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툰버리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올해 열리는 유엔 기후 협상(COP26)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BBC를 비롯한 각종 매체는 이런 보도를 했습니다. 올해 글래스고에서 열리게 되어 있는 COP26은 유엔 기후 협상의 이름인데요, COP는 경찰;;이 아니라 "Conference of Parties"의 줄임말입니다. 유엔 기후 협약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걸 말하죠. 벌써 이런 협상도 스물여섯 번째라서 26이라는 숫자가 붙었고요.
그런데 2003년생 스웨덴 소녀가 여기에 참석하는지 여부가 왜 주요 매체에서 다뤄질 만큼 중요한 뉴스일까요?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EU 대표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이나 인도처럼 대규모 배출국의 정상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레타 툰베리가 유명해진 건 2019년 고작 16세의 어린 나이에 유엔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가 이런 연설을 했다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학교에 있어야 할 청소년이 세계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당당히 '미래 세대'를 대표해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건 참 인상적인 일이었죠.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과학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계속해서 외면할 수 있나요? 그리고는 이 자리에 와서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필요한 정치와 해결책이 여전히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데요." (뼈 때리는 팩폭)
영상 풀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KAJsdgTPJpU
기후변화라고 하면 주로 조그만 얼음 덩어리 위에서 배를 곯고 있는 북극곰을 떠올리지요. 그렇지만 그건 북극곰만 기후변화의 피해자여서는 아닙니다. 사실 농경과 토지사용 전환, 그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곤충의 1-2퍼센트(!)가 죽는다고 해요. (나 벌레 되게 싫어하지만 이건 좀 아닌 듯) 하지만 이름 모를 벌레 몇 마리보다는 어릴 적 동물원에서 한 번쯤 보았던 복슬복슬 새하얀 북극곰이 더 사람들 맘에 와 닿기 마련이지요. (요즘은 하도 북극곰, 북극곰 하다 보니 피로감을 자아내는 점도 문제지만요.)
마찬가지로 그레타 툰베리는 어려운 말만 하는 과학자도, 꼼수를 쓰는 정치인도 아니라는 점이 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기후 협상에서 공식적으로 맡은 역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미래 세대를 대변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은 거죠. 그녀는 "어떻게 감히(How dare you)" 미래 세대에게 말로만 허황된 약속을 하며 행동에 옮기지는 않냐고 촉구해 왔지요. 스웨덴 국회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하고, 탄소 발자국이 크게 남는 비행을 거부하고 요트나 기차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걸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계속해 왔습니다.
물론 비판을 받는 점도 없잖아 있습니다. 제일 큰 비판은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가 까분다'는 건데요, 물론 사회가 그리 간단히 돌아가는 게 아니긴 합니다. 그녀가 얘기하는 것처럼 너무 급진적인 정책은 기후 측면에서는 매우 필요할지 몰라도 그만큼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텐데, 그걸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떠든단 거죠.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사설[1]에서도 이런 '단순화'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보여주기 식의 퍼포먼스를 많이 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비행기를 거부하는 건 좋지만 호화스러운 태양광 요트를 타고 다니고 장시간의 기차 여행을 하며 그에 들어가는 식량과 물자는 고려하지 않는단 겁니다. 누구나 그런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이런 얘기들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의 논리나 행보가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핵심 메시지까지 거부할 수 있을까요?
그레타 툰버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유명한데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걸 이유로 '믿을 만하지 않다'라고까지 공격한다고 해요.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노력이 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은 개인의 병력과는 관계가 없는데 말이죠. 오히려 아스퍼거 증후군은 그레타 툰베리가 현재의 문제에 타협하지 않도록 이끈 듯합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환경 문제가 심각한 걸 알면서도 일상생활을 지속하지만 그녀는 도통 그럴 수 없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니까요.
북극곰처럼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저는 세상에 그레타 툰베리가 몇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기후변화라는 분야에 공감 가는 인물이라도 있어야 문제 해결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요.
*표지 이미지: Spencer Platt/Getty Images
[1] https://www.nytimes.com/2019/08/02/opinion/climate-change-greta-thunber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