋㅋ),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사회 과학 도서나 한 가지 주제(ex. 음주)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책들도 집어 들기 시작했어요. 작년 말부터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전을 해석한 서적들도 읽어보고 있습니다. 작년에 읽은 124권 중에서 소설이 고작(?) 78권이니, 많이 나아졌지요.




책을 빌려볼 때 장점은 '기한이 다가오기 전에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 말고도, '반납하기 전에 필요한 부분을 내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는 조급함도 있습니다. 내 책일 때는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도 그냥 줄이나 죽죽 긋고 잊어버리기 일쑤였는데, 빌린 책은 밑줄을 그을 수 없으니 적어놓곤 합니다. 자연스레 독서 노트가 생겼습니다.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가느라 문장을 따라 적는 일이 적지만, 논픽션은 정말 적을 부분이 많습니다. 캐털린 키리코의 <돌파의 시간>,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은 너무도 적을 부분이 많아서 손이 빠져라 노트에 적었습니다. 반납하고 나더라도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제 글씨로 적으면서 되새겼어요.


물론 적어도 까먹긴 합니다(...). 그래도 몇 달 전에 읽었던 책에 나왔던 말이 어렴풋이 생각나 노트를 뒤적일 때면 그 자체로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저 허투루 흘러갈 수 있는 시간에 남들이 친절하게 알려주는 지혜를 조금이나마 전수받았다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일상에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스며있는 것이 제일 좋아요. 물론 책을 계속 읽으려면 아이들은 다소 뒷전에(...) 두고 자리에 앉아 페이지 사이에 얼굴을 박고 있어야 하긴 합니다. 다른 엄마들처럼 집안도 좀 더 깨끗하면 좋을 것이고 야무지게 살림도 잘해 내면 좋을 텐데, 그걸 약간은 포기한 느낌이기는 해요.


그래도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순간은, 유튜브를 보면서 보낸 한나절이 아니라 밤늦도록 혼자 책장을 넘긴 기억일 거예요. 책 몇 권을 품에 안고 다음 주를 기약하며 도서관을 나서는 마음만큼은, 일상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됩니다. 비록 '압박'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설렘'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표지 이미지: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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