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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Dec 14. 2020

기후변화를 겪어낼 아이들을 위하여

중요성이 더해지는 기후변화 교육


칼카나마 알아철니주납수 구수은백금


이거 아시는 분?! 라떼는 원소 주기율표를 이렇게 외웠습니다만. (요즘도 그러는진 모르겠습니다) 왜 고리짝 시절 기억을 끌고 왔느냐 하면, 주입식 교육의 폐해다 뭐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배운 건 정말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뭐 이것뿐인가요? 독일어라고는 입도 뻥끗 못하는 저는 아직도 der, des, dem, den으로 시작하는 정관사 변화만큼은 좔좔 외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뇌가 말랑말랑할 때 배우는 건 중요하다!는 얘기죠.



기후변화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지난 11월은 이제까지 기록된 가장 더운 11월이었다고 해요. (이런 뉴스는 이제 하도 매달 나와서 별 생각이 안 들려고 함) 12월이라고 다를까요? 엊그제 뉴욕타임스에서 읽었는데, 북극 지역은 이제 기온이 올라가다 못해 ‘근본적으로 다른(fundamentally different)’ 기후가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얼음 바다와 눈’으로 특징지어지던 지역이 이제는 ‘탁 트인 바다와 비’가 특징인 지역으로 바뀌고 있단 거죠. 이제 30년 후의 산타 마을은 반짝반짝 알전구가 얼음에 비치는 눈 덮인 곳이 아닐 거란 얘깁니다. 30년 후가 멀다고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되어 자기 아이들에게 산타가 있다고 뻥을 치고 있을(...) 바로 그때인데도요? 전혀 먼 얘기가 아닙니다. 

싼타 마을은 이래야 하는 건데.. (이미지: Pinterest)

2019년,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공교육 과정에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집어넣었습니다. 그 말이 무얼 의미하느냐 하면 작년까지는 의무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공부를 시키는 국가가 하나도 없었단 거죠. 이탈리아의 경우 연간 33시간의 의무교육 시간이 기후변화에 할당되었는데요, 학부모들도 기후변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이에 찬성했기에 가능했던 거겠죠.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기후변화의 원인과 해결 방법이 뇌 속에 당연하게 박혀 있지 않으면 기후 위기는 아마 해결이 영영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사실 기존의 대부분의 기후변화 정책은 산업계나 정부,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마련입니다. 공장에서 온실가스 몇 퍼센트를 감축해라, 정부는 기후변화 연구사업이나 국제공조에 앞장서라, 등등이 있겠지요. 교육부도 담당할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말이지요. 이탈리아의 의무교육 시행으로 다른 국가들도 논의를 시작하면 좋을 듯합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기후변화 교육은 아래 그림과 같이 네 가지의 핵심적인 측면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1. 모든 지역에서 의무교육이 확대되어야 해요. (기후변화 교육을 떠나서, 아직도 많은 국가들에서 기본적인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죠. 기후변화의 폐해를 겪어내려면 최소한의 교육을 받고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할 겁니다.)

2. STEM 교육을 강화해야 해요. (과학과 기술이 기후변화 문제를 풀기 위한 핵심이 될 테니까요.)

3. 학교 운영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학교부터 에너지 절약적, 환경 친화적으로 운영되어야 어린이들도 보고 배우겠지요.)

4. 학교 커리큘럼이나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환경 및 기후변화 교육이 실시되어야 해요. ('기후변화 교육'이라 하면 저는 이 부분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기타 세 가지 사항도 병행하여 추진되어야 한단 겁니다.)


기후변화 교육의 핵심 사항들 (이미지: World Bank) 


이런 목표들은 당연히 중요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각국의 교육부가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UNESCO에서 기후변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선에서 기후변화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거든요. 특히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관점에서 기후변화 교육이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과 연계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가이드라인 중 눈에 띄는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어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기후변화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이 안 그래도 배울 게 너무 많기 때문이죠. 입시 공부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따로 시간과 리소스를 할애할까요? 유네스코는 새로 과목을 만들 것이 아니라, 과학, 지리, 인권, 언어 등 다양한 기존 과목에 얇게 층을 올리는 방식으로 다학제적인(inter-disciplinary) 접근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과학시간에 온실효과를 배울 때 지구온난화도 함께 배우고, 세계 지리를 배울 때 각 지역의 기후가 변하고 있음을 배우는 것이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교과목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일이겠죠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커리큘럼에 도움이 될 만한 기관이나 도구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Sandwatch라는 네트워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해안 환경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어요. 기후변화로 인해 바닷가에서는 해안선 상승, 침식 심화로 인해 재난에도 취약해지고 동식물도 피해를 입고 있죠. 호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 친구들과 선생님, 학부모, 시 당국 등과 함께 학교 내에 해변 정원을 조성해서 기후변화와 함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 토론하는 프로젝트를 5년 간이나 지속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배우는 기회가 되는 거죠. 

Sandwatch 네트워크 홈페이지

하지만 이런 자료들만 가지고는 역부족일 겁니다. 게다가 청소년 행동 변화를 위한 가이드북(YouthXchange Climate Change and Lifestyles Guidebook)의 경우 상당히 오랜 기간 업데이트되지 않은 듯하고, 요즘 디지털 세대가 느끼기엔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참여를 유도한답시고 아래와 같은 문제를 중간중간 끼워 놨는데, 과연 재미있을까요...?

자, 어떻게 하면 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흠흠.



집에서도   있는 것들 

학교에서 아직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도,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건 아무래도 나부터 이런 주제에 귀를 기울이고, 한 번이라도 더 읽고 듣는 것이겠죠. 아이들에게도 평소 생활습관을 잡아 주고, 환경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동화책들을 읽어주는 작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 분야를 공부했음에도 사실 아이에게도 가르쳐 주려는 생각은 아주 최근에서야 했습니다. 지난달에야 처음으로 “북극곰 윈스턴, 지구온난화에 맞서다!”라는 첫 기후변화 동화책을 구매했고요. (아이가 책과는 담을 쌓은 터라 아직 한 번도 읽어주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에너지 생성과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문제 전반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책도 함께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요즘 워낙 책이 잘 나와서, 맘만 먹으면 읽어줄 책은 참 많으니까요. 

지구온난화를 쉽게 설명한 책, <북극곰 윈스턴, 지구온난화에 맞서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핵심적입니다. 따지고 보면 저도 매주 꼬박꼬박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글을 읽고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거든요. 하지만 머리가 다 큰 어른 입장에서 행동의 변화까지 가려면 한두 번 읽고 생각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때가 태반이니까요(ㅠㅠ). 그래서 더더욱 교육이 중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이야말로 기후변화의 폐해를 몸으로 겪어낼 당사자들이니까요. 


*참고 자료

https://www.iberdrola.com/social-commitment/climate-change-education

https://www.sandwatchfoundation.org/most-significant-change-stories.html

https://sustainabledevelopment.un.org/content/documents/740uneppublication.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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