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on Jan 25. 2021

엘씨오이는 무슨 오이인가요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 LCOE

이제까지 쓴 글을 쭉 훑어보니, 저는 이 매거진에 글을 쓰며 기후변화에 대해 암울한 이야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뭐야.. 망했어)

<팩트풀니스(Factfullness)>라는 책이 있는데요, 저자는 사람들이 세상을 너무 안 좋은 곳으로만 본다고 지적합니다. 예상과는 달리 사실은 지구의 인구는 폭발이 아닌 안정화를 향해 가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예방 접종을 맞고 교육을 받고 있으며, 과반수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있단 거죠.


생각해 보면 신재생 에너지도 아마 자주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아직도 태양광이나 풍력이 화석연료에 비해 비싸고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니까요. 사실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에너지 생성 가격은 쭉쭉 떨어지고만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 영화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스크린쿼터제를 시행하기 시작한 이유는 제도 없이도 한국 영화가 충분한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영원히 시행하겠다는 게 아니고 자생력이 생기면 점차 폐지하는 게 목적이고요 (지금 찾아보니 실제로 2006년 기존의 절반으로 상영일 기준이 축소되었네요). 신재생 에너지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화석연료에 비하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는 발전차액 지원제도(FIT, feed-in tariff)나 보조금 등의 제도를 시행한 거죠. 이 중 FIT란 발전사업자들이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할 때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전력을 구매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요즘 EU를 비롯한 각국에서는 FIT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어요. 지원이 없이도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는 소리죠. FIT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들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보조금을 지급하여 쭉쭉 성장을 돕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 비용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비용을 어떻게 계산하나요

그럼 그 '비용'은 어떻게 계산하는 걸까요? 한 시점만 보자면 사실 당연히 신재생 에너지가 비쌉니다. 당장 에너지를 얻는 제일 쉬운 방법은 기존에 있는 발전소에 석탄만 좀 사서 태우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생애 주기의 관점에서 수십 년간 드는' 모든' 비용을 고려하면 어떨까요? 


이때 나오는 개념이 LCOE인데요,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의 약자입니다. 한국말로는 '균등화 발전비용'이라고 하고요. (말이 너무 어려워) 평균을 계산할 때 뭔가의 총합을 개수로 나누는 것과 똑같이, 전체 비용을 전체 에너지 생산량으로 나누면 돼요. 

(복잡해 보이는 이 식의 출처는 위키피디아입니다.)

식을 보면 엄청나게 어려워 보이지만 (시그마 보고 당황하지 맙시다!!) 사실은 별 거 아닙니다. 발전소를 지으면 영원히 쓰는 게 아니고 생애를 다하면 그만 쓰게 되는데요, 이 <전 생애를 통틀어 발전소에 들어간 비용>을 <그동안 생산한 전력량>으로 나누면 되거든요. 그러면 1 kWh만큼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돈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겠지요. 


발전소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하면 초기 투자비(I)부터 운영비(M), 연료비(F)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식에서 자꾸 (1+r)이 보이는 이유는 한 시점만 보는 것이 아니고 발전소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전 생애를 보기 때문에 할인율이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결론은 LCOE가 높으면 비싼 발전 방식, 낮으면 싼 발전 방식이라는 겁니다. 


LCOE의 추세를 연료별로 살펴보면 다음 그래프와 같습니다(요 그래프는 미국 기준입니다). 석탄은 회색선이라 큰 변화 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건 태양광이지요. 풍력도 마찬가지로 쭉 줄어들고 있고요. MWh당 드는 비용이 어느샌가 뒤바뀌어 있단 걸 알 수 있지요.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보조금의 역할이 컸지만, 아무튼 결론적으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싸졌습니다. 사실 당연한 것이, 일단 세팅을 완료하면 햇살과 바람은 공짜니까요. 

2017년까지의 LCOE 추세 (그래프: Energy Innovation)



오예! 그럼 성공인가?

이런 반가운 소식이.. 그렇지만 신재생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바로 탄소제로 경제로 넘어가는 건 아닙니다. 시장은 가격에 따라 움직이니 미래가 밝기는 하지만, 2017년 기준으로 아직 세계 에너지 총량의 3%만을 신재생 에너지가 담당하고 있거든요. 또,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소가 은퇴(?)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아직도 화석연료에 엄청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어서, 2015년 기준으로 연간 세후 5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화석연료 산업에 가고 있다고 해요. (너무 많은 돈이라 감도 잘 안 잡힙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미래 에너지의 주축이 되기 위해서는 비용 이외의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일단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수명이 다해 폐쇄할 수 있으려면 손해를 보는 산업 관계자나 고용인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요. 신재생 에너지 전력망으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탄력적 인프라가 필요하겠지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지금부터 신재생으로 청정하게 발전하는 건 '오구오구 잘한다'가 아니라 '아니 그건 당연한 거고-_-'라는 걸 알아야 해요. 사실 이제까지 배출한 탄소배출량만 가지고도 지구 기온은 올라갈 만큼 올라간다고 하니까요. 이산화탄소는 아주아주 오랫동안 대기 중에 머무르기 때문에, 이제까지 저지른 짓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픕니다. 


다만 비용 면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정말 다행입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규모 전환이 당장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탄소에 가격을 매기든가 아직은 성숙하지도 못한 다른 기술적 혁신이 있어야만 기후 위기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일단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용만큼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European Commission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눈으로, 엄마의 힘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