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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May 12. 2020

코로나 사태와 기후변화

배출량은 감소 중, 하지만 그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이 글은 제 개인 영문 블로그 hoonyun.wordpress.com에 포스팅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좋은 점을 생각해 보려 했어요. (정신승리 도모;;) 그중 한 가지는, 그리고 아마도 유일한 한 가지는, 제가 살고 있는 홍콩의 하늘이 지난해보다 훨씬 깨끗하다는 겁니다. 


공기 질이 좋아진 건 홍콩만이 아닌 것 같아요. 얼마 전, 인도의 한 마을에서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었죠. 히말라야 산맥이 뚜렷하게 위용을 자랑하는 이 사진은 집에 틀어박힌 전 세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미국에서는 여러 해변에서 아기 거북이들이 태어났어요. 전에는 사람들로 꽉 차서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었죠. 홍콩에서는 판다 한 쌍이 10년 만에 교배에 성공했다고 하는데요, 동물원이 문을 닫아 조용해지자 가능한 일이었어요.  


가디언지[1]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감소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전 세계 교통량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추정되고, 올 2-3월 사이 중국의 탄소 배출량만 해도 18 퍼센트나 감소했다고 해요. 요즘 항공 교통이 거의 완전히 마비된 걸 고려해 보면, 항공 배출량 감소량도 어마어마하겠죠. 


씁쓸하기는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돌아야 비로소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는 걸까요? 기후변화과 이번 전염병 사이의 명확한 연결 고리는 밝혀진 바 없지만, 이번 사태가 지나가고 나면 기후변화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겁니다.  


우선 배출량이 감소했다는 건 그저 경제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는 걸 의미할 뿐이에요. 그리고 온 세계 사람들은 어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고요. 지도자들은 아마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경제를 살리려 노력할 텐데요, 청정에너지나 재생 가능 에너지만을 고집하기는 어렵겠죠. 미국 정부는 석유나 가스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을 벌써 논의 중이고요. 물론 생계를 보장하고 생필품을 구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거예요.


또, 코로나가 물러가고 난다 해도 세계는 전보다 가난하고 양극화된 모습일 겁니다. MIT Technology Review [2]에 따르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국제 협력은 향후 훨씬 더 힘들 텐데요, 지도자들이 전보다 자국 중심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고 국경도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배출권 감축을 위한 국제 협력은 사실 벌써 추진력을 많이 상실했는데요, 미국이나 브라질 등 여러 국가들이 발을 빼며 파리 협약의 영향력이 축소되었기 때문이죠. 세계 자원 연구소(WRI) 기후경제 부국장 Helen Mountford가 비판했듯, 처음에 환영받았던 파리 협약은 이제 "머나먼 기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COP가 취소되는 바람에 더더욱 그렇죠.


문제는 탄소 배출량이 일단 감소한다고 해도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아주 오랜 시간 대기에 머문다는 거예요. 기후변화란 결국 대처해야 하는 문제고, 이제는 경제적으로 더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처해야 하는 거죠. 자국 중심주의에 경제적 압박까지 겹치면 기후변화 대처는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이나 미국처럼 배출량이 큰 나라들은 예전처럼 화석 연료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사태는 생존의 문제고,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 경제를 회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회복할지"는 여전히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예요. 코로나 이후에 또 전염병의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데, 앞으로의 세계는 좀 더 지속 가능한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1] The Guardian view on the climate and coronavirus: global warnings: Editorial, 12 Apr 2020, The Guardian.

[2] James Temple, The unholy alliance of covid-19, nationalism, and climate change, 10 Apr 2020,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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