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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Feb 01. 2021

대통령 한 명이 뭘 바꿀 수 있을까

바이든의 기후변화 정책을 들여다 보기

작년 말 박빙의 대선을 치르고, 미국은 새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파리 협약 재가입을 비롯하여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피력했는데요, 과연 뭘 얼마나 잘할지 궁금합니다. (지켜보겠어) 

출처: 인터넷에서 줍줍.


다른 나라가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은 워낙 국제무대에서 중요하기도 하고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미국의 새로운 기후변화 정책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건 필요할 듯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바뀐 지금, 이런 의문이 듭니다. 대통령 한 명이 뭘 바꿀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대통령이 환경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 [1])


- 대선 캠페인이나 정책 문서, 연설에서 자주 보이는 어젠다에 환경이 포함되어 있는지

- 환경청 수장이나 장관 등, 주요 직책에 어떤 성향의 사람을 임명하는지

- 환경 문제에 예산을 얼마나 분배하는지

- 국제 환경 협약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어떠한지 

- Executive Order (EO, 행정명령)을 이용하여 환경 문제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이 중에 "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이 가진 중요한 권한 중 하나인데요, 다른 절차 없이 대통령 직속으로 공표할 수 있죠. 실제로 오바마와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200회가 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고요. (FDR은 3,700회가 넘게 사용) 그 자체로 입법의 성격을 갖지만, 헌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물론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리면 안 되겠죠.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바이든 대통령 (사진: AP Photo/Evan Vucci)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때부터 꾸준히 환경과 기후변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취임 직후부터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행정명령을 내리는 중입니다. 대통령 한 명이 분위기를 바꾸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죠. 



아무튼 그래서 바이든은 대통령이 된 후에 광범위한 기후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서는 "sweeping"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2].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후 정책을 외교와 국가 안보의 중심에! (이렇게 표현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 연방 소유 토지와 수자원의 30%를 보존하고, 개발 허가 중지

- 대신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위해 사용할 것. 특히 해상풍력발전을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

- 전국에 광범위한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설립

- 파리 협약 재가입 

-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2030년까지는  2005년 배출량의 40-50% 이상 감축할 목표를 세울 것으로 예상


민주당의 기조가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과 많이 닮아 있는데요, 이번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특징은 고용창출에 방점을 찍었다는 겁니다. 행정명령에서도 15번이나 'jobs'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 보니, 야당의 공격을 의식한 까닭도 있겠지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떤 고용을 창출할지 궁금합니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전기차 산업: 연방 정부 재정으로 전기차 산업을 지원해서 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고,

- 주택: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 건설 관련하여서도 150만 개의 일자리가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 석유 및 가스 개발정: 수많은 석유, 가스 개발정이 사용 중지된 후에도 원유와 가스 유출이 지속되어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요, 적절하게 캡을 씌우는 작업에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습니다. [3]  



모든 동전에는 뒷면이 있듯, 탈탄소 고용을 창출하는 이면에는 현재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고용 위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산업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내일부터 태양광 패널을 만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따라서 시간을 들여 트레이닝을 시키고 적절하게 신-구 직업을 매칭 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환경 규제와 고용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에서 희생되는 직업의 수가 친환경 산업에 새로 창출되는 직업의 수와 대략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지금 야심 차게 발표한 여러 정책은 실제 이행에 수년이 걸릴 것입니다. 전기차를 지원하는 건 좋지만, 지금 미국에서 굴러가고 있는 2천800만 대의 비전기차를 당장 갖다 버릴 순 없으니까요. 게다가 오바마가 세웠던 수많은 계획들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수히 폐기되었습니다.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지만, 정책의 방향이란 본래 정권 교체에 취약하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대통령 한 명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미래를 구상하는지는 적어도 향후 4년 동안에는 많은 걸 바꿀 겁니다. 바이든은 취임과 함께 대통령 과학 자문단을 임명했는데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영향력 있는 과학자들에게 편지를 통해 과학과 기술에 대해 다섯 가지의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 번째는 물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이 지긋지긋한 전염병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바로 두 번째에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 번째가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질문인데, 그보다도 우선순위에 자리한 거죠.)


How can breakthrough in science and technology create powerful new solutions to address climate change--propelling market-driven change, jump-starting economic growth, improving health, and growing jobs, especially in communities that have been left behind?
(과학과 기술 발전은 어떤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새로운 솔루션을 가져다줄 것인가? 이는 시장 주도의 변화를 이끌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며,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고용을 늘려야 할 것이며, 이는 특히 저소득층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도 2050년 넷제로 목표를 발표한 지금, 어떤 식으로 이행할지, 무엇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지 진지하고 구체적인 고민이 이루어져야 할 듯합니다.   


[1] Vig & Kraft, Environmental Policy, 8th edition

[2] https://www.nytimes.com/2021/01/27/climate/biden-climate-executive-orders.html?action=click&module=Spotlight&pgtype=Homepage&utm_campaign=Carbon%20Brief%20Daily%20Briefing&utm_content=20210128&utm_medium=email&utm_source=Revue%20Daily

[3] https://www.reuters.com/article/us-usa-drilling-abandoned-specialreport-idUSKBN23N1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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