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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Dec 07. 2020

그러니까 대체 둘이 뭔 관계냐고

전력생산과 온실가스, 그리고 기후변화 

옛날 옛적에 나무 한 그루가 살다가 죽었습니다. (처음부터 주인공 사망

식물이 죽어서... (이미지: Apogee Interactive)

죽은 나무가 썩은 다음,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며 땅 속에서 꾹꾹 눌리기도 하고, 뜨거운 열을 받기도 하며 결국 새까만 돌이 되었어요. 훗날 사람들은 이 돌을 태워서 추위를 피하고, 나중에는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석탄'이라고 불리는 이 돌을 태울 때마다 시꺼먼 연기가 나왔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어요. 당장 너무 편했으니까요. 



화석 연료를 이용한 전력 생산, 편하지만... 

뒤늦게 과학자들이 '온실 효과'라는 걸 발견했어요. 태양계 황량한 다른 행성들과 달리 지구는 생물들이 번성하기 딱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대기'라는 걸요. 대기가 열을 가둬준 덕에, 지구는 따뜻하고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온실 효과의 비밀은 대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라는 친구에서 찾아볼 수 있었어요. 아주 적은 양으로 바닷물을 짜게 만드는 소금처럼, 비율은 적지만 지구를 덥혀 주는 고마운 존재였거든요. 


그런데요, 뭐든 적당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석탄을 계속 태우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는 탄소 기반이기 때문에 태울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원래 대기 중에 존재하는 균형을 깨뜨리면서 마구마구 더해졌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제 되돌리기 어려워져 버렸습니다. 예전에 비해 인구가 폭발하고, 늘어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습니다. 살 곳이 필요해 대규모로 벌목을 하고, 고기유제품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다니기 위해 자동차와 선박,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디지털 세대에 가장 필요한 것, 이게 없으면 하루도 못 사는 것전력입니다. 우리에게 무한한 편의를 가져다주고 있는 전기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제일 흔한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죠. 

화력 발전(석탄이나 가스를 이용) 

수력 발전(물의 낙차를 이용)

원자력 발전(핵반응 에너지를 이용) 

신재생 에너지 발전(태양광, 풍력 등 자연 에너지를 이용)

발전의 종류(이미지: RealPars)

국가마다 다르지만 발전 때문에 생성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30퍼센트 정도 됩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의 3분의 2 가량이 화석 연료로 이루어지고요. 요 부분만 잘 잡아도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화석 연료를 신재생이나 원자력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다른 에너지원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어떻게 계산을 할까 

그런데 말이죠, 굴뚝에서 뭉게뭉게 나오는 모든 것이 다 온실가스는 아니겠죠? 그리고 분명 석탄을 태웠을 때와 가스를 태웠을 때, 같은 양의 연기가 나오더라도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를 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특정 연료를 사용한 전력 생산"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때 필요한 개념이 바로 <배출 계수(emission factor)>입니다. 


배출 계수란 특정 에너지원이 배출하는 평균적인 온실가스의 양으로, 물론 발전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발전사업자들은 이것을 이용해서 '인벤토리'라는 걸 작성하고 국가에 보고를 하죠. '계산해보니 우리 발전소에서는 지난 한 달간 온실가스가 이만큼 배출되더라'하고 말이지요. 배출 계수는 하나의 숫자로 정의되지만(발전량에 곱하기만 하면 됨), 특정 국가의 에너지원이나 기기 특성, 기술 발전을 고려하여 변경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발전량 1 kWh마다 정확히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배출 계수 하나만 가지고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단 얘기도 나옵니다. 특히 한 에너지원이 처음 생산되는 단계부터, 수송,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생애주기를 생각하면 그보다 더 큰 숫자가 나오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을 생각해 보면, 우라늄을 채굴하고 처리하는 공정과, 연료로 사용하도록 전환하고 농축시키는 과정이 필요하죠. 뿐만 아니라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과정, 연료를 재가공하고 나중에 폐기하는 단계까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이 존재합니다. 

원자력 원료의 생애주기(이미지: Harvard University)

과학자들은 각 단계별로 배출량의 양을 측정하여 다 합쳐서 생애주기 배출량을 계산했는데요, 계산 방법에 따라 차이가 좀 나기는 하지만 배출 계수 하나로만 뚝딱 계산하는 것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정확한 결과일 겁니다. 배출 계수로만 계산하면 원자력 발전의 배출량은 청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생애 주기로 분석하면 그보다는 온난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겠죠. (물론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만만치 않습니다.)



전력 생산의 방법을 바꾸면 정말 미래가 바뀔까?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기온 상승이 2도를 넘어가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하죠. 왜 하필 2도냐 하면, 그걸 넘어가면 기후 피드백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기온이 높아져서 빙하가 녹았는데, 그 안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배출되며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시나리오가 한 예가 되겠죠. 빙하가 녹으면 햇빛을 반사하던 하얀 표면이 적어지면서 더욱 더워지는 것도 그렇고요. 


지금 이대로라면 아마 3, 4도 이상 기온이 올라갈 것 같은데요, 만일 전력 생산의 방식을 청정하게 바꿀 수 있다면 과연 변화가 있기는 할까요? Climate Interactive라는 기관에서 MIT와 함께 개발한 기후 시나리오 툴이 있는데, 그 툴을 이용하면 쉽게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1]. 


시나리오 1. 이대로 지속된다면...

먼저 이 그래프는 지금처럼 살아갈 때의 시나리오입니다. 3.6도 기온이 상승한다고 나오죠. 


시나리오 2. 발전 방식의 변화 

그러면 전력 생산에 변화를 주면 어떨까요?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 연료에 딱히 과세를 하지 않고 신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발전만을 늘렸을 때의 시나리오가 바로 위 그래프입니다. 1도 차이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3.6도에서 2.6도 변화는 사실 엄청난 겁니다. 1도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을 하네 마네 하기 때문이죠. 오른쪽 그래프에서 파란 선이 아래로 쑥 내려간 것이 보입니다.  


시나리오 3. 발전 방식 변화 + 기타 노력

더 희망적인 그래프도 있습니다. 여전히 화석 연료에 과세를 하지 않고도, 건물과 교통 부문에서 전력화(자동차 꽁무니에서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도록)와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숲을 재조성하는 등 탄소 제거 기술이 발달한다면 1.7도까지 상승 폭을 낮출 수 있어요. 오른쪽 그래프의 파란 선이 더욱더 내려간 걸 보니 마음이 한층 편안해집니다. 



디지털 문명이 발달하며 아마 전력 생산은 아마 앞으로도 가장 최우선의 과업일 겁니다. 교통수단이나 건물 부문에서도 모든 에너지를 전력화시키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청정한 방법으로 전력을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죠. 


기존의 화석연료 문명, 즉 탄소 기반의 산업 인프라에서 탈출하는 것. '전력 생산과 온실가스 생성'이라는 지독한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겁니다.


*표지 이미지: YouTube (It's AumSum Time)

[1] https://en-roads.climateinteracti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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