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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May 24. 2021

여기만 더운 건 아니죠?

지구 온난화는 우리 동네부터 지구 전체까지

홍콩의 여름 날씨가 원래 덥기는 합니다. 최고 기온 자체는 한국 불볕더위에 비해 낮을지 몰라도(2018년 여름 한국에 갔을 때 계속 37도였...), 워낙 오랜 기간 지속되는 데다 습도가 높아서 견디기가 참 어렵지요. 


그런데 정말 어제는 유달리 더웠어요. 저녁 먹고 나서 땅거미가 질 즈음에 산책을 나갔는데도 공원에 있는 온도계에는 31도라고 찍혀 있었죠. 뉴스에 나온 걸 보니 1884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5월 날씨 중 가장 더운 날이었다고 해요. 최고 기온 36.1도, 체감 온도는 41도였다고 하니, 오후에 집콕하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36.1도를 기록한 어제; 체감 온도는 무려 41도! (이미지 출처: SCMP)


그런데 사실 작년에도 가장 덥다고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만이 그런 건 아니란 얘기죠. 또 홍콩만 그런 것도 아니고요.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가장 더운' 평균 기온을 기록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가끔 이런 의문이 들거든요. '지구 평균'은 정말 더워지고 있을까? 내가 사는 곳만 이런 건 아닐까? 



글로벌 스케일의 '에너지 불균형'

저는 매번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상승한다고 쓰고 있지만, 사실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온실가스만은 아닙니다. 지구가 실제로 받는 태양의 복사력에도 영향을 받고, 엘니뇨/라니냐 같은 현상, 화산 폭발, 대기 중 에어로졸 등 수많은 요인이 짬뽕되어 기온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는 거죠. 


과학자들은 복잡한 모델을 이용해서 지구의 에너지 상태를 추정하고, 기온의 추세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합니다. 노이즈나 랜덤한 사건을 배제하기 위해 예전 지구의 (예를 들면 1880-1920년) '평균' 기온에 그 이후의 기온 변화를 비교하는 식으로 전반적인 추세를 관찰합니다.  


이 분야에 유명한 학자가 계시는데요, 콜럼비아 대학교의 James Hansen이라는 분입니다. 이 분은 원래 우주를 공부하셨는데, 행성(금성)의 대기를 연구했다고 해요. 대기 중에 어떤 기체가 있으며, 그 조합에 따라 기후가 어떠하냐를 공부하다 보니 지구의 대기에도 적용될 수 있었지요. (특히 금성은 온실 효과가 매우 큰 행성이지요!) 그리고 지금은 기후변화 대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세계적인 기후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이 분이 쓴 책과 TED Talk도 잠시 소개할게요: 

* Storms of My Grandchildren


* Ted Talk

https://www.ted.com/talks/james_hansen_why_i_must_speak_out_about_climate_change?language=en


아무튼 이 분과 동료 과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내가 사는 곳뿐 아니라 '지구 평균적으로' 분명 기온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설사 라니냐 등의 현상으로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의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지구는 현재 에너지 불균형 상태에 있다. 


즉, "지구가 받는 에너지 > 지구에서 나가는 에너지"라는 물리학은 변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지구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원인 중, 지구 온난화의 주요 인자(primary drive)가 온실 가스라는 사실도 분명히 하고 있어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이나 이산화질소 같은 물질들도 무서운 추세로 증가하고 있거든요. 

이산화탄소 말고도 N2O와 메탄 농도도 계속 증가 중.. (그래프 출처: James Hansen 뉴스레터, 데이터 소스는 NOAA)

오랜 시간 매달 지구의 기후를 관찰한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으니, 당연히 귀를 기울여야겠죠. 



우리 동네부터 지구 전체까지

지구 전체에서 다시 제가 사는 곳으로 눈을 돌려 볼까요? 홍콩섬 중앙에는 빅토리아 파크라는 커다란 공원이 있는데요, 도심 속 녹지로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요. 

빅토리아 파크 전경 (이미지 출처: Regal Hotels International)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28 제곱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홍콩의 해안가가 바다 아래로 침수될 것이라고 해요. 이는 그 큰 빅토리아 파크로 따지면 무려 147개에 해당하는 영역입니다.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을 인구는 10만 명에 달할 거고요(SCMP).  


눈을 조금만 돌려 보면 이런 사례는 셀 수도 없습니다. 최근에 워싱턴 포스트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1], 2100년까지 그린란드의 얼음이 거의 36 * 10^12 (10이 12개예요!!! 얼마나 많은지 솔직히 모르겠어요ㅠㅠㅠ) 미터톤이나 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냥 해수면만 상승하는 게 아니에요. 극지방의 빙하코어는 지구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거대한 도서관과 같아서, 고대부터 지금까지의 기후와 지구의 모습을 가르쳐 주는 열쇠가 되지요. 그런데 인류와 지구 역사의 가장 위대한 도서관이 이렇게 녹아서 없어진다니("Our greatest libraries are melting away"),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James Hansen은 손 놓고 있을 때 기후변화가 겉잡을 수 없이 진행될 거라며, 이렇게 강조합니다. 

나의, 그리고 여러분의 손주들이 그 대가를 지불할 것입니다.
(My grandchildren and yours will pay the price.)


*표지 이미지: Unsplash

[1]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1/04/07/greenland-ice-sheet-melting-climate-change-history/?utm_campaign=Carbon%20Brief%20Daily%20Briefing&utm_content=20210408&utm_medium=email&utm_source=Revue%20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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