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on May 10. 2021

이런 세금은 찬성일세

탄소세가 뭘까?

제 주변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해 환경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며 대기 오염, 기후변화 등에 대해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요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도 재활용에 대해 배우고, 지구의 날(Earth Day) 전등 끄기에도 동참하는 등 여러 모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성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보호하는 것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는 화석 연료 사용에서 비롯되었죠. 그런데 화석 연료는 쌉니다. 신재생 에너지보다 훨씬 싸요. 왜 싸냐고요?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냥 말 그대로 화석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얻고, 그걸 소비하는 일차원적인 논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거죠. 그로 인한 환경오염, 자원 고갈, 기후변화 등의 엄청난 폐해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적에서는 이런 현상을 '시장 실패'라고 하죠.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어 버리면 원치 않는 외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환경오염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경제학자들은 이런 시장 실패를 고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을 포함시키면 되죠. 환경을 오염시키는 활동을 비싸게 만드는 겁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우리도 슈퍼에서 장을 보고 비닐봉지를 구매하다 보면 환경도 환경이지만 일단 호주머니 속의 돈이 자꾸 나갑니다. 그러니 돈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낫죠.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폐수를 정수 처리하지 않고 그냥 강물에 버리면 세상 편할 테지만 (양심에는 털 나겠죠) 환경 규제와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을 고려하여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화석 연료 사용도 그 대가가 크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자 - 탄소세 [1]

요즘 날이 많이 더워졌죠. 제가 사는 홍콩도 아주 찜통입니다. 그런데 에어컨을 켤 때 우리는 전기료를 낼 뿐, 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배출된 탄소 배출량, 그리고 그 피해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따로 탄소 배출에 가격이 매겨져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면 어떻게 될까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경제적인 유인이 되겠군요. 바로 그것이 탄소세 도입의 근거입니다. 


사실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방법이 탄소세만 있는 건 아닙니다. '배출권 거래제'라고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 이것도 또 다른 방법이에요. '얼마큼까지만 배출할 수 있다'라고 한계를 정해주고, 그 이하로 배출하도록 노력하고 그게 넘어가는 경우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죠. 사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탄소세와 배출권 거래제의 효과는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은 배출권 거래제를 많이 선택하여 시행합니다. 왜냐하면 배출은 배출할 '권리'고, 탄소는 '세금'이기 때문이죠. 역시 사람들은 세금보다는 권리를 좋아하나 봅니다. 정치적 거부감이 적단 얘기죠. (그래서 중국도 원래 탄소세를 제안했다가 배출권 거래제로 돌아섰고, 호주는 2012년 도입되었던 탄소세를 2년 후 폐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탄소세는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경제 참여자 전반의 행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의 사랑을 받는 방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수를 이용하여 뭔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탈탄소 과정에서 소외된 산업이나 계층을 지원한다든지,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럼 이런 의문이 듭니다.  

누가 내나?

석유를 예로 들었을 때, 탄소세라는 세금은 어디에 때려야(?) 할까요?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생산 사슬 어디에 있든 차이가 없다고 해요. 배출권 거래제나 탄소세의 경제적 효과가 같은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하지만 분명 세금이 어디에 매겨지는지는 (정유사인지, 주유소인지, 소비자인지) 정책 수용에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개 초반에는 업스트림이나 배출량이 큰 산업에 제한적으로 도입되고, 초반에는 많은 세제 지원을 하게 마련입니다.


얼마나 내나?

요것도 애매하죠. 대체 얼마를 내야 '적정'할까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어요. 1) 하나는 '피해의 비용'을 계산해서 접근하는 겁니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게 있는데요, 즉 탄소 배출량으로 인해 기후변화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얼마인지 비용을 추산해서 적절한 세금을 매기는 거예요. 2) 두 번째는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를 달성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 지구 기온 상승 폭을 2도로 제한하자고 하고 있는데, 탄소 가격이 얼마가 되면 이걸 달성할 수 있을지 모델을 이용하여 추정하는 거예요. 


말로 해놓으면 그런가 보다 싶지만, 사실 불확실성도 크고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이겠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두 방식을 통해서 추정한 적정한 탄소 가격은 비슷하게 나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1톤당 25달러가량이래요. 지금 캐나다에서 도입되고 있는 탄소세를 보면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최대 23달러 선에서 형성되고 있는 듯하니, 대략 바람직한 범위로 가고 있는 것 같네요. 



탄소세 도입 ≠ 기후변화 해결 

물론 탄소세는 하나의 정책적 방법일 뿐,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일단 열심히 계산해서 적정선의 세금을 도입한다고 해도, 배출량 거래제와 달리 탄소세가 배출 총량 제한을 보장해 주는 건 아니거든요. (세금 내고 말지)


게다가 탄소세는 어디까지나 각국 정부의 재량이라서, 전 세계적인 문제인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면 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단 건 부인할 수 없어요. 하나의 좋은 예는 해운업입니다. 선박은 세계 전체 배출량의 2%를 차지할 만큼 큰 배출원인데요, 철도나 항공에 비해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적은 편이긴 한데, 워낙 해상 운송 물량 자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죠. 워낙 이 나라 저 나라로 움직이다 보니 한 국가에서 배출량을 통제하기 어려운 부문이라,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에서 배출량을 감축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50% 감축을 목표로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그런데 얼마 전 BBC 기사[2]에 따르면, 해운 업계에서 먼저 정부들의 탄소세 도입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선박 소유주들이 신기술을 도입하고 변화를 꾀할 경제적 유인이 생긴단 거죠. 물론 이게 가능할지는 모릅니다. 워낙 선박 회사들의 상황이나 규모가 제각각인데,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가져오는 제안이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탄소세가 지니는 잠재적인 영향력은 강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폐해를 점점 더 실감하는 이 시대, 탄소세는 점차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세금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Unsplash.com

[1] 윌리엄 노드하우스, <기후 카지노> 참조

[2] https://www.bbc.com/news/business-56835352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잠깐 자리를 비우니 생긴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