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엄마들의 자세
저도 엄마이기에 이런 말을 하기 참 뭣합니다만, 엄마란 참 대단한 존재입니다. (물론 이 글에서 '엄마'란 아빠나 할머니 같은 다른 양육자도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뜨끈한 느낌을 위해 그냥 엄마라고 쓸게요.) 저는 '나'보다 '엄마'로서의 자신이 훨씬 강하다고 느껴요. 온수매트가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지는 쌀쌀한 아침, '나'는 모든 것이 귀찮아 쭈글거리며 누워 있고 싶지만 '엄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이에게 계란이라도 하나 삶아 주니까요.
그런 엄마들이 모이면 그야말로 "어벤저스, 어쎔블!"입니다. 몇 년 전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 보면 쌍둥이 남매가 유괴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이때 엄마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회의용 탁자에 비장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엄마들의 '단톡방'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교환하죠. 온 동네의 엄마들이 자기 아이가 없어진 것처럼 발 벗고 나서서, 금방 범인의 인상착의와 소재를 파악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죠. 아줌마들은 사방에서 우르르 달려와 체포까지 해냅니다. 쌍둥이들은 금방 엄마 품에 돌아갔고요.
엄마들이 이렇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단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무의식 깊이 자리한 '나도 내 아이를 잃어버리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과 공감력이 행동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모여 활동하는 맘 카페가 그토록 활성화될 수 있는 것도,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 하나가 얼마나 큰 다리 역할을 하는지 보여 주지요.
엄마들이란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아이에 대해서도 공감과 이해를 갖추고 있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지요. 따라서 미래 세대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엄마들 눈으로 기후변화를 바라보자
그렇기에 엄마들은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환경이 걱정이 됩니다. 자녀들이 어른이 되면 청정한 자연환경과 풍요로운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요?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Science Moms라는 캠페인을 소개했어요. 기후변화에 대해 교육하고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엄마들이 모여 단체를 만든 거지요. '엄마들 그룹'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음주 운전이나 총기 사용 규제 등의 분야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고 해요.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는 무언가 행동에 옮기기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과학적 사실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Science Moms는 이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웹사이트에는 기후변화 관련 팩트를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자료와 추천 도서, 도움이 되는 영상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많은 자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엄마들이 많이 참여하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관이겠지요. 추천 도서의 경우 어른과 아이를 위한 추천 도서를 구분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도움이 될 듯했어요. (저도 부끄럽게도 읽은 책이 없어, 이제부터 바지런히 구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미래 세대를 자기 손으로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직접 나서는 건 참 의미심장한 일이지요. 한국 기상청에서도 엄마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교육하고 인식을 높이는 <기후변화 브런치 카페>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요. 스웨덴에도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항공기 사용을 자제하자고 엄마들이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고요.
Science Moms의 주요 운영진 중 한 명은 흑인 여성인데, 극지방의 온난화 현상에 대해 연구해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분입니다. 여성과 유색 인종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분은 자신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후가 변하는 건 모두가 느끼지만,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자산이 부족한 사회의 취약 계층이 훨씬 더 힘들게 마련이거든요.
엄마니까 가능한 것
분명 아이들이 자랄 세상은 과거와는 다를 겁니다. 최근 책을 읽다가 매일 12종의 생물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경악) 실제로 최근 연합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매년 지구에서는 1%에서 2%의 곤충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기후변화와 농약, 환경오염, 토지의 농토 전환 등 자연환경의 파괴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들은 염세주의와는 거리가 먼 집단이죠. 심리학자 롤로 메이(Rolo May)는 우울증을 '미래를 구성하는 능력의 상실'이라고 정의했는데요, 엄마들은 아이들을 키우며 매일매일 미래를 구성하고 꿈꿉니다. 엄마의 생각이란 아침에 밀가루를 먹였으니 점심과 저녁은 꼭 쌀밥을 먹여야겠다고 다짐하는 것부터,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까지 단기와 장기를 자유로이 오가는 법이니까요.
온 식구가 다 아파도 엄마는 아플 여유도 없는 법입니다. 우울증에 빠질 여유도 없고요. 엄마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그리고 나서야 하는 이유겠지요. 아이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한 번씩 고민해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변화가 찾아올 거예요.
끝으로, 여기 소개된 책들 중 국내 번역이 된 책이 몇 권 없지만 링크를 첨부합니다.
(아이를 위한 책) 신기한 스쿨버스 - 지구 온난화를 막아라!
http://bir.co.kr/bookreview/57022/
(엄마를 위한 책) 지구 재앙 보고서: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과거·현재·미래
https://library.krihs.re.kr/search/detail/CATTOT000000153725
Science Moms 추천 도서 목록에는 없지만 몇 권 더 첨부해 봅니다.
나오미 클라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29260062
엘리자베스 콜버트, 여섯 번째 대멸종
http://www.yes24.com/Product/Goods/14158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