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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Jun 14. 2021

정말 오랜만에 들은 말: 꿈이 뭐예요?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이런 말을 들었다.


꿈이 뭐예요?


꿈. 꿈이라..

내 나이 또래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 단어는 책장 한 구석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잊혀지고 있는 책 한 권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아, 맞다, 저것도 있었지.. 하는.


누구에게나 그것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시기가 있을 것이다. 인생을 수직선으로 놓고 본다면, 한 발짝 떨어져서도 단연 '반짝'하고 빛났던 그런 시기. 지만 흔한 말 하나 틀린 것 없이, 나이를 먹고 일상에 치이다 보면 그 반짝거림은 오래된 동전처럼 생기를 잃곤 한다.



지금은 매주 브런치에 글을 쓰기는 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딱히 친환경주의자거나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뭔가 '공익'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지극히 막연한 생각에 선택한 진로가 기후변화 관련이었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나의 관심사는 에너지와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인위적 기후변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정책"이었다. 기후변화는 시장 실패의 결과이기 때문에, 공권력이 수립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문제 해결의 도구로 배출권거래제처럼 자유 시장을 전제로 하는 제도가 쓰일지언정, 그 제도를 고안하고 도입하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바람직하고 일관적인 제도야 어느 분야든 중요하겠지만, 기후변화 분야는 가치 판단과는 무관한 물리 법칙에 지배되며 한 번 큰 변화가 생기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잘 고안된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정책은 국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 자원은 턱없이 부족한 반면 경제 개발을 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 등의 중공업을 밀어주었던 구조다. 이미 경제가 산업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책 고안 시 련 분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해당 국가가 농업 중심인지, 제조업 강국인지, 3차 산업 의존도가 높은지에 따라 정책의 모양새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한 국가가 열심히 노력해도 국제적 공조가 없다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몇 년 전에 비해서는 최근 선진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기후변화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기는 하다. 국제 사회의 압박이 커지며 구색이라도 맞춰야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만간 기후 위기가 해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계획 중인 석탄화력 발전소만도 수백 개에 달. 마치 새해부터 금연을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크리스마스 세일로 담배 다섯 보루를 쟁여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을 쓰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하다 보면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 깨닫는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며 환경 문제 전반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환경 문제 전반과 기후변화, 특히 에너지와의 관계에서 기후변화의 문제는 크게는 관련이 있지만 분명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모두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생태계와 기후의 안정 상태가 깨졌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그리고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희생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국경을 나드는 범지구적 문제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생물다양성과 기후 위기는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는 보고서 나왔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를 빨아들이는 숲을 계획 없이 조성한다든지, 바이오에너지로 무분별하게 전환하여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는 등의 활동을 경계하는 것이다. 지구의 시스템 자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하나만 해결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도 여전히 죄책감을 느끼며 비닐봉지를 쓰고, 꼬박꼬박 육류를 소비한다. 그러나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과 이끼처럼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산, 끝을 모르는 두께의 빙하가 후세에는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단 생각을 하면 견디기가 힘들다.

 

꿈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더 읽고, 생각하고, 쓰면 그것에 한 발짝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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