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기, 풍력 발전
며칠 전, 귀여운 사진이 실린 기사를 보았어요 [1]. 웬 튤립인가 했는데, 사실은 소형 풍력 발전기라고 해요. 풍력 발전기라 하면 인천 공항 가는 길이나 대관령 언덕에서 보았던 커다란 하얀 선풍기 아니었나요? 그런데 사실 풍력 발전기가 그런 획일적인 디자인만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예전에 비해 풍력 발전이 오염 없는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으면서 시장이 점점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지요. 발전 규모도 다양해지고요.
요런 꽃 모양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수직형 풍력 발전기뿐 아니라, 아래 사진처럼 날이 없는(bladeless) 윈드 터빈도 개발된 바 있지요. 원래는 날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그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이 풍력 발전인데, 이런 발전기는 대신 부르르(?) 떨면서 발전을 한다고 해요. 여러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띕니다.
사실 이 배경에는 기존 풍력 발전의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윈드팜을 하나 만들려면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부지를 선정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요. 윙윙 날이 돌아가는 소리가 소음 공해라고 싫어하기도 하고, 경관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뿐만 아니라 새들이 날에 부딪쳐서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ㅠㅠ
게다가 풍력 발전기를 아무리 많이 세워도 에너지 수요를 결코 100퍼센트 충당할 수는 없는데요, 바람이 불지 않을 때에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는 간헐적인 발전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풍력 발전기를 너무 많이 세워 버리면 서로 간섭 현상이 발생해서 풍속이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해요.
실제로 한 연구에 의하면 대규모 윈드팜의 경우 눈에 띄게 평균 풍속이 줄어 들어서, 서로 이웃한 윈드팜들은 20-25%나 출력이 감소한다고 해요. 청정에너지 생산이 참 쉬운 게 아니죠.
요즘 그래서 뜨는 게 뭐다? 해상 풍력!
이런 문제점이 있다 보니 항상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다에 윈드팜을 만드는 해상 풍력(offshore wind power)도 점점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바닷가 말고, 바다 물 위예요.) 유럽에선 예전부터 많이 시도해 왔는데, 특히 노르웨이나 영국은 해상 풍력 강국이고 어느덧 에너지 생산 단가도 예전보다는 많이 떨어졌다고 해요.
미국은 그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였는데요, 현재로서는 로드 아일랜드와 버지니아 딱 두 곳에서 소규모로만 해상 풍력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바로 얼마 전, 바이든 정부는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특히 원래 동부를 밀었던 것에 반해 상업적 규모의 윈드팜을 캘리포니아, 즉 서부 해안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어요. 399 평방 마일에 달하는 규모고, 160만 가구의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Morro Bay 등의 지역인데, <도리를 찾아서>에 나오는 곳인 것 같아 괜히 반가웠어요 ㅎㅎ "The Jewel of Morro Bay, California!")
동부의 경우 뉴저지, 롱아일랜드, 매사추세츠 등의 지역에서 추진 중이다가 트럼프 행정부 때 계속 연기되었다고 해요. 동부는 캘리포니아만큼 해가 세지도 않아서 태양광 발전에 덜 적합할뿐더러, 전력 수요가 큰 오후와 저녁나절에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풍력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총 30,000 MW에 달하는 해상 풍력 발전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1천만 가구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이는 코로나 이후 바이든 정부가 내세우는 Green Recovery의 일환인데요, 녹색 산업 지원으로 경기 부양과 고용 창출을 하겠단 거죠. 이번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44,000(직접 고용) + 33,000(간접 고용)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바이든 정부는 발표했습니다. (물론 "또, 또 녹색 일자리 타령이냐!"라며 짜증을 내는 비판주의자들도 있습니다.)
해상 풍력 발전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특히 부자 동네에서는 바다 뷰를 망친다며 싫어하기도 하고, 어업계도 "그럼 풍력 발전기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고기를 잡으라는 겁니까.. 너무 힘들 것 같은데요."라며 싫은 내색을 한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해양 생태계에 비치는 영향도 아직 확실치 않고요.
이런 불만을 피하기 위해 아예 먼바다에 "부유식(floating)"으로 동동 띄우는 풍력 발전기도 있습니다. 원래는 바다 밑바닥에 기둥을 박아서 풍력 발전기를 세우다 보니 아주 먼바다까지는 나가기가 어려웠는데, 아래 그림처럼 아예 동동 띄우면 그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아직 경제성 때문에 그다지 상용화되고 있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이루어질 부분인 듯합니다.
아직도 풍력 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많이 있습니다만, 확실한 건 풍력을 제외하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강력한 도구 하나를 잃어버린단 겁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신재생 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으며,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은 반드시 들어가지요. 국가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세계 풍력 발전 1위인 덴마크의 경우 2019년 전체 전력 소비의 무려 47%를 풍력 발전으로 조달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불가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어디서나 부는 바람을 '잡아서'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니까요.
표지 이미지 출처: https://flowerturbines.com/gallery/
[1]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980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