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원자력 발전 논란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일까요, 아닐까요?
원자력 발전이라고 하면 특히 요즘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초토화된 풍경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한국도 그렇지만 전 세계 많은 국가들에서 원자력 발전 대신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도, 국민적 정서를 고려한 거겠죠.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화재나 지진과는 차원이 다른 재앙이 펼쳐지고, 그 후유증도 가늠이 안될 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대중의 거부감이 유달리 심한 듯합니다. (원자력이야말로 핵망의 지름길?)
최근 뉴스를 보니,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개수가 3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해요 [1]. 31개국에서 408개를 운영 중인데,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자력발전 대국인 한국도 그중 하나죠.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수가 이렇게 떨어진 이유는, 현 발전소의 수명이 다했을 때 새것을 짓지 않고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국가들이 많다는 얘기죠.
원자력 발전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한 가지는 비용 문제고, 다 다른 하나는 안전 문제입니다. 우선 비용 측면을 살펴보면요, 건설 기간이 너무 길고 돈이 많이 드는 게 문제입니다. 최근 폴란드에서 400억 달러에 달하는 원자력 계획안을 발표했는데, 지금 지어도 2033년은 되어야 실제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해요 [2]. 엄청나게 장기적인 투자인 셈이죠. 그런데 또 돈은 어마무지하게 듭니다. 최근 영국에서는 200억 파운드짜리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가 무산됐는데, 비용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논의하던 히타치사가 발을 뺏기 때문이래요.
하지만 사실 비용 문제는 극복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미국에 비해 6분의 1의 비용으로도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데, 이는 표준화와 반복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3]. 마치 공장처럼, 발전소마다 커스터마이즈를 최소화하는 한편, 여러 번 경험이 쌓여가며 비용을 최소화시킨다고 합니다. 또한, 건설 비용은 무진장 높지만 반면 발전 단가는 아주 적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무조건 불리하다고만 볼 순 없다고 할 수 있지요.
그보다 큰 문제는 물론 안전 문제입니다. 1986년의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사고뿐 아니고 비교적 피해 규모가 적었던 1979년의 스리 마일 아일랜드 사고만 봐도, 대부분의 방사능이 외벽에 의해 흡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 등의 후속 조치에만 거의 1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4].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대중이 원자력 발전에 대해 거의 등을 돌렸다는 거죠.
또 폐기물 문제도 늘 대두되는데요, 사실 폐기물 자체는 다른 종류의 폐기물에 비해 컴팩트한 편이에요. 미국에서 나오는 원자력 폐기물 60년어치를 모두 모아도 월마트 하나 정도에 모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까요. 방사능이 문제긴 하지만, 석탄 발전 폐기물도 유독한 비소나 수은을 방출하기 때문에 훨씬 낫다고는 말하기 어렵죠.
하지만 기후변화의 폐해가 온 세계에 자명해지는 지금, 원자력 발전이 가지는 엄청난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발전할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인데, 사실은 훨씬 더 높을 뻔했어요. 그나마 원자력 발전이 3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하지 때문에 그나마 낮아진 거죠. 요즘은 단순히 운영할 때 나오는 탄소배출량 말고 생애주기분석(Life-cycle Analysis, LCA)을 많이 하는데요, (저도 석사 때 생애주기분석으로 졸업 프로젝트를 했다는 TMI) 발전소 짓고 원료 채출하는 등의 모든 과정을 포함시켜도 석탄에 비하면 탄소배출량이 99분의 1밖에 되지 않아요.
지난번 글에서 예찬했어서 좀 민망하긴 한데(흠흠), 독일에서 탈원전을 한다고 태양광에 엄청난 투자를 했었잖아요? 근데 사실 세금만 엄청 오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다지 줄지 않아서 국민들이 불만이 상당했었다고 해요. 그래서 부랴부랴 태양광 보조금을 줄였죠. 탈원전을 하면 그만큼 배출량 쪽으로 리스크가 있단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면, 원자력 발전은 혹시나 사고가 발생하거나 테러의 표적이 됐을 때 그 피해가 너무나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사실 차차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당장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패기 있게 탈원전!을 외치는 건 너무나 비현실적입니다. 그렇다고 '장기적으로는 차차 줄여나가되 지금은 잠깐 해보지 뭐'라고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원전 정책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죠.
오늘도 '그래서 어쩌라고'입니다만.. 그래도 저는 대책 없는 탈원전이 무엇보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의 입장에서도 장단점을 꼼꼼히 인지하고, 원자력 발전은 무조건 핵망'이라는 생각은 적어도 버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2] https://www.bbc.com/news/uk-wales-54175280
[3] Nuclear Power Can Save the World, by Johns S. Goldstein, Staffan A. Qvist, and Steven Pinker, April 6, 2019, The New York Times.
[4] Andrews and Jelley, Principles, Technologies, and Impacts of Energy Science, 2nd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